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언제 어디서든 머리에 쓰면 청음실이 된다, 소니 MDR-1000X'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나만의 음악 감상실이 있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소음 제거(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이를 어느 정도 가능하게 해준다. 주변 소음을 상쇄하는 소리를 내 조용한 청음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이 기술은 다소 고가임에도 불필요한 소음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으로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헤드폰 외에도 이어폰에도 이 기술이 적용될 정도로 많은 발전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소음 제거 기술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배터리나 소음 제거 성능 등에서 개인차가 제법 컸기 때문이다. 소리를 차단한다는 것은 좋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자칫 사고나 이동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소니 MDR-1000X.
소니 MDR-1000X.

소니 MDR-1000X는 소음 제거 기술이 갖고 있는 아쉬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제품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작동하는 것이 아닌, 필요에 따라 소음 제거를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소니는 이를 '센스 엔진(SENSE ENGINE)'이라고 부르는데, 헤드폰을 벗지 않고도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수수한 디자인이지만 착용감은 굿~

히어 온 와이어리스(MDR-100ABN)와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금속 재질인 이 제품과 달리 MDR-1000X는 유닛 부분에 가죽 마감재를 더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5가지 색상을 확보한 히어 온 와이어리스와 비교하면 색상을 고르는 맛은 없다. 대신 플래그십이 갖는 체면이라는 것도 있으니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색상은 블랙과 베이지로 구성되는데, 보기에는 베이지가 나아 보인다. 그러나 색상이 밝기 때문에 외부 오염이나 이염 등에 의한 손상이 우려된다. 블랙은 이런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포인트 없이 무난하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다소 튀는 색상을 선호한다면 베이지, 무난함을 선호한다면 블랙을 권장한다.

헤드폰 무게는 약 275g 정도로 착용했을 때의 부담감이 적다. 소음 제거(노이즈 캔슬링)와 무선 기능에 필요한 배터리, 대형 유닛 등을 탑재하고도 이 정도 무게라면 수긍 가능한 수준이다.

소니 MDR-1000X.
소니 MDR-1000X.

조작은 좌측의 버튼부와 우측 터치 패널 등으로 나눈다. 좌측에는 전원을 시작으로 소음 제거(노이즈 캔슬링)와 선택적 소음 제거(앰비언트 사운드) 선택 등을 지원한다. 유선 연결을 위한 3.5mm 단자도 버튼 조작이 가능한 좌측 유닛에 있다.

전원 버튼은 블루투스 연결과 배터리 잔량 등을 안내 받을 때 쓴다. 전원을 처음 인가하는 순간부터 버튼을 약 5~7초 정도 누르고 있으면, 파란색 LED가 점멸하면서 연결 상태가 된다. 이 때 스마트폰이나 오디오 기기의 블루투스를 활성화하면 된다. 또한 전원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음성으로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예로 배터리 상태가 좋으면 “배러리 레벌 하아아이(Battery Level High)”라고 찰지게 말해준다.

우측 유닛은 터치 조작을 활용해 통화나 음원 재생/정지 등을 수행한다. 손가락을 위아래로 밀어내듯 조작하면 음량 조절이 되고 좌우로 밀어내면 곡 이동이 가능하다. 두 번 터치하면 재생을 정지하거나 재개하는 식이고, 전화가 왔을 때 통화도 가능하다. 해당 기능은 무선(블루투스) 연결이 되었을 때 지원하니 참고하자.

오른쪽 유닛에 손바닥을 대면 주변 소음을 들을 수
있다.
오른쪽 유닛에 손바닥을 대면 주변 소음을 들을 수 있다.

동일한 방법으로 손바닥을 유닛 위에 가져다 대면 빠른 주목(Quick Attention) 기능을 수행한다. MDR-1000X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데, 소음 제거 기능을 활용해 음악을 듣다가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거나 점원에게 주문하는 등의 행동을 취할 때 쓴다. 손바닥을 우측 유닛 위에 대면 바로 외부 소음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헤드폰을 벗지 않아도 되니 의외로 편리한 기능이다.

40mm 드라이버를 쓴 유닛부. 착용감이
뛰어나다.
40mm 드라이버를 쓴 유닛부. 착용감이 뛰어나다.

유닛부를 살펴보자. 이 제품은 40mm HD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채용됐다. 4Hz에서 최대 4만Hz까지 표현하도록 설계했으며, 알루미늄 코팅 액정 폴리머 필름 진동판을 통해 풍부한 소리를 내도록 했다. 24비트 96kHz 재생이 가능하다는 고해상 오디오(HRA – High Resolution Audio) 인증을 받았다. 이 외에 네오디뮴 마그넷을 써 저음 구현에도 힘을 실었다.

드라이버 유닛의 설계는 기본이고 소니의 최신 디지털 오디오 기술을 모두 담은 것도 MDR-1000X의 특징 중 하나다. 디지털 앰프 기술인 에스-마스터(S-Master) HX와 손실 음원의 부족한 데이터를 가상으로 채우는 DSEE HX를 탑재했다. 이 외에 무선에서도 최대한의 고음질을 구현하기 위해 aptX, 엘댁(LDAC) 등 블루투스 코덱을 적용하기도 했다.

