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꼭 그랬어야 했니?' 에이수스 젠북3 UX390UA
[IT동아 강형석 기자] IT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작지만 강력한 성능으로 보답한다. 스마트폰만 해도 한 손에 쥘 수 있지만 통화는 기본이고 인터넷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한다. 간단한 문서 편집도 불가능은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덩치를 키운 태블릿 제품도 등장해 한 때 노트북 시장을 위협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태블릿이 노트북 PC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라 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런데, 노트북 시장은 아직 건재하다. 전체적인 PC 시장 침체로 규모는 위축 됐어도 시장 분석가나 업계에서 크게 우려하던 수준은 아니었다. 이 역시 IT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덩치 크고 멋 없던 노트북이 변신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에이수스 젠북(Zenbook)도 그런 노트북들 중 하나였다. 2011년 처음 출시된 젠북은 비록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평을 받기는 했어도 나름대로 독창적 요소를 추가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이후 꾸준히 라인업을 전개했고 프리미엄 노트북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젠북3는 그런 에이수스의 여정에 정점을 찍는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완성도로 노트북 시장 문을 두드렸다. 앞서 선보여 온 젠북도 작고 가벼웠지만 새로운 젠북은 이보다 더 얇고 가벼우면서 세련됐다. 게다가 최신 기술까지 아낌 없이 넣은 점은 에이수스 특유의 센스까지 그대로다.
두 개의 노트북이 겹쳐 보이는 느낌적 느낌?
"얇고 가볍다." 기자가 에이수스 젠북3 UX390UA를 집어 들자마자 든 생각이다. 과장이 아니고 두 손가락으로 쥐어 들어 올릴 정도로 얇으며 가볍다. 12.5인치 규격인 이 노트북은 가장 두꺼운 부분이 11.9mm 가량이며, 무게는 약 910g 정도다. 수치로만 보면 무겁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실제 느껴지는 무게감은 크지 않다.
디자인은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들이 먼저 시작했으니 뒤에 출시된 제품들은 어쩔 수 없이 카피캣이라는 이름을 들을 수 밖에 없다. 감내해야 할 부분이리라. 그런데 젠북3은 여기에 하나를 더한 것 같았다. 바로 HP 스펙터(SPECTRE)다. 다 똑같다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색상에 테두리를 금색으로 두른 것이 매우 흡사하다. 당연히 곳곳을 훑어보면 스펙터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젠북의 기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아이콘 중 하나였던 전면부 동심원 캐릭터 라인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반전되는 색상을 채택해 고급스러움이 더 부각됐다. 크기는 폭 296mm, 높이 191.2mm로 13인치 노트북보다는 조금 작다.
상판을 활짝 열어보니 넓은 화면과 오밀조밀 모여 있는 키보드와 터치패드가 반긴다. 전원 버튼을 눌러 운영체제를 불러오니 밝고 화사한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전반적인 마감은 고급스럽고 깔끔하다는 느낌이다. 키보드 배치나 키캡의 면적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대신 키를 눌렀을 때의 감각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하다. 키캡 높이가 낮아 그에 따른 반발력이 거의 없고 자연스레 키를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 모를 상황에 처할 때도 많아서다.
그나마 키패드에는 백라이트가 있어 야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밝기도 조절 가능하니 취향에 맞춰 쓰면 되겠다. 그나마 위안 삼을 부분이다.
터치패드의 감각도 아쉬운 부분이다. 면적이나 반응속도는 좋은데, 마우스 버튼처럼 터치패드 좌우측 하단을 누르면 아무 느낌이 없다. 눌리기는 하는데, 제대로 눌렀는지 아닌지 알아채기 어렵다. 키보드와 터치패드의 감각을 잘 살렸다면 만족도가 높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터치패드 우측 상단에 지문 인식기처럼 보이는 사각형 패드가 있는데, 예상대로 지문 인식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조금 다른 것이 윈도 헬로(Windows Hello) 기능에 대응한다는 부분이다. 운영체제에 지문을 등록한 다음 로그인이나 다른 작업을 할 때 지문 인식으로 간단히 보안 해제가 가능하다.
