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컴퓨팅 사고력을 기른다,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추계학술대회
[IT동아 안수영 기자] 놀이는 인간의 정서를 긍정적으로 발달시킬 뿐만 아니라 교육 효과까지 이끌어낸다. 교육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놀이 프로그램이나 보드게임을 통해 인성 교육, 컴퓨팅 교육, 심리 치료를 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협회(학회장 박성옥 교수)도 게임과 놀이를 통해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건강한 발달을 도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협회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환으로 게임 놀이 콘텐츠 제작 및 프로그램 개발, 게임놀이 실무형 전문 인력양성 등의 업무를 하고 있으며,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 6일 안양 창조경제융합센터에는 한국임상놀이게임학회/협회의 추계학술대회가 열려, 미래 교육의 방향을 전망하고 게임을 통한 교육 방법을 논했다. 교육 현장에서 놀이 및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교사, 강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게임과 교육 분야의 전문가가 연사로 나서 교육과 보드게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김건희 보드게임 작가는 교육 목표에 맞게 보드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전했다. 김 작가는 "모든 보드게임은 규칙(매커니즘), 스토리(테마), 구성물, 그림 등 4요소를 갖췄다. 게임의 규칙(매커니즘)은 모방, 변주, 조합을 통해 창작할 수 있다. 교육 목표에 따라 기존의 게임 규칙과 점수 구조를 조금만 변형한다면 교육용 보드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보드게임의 규칙은 다양한 매커니즘을 조합해 탄생한다. 김 작가가 개발한 '라이징5', '플레이 제주' 등도 기존의 게임 매커니즘을 결합하고 색다른 테마를 입힌 것이다.
기존 게임들의 규칙을 조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 유명 보드게임 커뮤니티인 '보드게임 긱'을 참고하면 게임 카테고리와 매커니즘을 다양하게 알아볼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많은 게임을 해보면서 다양한 매커니즘을 터득하고, 교사가 원하는 교육 목표와 매커니즘을 접목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합, 운, 감정 이입, 스릴 등 재미의 4요소를 결합하면 학생들이 좀 더 교육에 몰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마피아 게임은 자기 역할에 감정 이입하는 재미를, 젠가는 나무블록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스릴의 묘미를 갖고 있다. 김 작가는 "재미의 4요소 중 하나와 교육 대상자에게 걸맞는 수업 목표를 합친다면 양질의 교육용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진초등학교 강성현 교사는 '보드게임으로 배우는 컴퓨팅 사고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노동력의 상당 부분은 기계가 대체할 전망이다. 이는 먼 미래의 현상이 아닌 현재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3D 프린터, 드론 등의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반면,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주도하는 직업이 미래를 이끌어 갈 것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래에 새로 등장할 직업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바로 '컴퓨팅 사고력'이다. 강 교사는 "컴퓨터 사고력이란 곧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일컫는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사에 따르면, 컴퓨팅 사고력은 자료 수집과 분석, 추상화 등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상화 개념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단순히 코딩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추상적 개념을 정확히 분석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파란색이 필요하다'라는 요구를 수행하려면 컴퓨터에는 '#0096ff' 등으로 파란색의 값을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이러한 값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컴퓨팅 사고력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목표에 따라 핵심 요소는 달라지므로, 핵심 요소를 정확히 추출해 단순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컴퓨팅 사고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컴퓨팅 사고력은 단순히 컴퓨터만 열심히 한다고 길러지지 않으며,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학습을 했을 때 향상된다. '언플러그드 게임'을 하면 컴퓨팅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언플러그드 게임이란, 뉴질랜드의 Tim Bell 교수와 동료들이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나온 컴퓨팅 교육을 의미한다. 플러그(Plug)를 뽑는다(un)의 뜻으로, 컴퓨터 없이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컴퓨터의 원리와 컴퓨터 과학을 배우도록 한다. 이러한 놀이를 하면 문제 해결 능력과 컴퓨팅 사고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주식회사 다즐에듀의 이현희 대표는 소프트웨어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언플러그드 보드게임을 소개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게임은 '캐치 더 캣'과 '캐치 더 독'이다. 이 게임들은 스크래치와 엔트리에 기반을 둔 보드게임으로, 자신의 말들을 움직일 때 프로그램 명령어를 사용한다. 스크래치를 배우기 전에 미리 게임을 해 보면, 컴퓨터에서 명령어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드팡'은 명령이 순서대로 실행되는 순차 개념을 익히고, 조건에 따라 도형 카드를 움직이는 선택 개념을 학습하는 데 도움을 주어 알고리즘을 배우는 데 적합하다. 이처럼 놀이 학습을 이용하더라도 충분히 컴퓨팅 사고력을 기를 수 있고, 서로 소통하면서 추상화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미래 사회의 전망과 이에 적합한 교육 방법을 엿보는 자리였다. 컴퓨팅 사고력을 요구하는 미래는 점차 도래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언플러그드 보드게임과 같은 놀이 교육을 활용할 수 있다.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목표 하에, 기존의 게임을 변형해 아이들이 순차 개념과 알고리즘 구성 능력 등을 키우도록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대세로 떠오르는 요즘, 알맞은 놀이와 보드게임을 활용해 아이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