[화웨이 스마트폰 ②] 기술 기업 화웨이, 삼성전자보다 투자 비중 더 높다
[IT동아 김태우 기자] 비록 애플 짝퉁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정말 대단한 기세로 성장했었다. 하지만 부족한 기술력으로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해 중국 내수 시장에만 머물렀고, 결국 지금은 다른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한발 뒤처진 모습을 보인다. 물론 샤오미는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영역을 확장한 상태이지만, 종전의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샤오미의 뒤를 이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 오포 등의 회사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진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는 창립 이후 꾸준히 연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화웨이는 기술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를 무기로 무섭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출하량 3위에 이름을 올린 지는 1년이 넘었으며, 1, 2위인 삼성전자와 애플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매출의 10% 이상 연구개발 투자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10% 이상 투자는 1998년 자체 제정한 '화웨이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으로 창립 이후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 화웨이 R&D 투자 규모 (출처: 화웨이)
지난 10년간 연구개발에 쓰인 금액만 총 370억 달러. 2015년에만 92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그해 총 매출의 15%에 달하는 금액으로 전년 대비 71.9% 증가한 수치다. 단순히 투자하는 금액만 많은 것이 아니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화웨이의 직원은 17만 6000여 명, 이 중 45%인 7만 9000명이 연구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연구개발 중시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화웨이 성장 과정에 중국 부동산은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한번도 화웨이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적이 없다. 창업 초반에도 창업 멤버 6명 중 3명은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런정페이는 뜻을 굽히지 않고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게다가 화웨이는 아직 상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장기 투자를 용이하게 해준다. 상장사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다 보니 단기 이익을 좇게 되고, 멀리 내다보는 투자를 하기 어렵다. 비상장 기업으로 종업원 지주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런정페이는 약 1.4%의 지분만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약 8만 명의 전현직 직원이 나눠 가지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10~20년 장기적인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런정페이는 지난 2월에 앞으로 50년 이내에 상장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독일, 스웨덴, 러시아, 인도 등 세계 각지에 16개의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지사는 15개로 한국에도 지사가 있다. 36개의 공동 혁신센터와 45개의 트레이닝 센터도 운영한다. 화웨이 직원의 1/3은 외국인으로 글로벌하게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투자는 결국 고스란히 특허라는 결과로 되돌아오고 있다. 화웨이는 2015년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제네바 본부는 화웨이가 3000건 이상 국제 특허를 신청한 유일한 기업이라고 밝혔다. 2015년 6월 30일 기준 화웨이가 출원한 특허는 총 7만 6687건이다. 이중 단말기 관련 특허만 1만 8000건에 이른다. 승인받은 특허만 해도 4만 1903건이다.
사업 중심은 컨슈머로
화웨이의 사업 분야로 크게 3가지다. 캐리어 네트워크, 엔터프라이즈, 컨슈머로 나눌 수 있다. 그동안 화웨이는 캐리어 네트워크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최근 10년 사이 대량 생산, 저렴한 가격, 수많은 특허를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그동안 이 시장은 에릭슨, 노키아, 시스코 등의 텃밭이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이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매각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R&D를 통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캐리어 네트워크 사업에서 결국 1위를 차지했다.
캐리어 네트워크 사업 분야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21.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3년 2662만 달러의 매출은 2015년에 3577만 달러도 증가한다. 화웨이가 밝히길 현재 전세계 50개의 선도적 통신 사업자 중에서 45개 업체에 제품 및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는 2014년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에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 중이다. 국내 이통 3사의 기간망은 화웨이가 대부분 잠식한 상태며, 한국전력 등 공공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 화웨이 사업 분야별 매출 (출처: 화웨이)
하지만 ICT 업계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고, 획일화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 통신 장비, 기업 대상 사업을 포함 소비자 제품을 3대 전략 분야로 정하게 된다. 이런 점은 연구개발 인력에도 반영됐다. 컨슈머 부문에서는 전체 인력의 50%에 달하는 7000명 이상을 R&D에 배치하고 있는 것. 이후 컨슈머 사업분야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72.9%가 넘는 고성장을 이룬다.