풍부한 소리, 나만의 청음 공간 가진 듯한 고요함

소니 MDR-1000X의 소리를 경험해 볼 차례. 청음을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LG V20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32비트 쿼드 DAC 기능은 활성화 했으며, 기본 설치되어 있는 재생 플레이어를 실행했다. 음원은 기본적으로 24비트 96kHz 고해상 파일(FLAC)을 활용하고, 일부 24비트 192kHz 고해상 파일도 사용했다.

먼저 유선 연결로 MDR-1000X이 내는 소리를 느껴봤다. 기자는 소니 헤드폰이 대체로 표현력 자체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저음은 약하다고 평가해 왔다. 히어 온 와이어리스(MDR-100ABN)에 와서 저음이 조금 단단해진 듯한 인상은 받았어도 '강하다'까지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소리의 균형을 중시한 설계가 돋보였다고 봤다.

전형적인 소니 헤드폰 성향이지만 세밀함은
향상됐다.
전형적인 소니 헤드폰 성향이지만 세밀함은 향상됐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MDR-1000X도 어느 정도는 기존 소니 헤드폰 설계 기조를 이어 받았다고 생각된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소리를 표현해낸다. 저음은 히어 온 와이어리스 대비 조금 더 강해진 느낌이 있다. 대신 과격하게 울리는 저음이 아닌 필요하면 단단하게 쳐주는 정도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표현의 세밀함이다. 완벽까지는 아니지만 이전 소니 헤드폰들과 비교해 본다면 단연 두드러진다. 풍성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여기에 소음 제거(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더해지니 어느 누구에게 방해 받지 않고 나만의 청음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 느껴질 정도다.

공간감도 수준급이다. 물론 고가의 헤드폰과 비교하자면 정교함은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이 제품은 소음 제거와 함께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50만 원대 헤드폰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가격대비 음질은 충분히 수긍할 수준이라 평가된다.

무선은 솔직히 평이한 수준이다. 엘댁(LDAC)을 활용해 보고 싶지만 플레이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여서 일단 aptX 상태로 청음이 이뤄졌다는 점 미리 알린다. 참고로 소니 기기에서만 쓸 수 있는 엘댁은 24비트 96kHz에 대응하도록 초당 990kbps의 데이터를 전송하도록 설계했다. 반면 aptX는 최대 16비트 44.1kHz 재생을 지원한다. aptX HD가 24비트 44.1kHz에 대응하는데, MDR-1000X에서 이를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무선 연결 하에서의 음질은 기존 히어 온 와이어리스나 MDR-1ABT와 흡사한 성향을 지닌다. 엘댁을 적용하면 유선에 준하는 수준의 음질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이를 위해 소니 스마트폰 또는 고해상 오디오 플레이어를 구매할 소비자는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소음 제거 기술이다. 소니는 센스 엔진(SENSE ENGINE)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외부와 내부에 있는 마이크를 통해 소음을 분석하고 최대한 소음을 제거해 준다. 심지어 유닛 좌측에 있는 NC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주변 상황을 분석해 최적화된 소음 차단이 이뤄진다. 실제 경험해 보니 효과는 뛰어나다. 목소리가 조금은 들려오지만 주변의 소음(차량, 바람)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걸러낸다.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완성되는 나만의 청음실

소니 MDR-1000X의 가격은 54만 9,000원. 아무나 덥석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뛰어난 음질과 소음 제거 기술 등 매력적인 요소를 대거 품었다는 부분이 돋보인다. 배터리 지속 시간도 상당하다. 기자가 계속 음원을 재생하며 테스트하니 블투투스로 약 17시간 정도 사용 가능했다. 유선에서 소음 제거만 활성화 하면 하루 종일 틀어도 될 수준의 재생 실력을 보여줬다. 이처럼 상품성으로 보면 다른 동급 헤드폰과 비교해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MDR-1000X의 유닛 좌측에는 전원과 소음 제거 관련 버튼, 우측에는 터치로
조적한다.
MDR-1000X의 유닛 좌측에는 전원과 소음 제거 관련 버튼, 우측에는 터치로 조적한다.

그러나 장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일단 조작이 불편하다. 우측 유닛의 터치 패널을 조작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오작동이 한 번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음량을 높이려고 손가락을 위로 쓸어 올렸는데 다음 곡이 재생 된다거나 하는 식이다. 반응도 민첩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음악 재생과 정지를 위해 두 번씩 두드리면 약 1초 정도 뒤에 대응한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단자가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아쉽다. 기존 MDR-1RBT 같은 경우에는 무선이지만 단자 보호를 위해 덮개가 있었다. MDR-1000X는 아웃도어를 표방하면서도 충전 단자와 스테레오 단자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마무리가 살짝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MDR-1000X는 언제 어디서든 조용히 음악을 즐겨 들을 수 있다. 뛰어난 소음 제거 기술을 통해 소음이 크던 작던 나만의 청음실을 만들어 줄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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