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5G의 전부는 아니다
[IT동아 김태우 기자] 4G로 넘어오면서 이동통신은 속도를 중심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대역폭을 넓힌 광대역 LTE, 2개의 주파수를 묶는 CA(캐리어 어그리게이션, Carrier Aggregation) 등의 기술을 활용해 LTE 속도는 나날이 빨라졌다. 처음 LTE가 나왔을 때 다운로드 속도는 최대 75Mbps였으나, 최근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500Mbps를 넘어 섰으며, 2018년이면 1Gbps 속도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TE의 발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도 벌써 활발하게 이야기가 되고 있다. 물론 5G 표준 확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0년으로 이야기되었던 일정이 그나마 2019년으로 당겨지고, 2020년에는 상용화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G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속도다. LTE를 바라보던 시각 그대로 5G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5G는 4G보다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속도는 5G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퀄컴은 지난 10월 20일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설명의 자리를 가졌다.
▲ 퀄컴 제품 마케팅 시니어 디렉터 피터 카슨(Peter Carson)
우리나라 관심은 여전히 속도
퀄컴 기술 마케팅 부분 시니어 디렉터 라스무스 헬버그(Rasmus Hellberg)는 "한국과 일본은 5G에서 고대역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고대역은 미리미터(mmWave)라고 이야기하는데, 24GHz 이상의 주파수를 말한다. 현재 국내 이통사 주파수를 보면 700MHz, 1.8GHz, 2.1GHz, 2.6GHz 등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들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은 주파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SK텔레콤은 700MHz를 가지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했다. 이때 마케팅 카드로 활용한 것이 통화 품질의 우수성이다. 낮은 대역의 주파수는 전파가 멀리까지 갈 수 있다 보니 적은 기지국으로도 넓은 지역을 서비스할 수 있다. 반대로 고대역 주파수는 전파의 도달 거리가 짧다. 만약 전국망을 구축한다면, 엄청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전국망 구축이 어렵다.
그런데 왜 고대역에 관심이 많을까? 이유는 빠른 속도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LTE의 경우 10MHz의 주파수 대역폭에서 낼 수 있는 속도는 75Mbps이며, 대역폭이 늘어날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즉 2배인 20MHz의 대역폭이 되면 150Mbps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는 5G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대역, 저대역 주파수는 이미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보니 넓은 대역폭을 만들 수 없다. LTE에서 주파수를 묶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고대역에서는 그동안 쓰이지 않던 영역이다 보니 대역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다.
퀄컴이 이번에 내놓은 5G 모뎀 칩셋인 '스냅드래곤 X50 5G 모뎀'의 경우 28GHz의 미리미터파 대역을 지원하며, 대역폭이 최대 800MHz 다. 주파수를 묶지 않은 하나의 주파수로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5Gbps나 된다.
고대역 주파수의 문제점
물론 고대역 주파수이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 역시나 가장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전파의 도달 거리와 성능. 이를 위해 퀄컴은 적응형 빔포밍, 트래킹 기술, 다중입출력(MIMO) 안테나 기술 등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스냅드래곤 X50 5G 모뎀은 이들 기술을 사용해 비시선 환경에서도 모바일 광대역 통신 성능을 유지하고 보장한다고 밝혔다.
빔포밍은 단말의 위치를 파악해 주파수를 쏴주는 걸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단말은 도착한 신호를 즉각적으로 연산 처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파 도달 거리를 높일 수 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안테나를 사용한 다중입출력 안테나 기술이 쓰인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안테나의 크기는 작게 만들 수 있는데, 퀄컴은 32개의 안테나 어레이를 사용한다.
퀄컴 제품 마케팅 시니어 디렉터인 피터 카슨(Peter Carson)은 "특정 방향으로 10배 압축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전력 효율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고대역 주파수 자체의 특성 때문에 커버리지가 해결되지 않는다. 라스마수 헬버그는 "미리미터파에서 빔포밍으로 주파수 도달 거리를 넓혀주지만 그래도 충분하지 않다"며 "견고한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스냅드래곤 X50 5G 모뎀은 4G도 함께 접속하는 듀얼 커넥티비티를 지원한다. 4G나 5G 둘 중의 하나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4G와 5G가 동시에 접속이 되는 방식이다. 4G는 5G 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기가비트 LTE 모뎀이 쓰이며, 커버리지 약점을 보완해 준다.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5G의 빠른 속도는 VR, 홀로그램, UHD 동영상 등 데이터 전송 용량이 큰 분야에 필요하다. 더 많은 처리 용량을 위해서는 국내 이통사도 여기에 맞춰 콘텐츠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고대역 주파수인 미리미터파만 5G가 되는 건 아니다. 1GHz~6GHz의 중대역, 1GHz 이하의 저대역 주파수 등 모든 대역을 지원하게 된다.
중대역 주파수는 로봇, 드론, 머신러닝, 자율 주행 등 고신뢰성, 고가용성이 중요한 미션 크리티컬 영역에 연결되고, 저대역 주파수는 IoT에서 지금보다 더 거대한 연결을 만들어 낸다.
▲ 퀄컴 기술 마케팅 부분 시니어 디렉터 라스무스 헬버그(Rasmus Hellberg)
라스무스 헬버그는 "5G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균일화된 폼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직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도 수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과 확장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퀄컴은 미리미터뿐만 아니라 모든 대역을 준비하고 있다. 향상된 모바일 브로드밴드가 아닌 다양한 유스케이스를 지원하려 한다.
평창 겨냥
퀄컴이 발표한 스냅드래곤 X50 5G 모뎀은 평창 올림픽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하반기 샘플이 나오고, 2018년에 상용 제품이 나온다. 아직 5G 표준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KT는 평창 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피커 카슨은 "사업자들과 5G 초기 구축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이번 제품을 통해 초기 5G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LTE는 지속 진화할 것이며, 5G에서 커버리지의 근간이 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며 "그렇기에 5G와 LTE는 멀티 커넥티드 방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