여전히 캐리어 네트워크 사업분야의 비중이 가장 크긴 하지만, 매년 그 비중은 작아지고 있다. 대신 컨슈머 사업분야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술을 위해선 협업도 거침없이
화웨이 캐리어 네트워크는 초기에 제품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기술 제휴와 연구개발 투자에 집중해 기술 수준을 높였다. 연구개발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연 매출 10% 이상을 투자할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외부 업체와의 협업도 열심이다.
최근 국내 사례로는 LG유플러스와 소물인터넷인 NB-IoT를 위해 손잡고 상암동에 오픈랩을 개소하기도 했다. 국내 첫 NB-IoT 오픈랩으로 제조사와 개발자들에게 테스트베드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조기 시장 선점으로 글로벌 NB-IoT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컨슈머 부문에서는 이런 협업이 더욱 도드라진다. 화웨이는 지난 11월 3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메이트9’를 공개했는데, 이날 한정판 모델인 ‘포르쉐 디자인 화웨이 메이트9’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 포르쉐 디자인 화웨이 메이트9
포르쉐 디자인 화웨이 메이트9은 화웨이가 포르쉐 디자인그룹과 협업해 만든 제품이다. 포르쉐SE는 폭스바겐 산하 스포츠카 제조업체 포르쉐AG의 지주회사로 포르쉐 디자인그룹은 포르쉐SE의 자회사다. 자동차, 의류, 액세서리의 디자인 및 라이선스 사업을 위해 설립했다. 종종 다른 분야 업체와 협업해 손목시계, 헤드폰 등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화웨이가 포르쉐 디자인그룹과 협업한 이유는 명백하다. 단순히 디자인을 포스쉐에서 진행했다는 것을 넘어 자동차 분야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자사의 스마트폰에 더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엣지' 시리즈처럼 화면 양쪽이 살짝 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QHD 해상도와 6GB 램 등을 적용해 디자인과 하드웨어 모두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있다. 가격은 한화로 1천395유로(약 176만 원)으로 상당히 높다.
최근 국내 출시를 발표한 'P9'은 라이카와 협업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라이카 카메라는 현재 카메라의 표준인 35mm를 만들어 낸 곳이다. 1954년 M3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지금도 라이카는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어 내며,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컴팩트한 사이즈와 기동성, 라이카 특유의 표현력으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다만 제품 가격이 원체 고가이다 보니 일반인이 접하기엔 쉽지 않은 브랜드다.
▲ 국내 출시를 확정한 화웨이 P9
이런 라이카와 화웨이가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것은 지난 2월이며, 그 결과물이 바로 P9이다. 양사의 협력을 통해 이미지 품질, 이미지 처리 기술 등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중요한 기술이 만들어졌다.
스마트폰에서 카메라는 가장 많이 쓰는 기능 중의 하나다. 하지만 좁은 스마트폰 내부 공간 제약으로 카메라 성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이런 한계를 기술력을 지닌 라이카로 넘어 설려고 한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직접 만져본 P9의 카메라는 라이카라는 명성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1200만 화소, F2.2, 27mm의 화각의 렌즈 2개인 듀얼 카메라 방식으로 하나의 렌즈는 컬러를, 또 다른 렌즈는 흑백을 담당한다. 라이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흑백 모드의 감성을 P9으로 구현해 놓았다.
이와 함께 화웨이는 지난 9월 라이카와 별도의 연구개발센터를 만들었다. 독일 웨츨러에 ‘막스 베렉 이노베이션랩’을 오픈 한 것.
막스 베렉 이노베이션랩은 광학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된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카메라를 구동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전반적으로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도 연구 분야에 포함된다.
이들 간 협력의 바탕에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립자 겸 회장과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라이카 대주주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런정페이 회장은 협력 당시 "이미지와 영상이 향후 데이터 트래픽의 9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라며 "라이카와 긴밀하게 협력해 이미지와 영상 품질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