디스플레이는 12.5인치, 해상도는 풀HD인 1,920 x 1,080이다. 광시야각이기 때문에 아주 이상한 각도에서 바라보지 않는 이상 화사한 색상을 유지한다. 베젤은 가장 얇은 곳이 7.6mm 가량으로 화면 집중력을 높여준다. QHD 해상도(2,560 x 1,440)급 이상을 지원하지 않은 점이 아쉽게 느껴질 소비자가 혹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12.5인치 디스플레이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오히려 눈이 불편하지 않을까?
작은 덩치에 코어 i7 이라니...
에이수스 젠북3 UX390UA의 사양을 보니 "다소 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프로세서는 7세대 인텔 코어 i7 7500U를 썼고, 램(RAM)은 무려 16GB를 장착했다. SSD는 512GB인데 운영체제와 보조 공간을 따로 분리해 놓았다. 작은 덩치에 모바일 최고 성능의 프로세서와 메모리, SSD까지 담아 넣었으니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프로세서는 듀얼코어지만 논리적으로 명령어를 하나씩 더 처리하는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이 더해졌다. 쿼드코어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기본 작동속도는 2.7GHz, 최대 3.5GHz까지 속도를 높인다. 열설계전력(TDP)는 15W, 설정에 따라 7.5W 가량으로 낮출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40Wh 수준인데, 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도 최대 9시간 가량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에이수스 측 설명이다. 하지만 절전모드에 맞춘 상태에서 테스트 해 보니 액정 밝기 100%에서는 약 2시간 40분, 밝기 50%에서 약 4시간, 밝기 25%에서 6시간 정도 사용 가능했다.
기본기 자체는 뛰어난 편이기에 3D 그래픽을 많이 쓰는 작업이 아니라면 시종일관 쾌적한 성능을 보여준다. 저장장치로 쓰인 SSD가 평범한 것이 아니라, 차세대 고속 인터페이스인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규격을 쓰기 때문이다. 일반 SSD는 최대 1초에 약 750MB 가량 전송이 가능한 SATA 6Gbps를 쓰지만, NVMe는 1초에 약 4GB(32Gbps) 가량 전송이 가능하다.
실제로 문서 작업은 기본이고 고화질 영상도 거뜬하다. 게임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텔 내장 그래픽 성능은 많이 개선됐지만 최신 게임을 쾌적하게 다룰 수준은 아니다. 그렇기에 16GB 램은 정말 필요했나라는 의문이 든다. 의미 없이 가격만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8GB 구성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차후 램 용량을 선택하도록 제공했으면 한다.
완성도 높지만 불편 감수해야
재질이나 부품 구성 등 종합적 측면에서 봤을 때 에이수스 젠북3 UX390UA의 완성도는 별 다섯 개를 줘도 아쉽지 않다. 하지만 편의성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프리미엄 노트북이라는 이름 아래,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마치 애플 맥북의 못된 부분만 보고 배운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이유는 확장 단자에 있다.
이 노트북에는 USB-C 단자 한 개만이 제공된다. 애플이 선보였던 맥북(Macbook)이 USB-C 단자 한 개만을 제공해 논란이 되었던 것과 동일하다. 충전하는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결국 외부 기기 사용이 잦은 사람이라면 유니버셜 독(Universal Dock)을 별도 구매해 써야 된다. 일반 USB 기기 사용이 잦은 소비자라면 구매를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약 190만 원 가량이다. 평균 200만 원대에 가격 형성이 이뤄져 있다. 성능이나 디자인 등을 보면 수긍은 된다. 동급 구성의 노트북도 가격은 비슷하니 말이다. 하지만 아쉬움 하나(단자)가 제품 구매를 주저하게 만든다. USB-C 단자를 하나 더 달거나 기본 확장 장치를 제공할 수 없었던 것일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