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미래를 내다 본 100년 대계?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
[IT동아] 12.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 미래를 내다 본 100년 대계?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합병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인수 규모는 853억 달러. 우리 돈으로 94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국가의 승인이 남아있는 상태이고, 많은 언론이 이에 대한 얘기를 내놓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대선 후보 가운데 힐러리는 둘의 합병을 찬성하고, 트럼프는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AT&T가 타임워너의 모든 미디어 매체를 콘트롤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합병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언론은 부정적인 부분부터 많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2009년 컴캐스트가 NBC 유니버설을 인수할 때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NBC는 컴캐스트 덕분에 플랫폼과 콘텐츠 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정말 잘 내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특히 그렇지요. 망했다는 리우 올림픽도 컴캐스트가 플랫폼 플레이를 잘 해준 덕분에 많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그들의 사례를 따라 할 정도였습니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더플랫폼(최근 컴캐스트 테크놀로지 솔루션으로 사명 변경)'이라는 플랫폼 업체를 인수해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었고, 엑스피니티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사업자의 동의 없이 플랫폼 사업자들이 멋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애플이 CBS와 NBC의 반대 때문에 스키니 번들 비즈니스를 할 수 없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면 구글은 현명하게 대처했죠. 두 CBS와 NBC, 두 업체를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실시간 방송 서비스인 '유튜브 언플러그드'의 핵심 콘텐츠 공급자가 바로 CBS와 NBC입니다.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이 성사되면, 앞으로 AT&T가 무엇을 하든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니 반대하지 못할 것입니다.
타임워너 산하의 HBO, CNN, TNT, TBS라는 무기는 고객들을 상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업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활용될 것입니다. 또한 타임워너 산하의 미디어가 보여주는 행보는 NBC처럼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AT&T와 타임워너의 경쟁자들은 두 회사의 합병에 어떻게 대처하려 할까요?
1) 컴캐스트: 컴캐스트는 지난 주말 버즈피드(페이스북 기반의 뉴미디어)에 2억 달러를 다시 투자했습니다.
왓쳐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왓쳐블 오리지널은 가을부터 TV와 모바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MNO 사업자(통신 사업자)의 꿈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분위기 상에서는 컴캐스트가 T-Mobile을 인수한다고 발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인수 관련 루머는 계속 들려옵니다만, 아직까지는 MVNO(망임대 통신 사업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우 올림픽에서 NBC는 별 재미를 못 봤지만, 모회사인 컴캐스트는 제법 재미를 봤습니다. 35% 사용자가 Voice를 통해서 Sports App 서비스를 만끽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2) 버라이즌: 버라이즌은 모바일 스포츠 서비스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NFL을 트위터와 함께 GO90에서 중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바일 스포츠 서비스가 TV의 스포츠 시청률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TV에서 NFL시청률이 10% 이상 빠졌습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NBA 모바일 중계에도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버라이즌은 자사의 IPTV 서비스 가운데 Legacy STB 서비스를 프런티어에 넘겼습니다. 또한 OnCue(Intel에서 인수)를 이용해서 IPTV 서비스의 규모를 내년에 더욱 확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3) 디쉬: 작년 1월 Sling TV 서비스를 발표한 미국 2위 위성 사업자인 디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AT&T는 다이렉티비에 가입자를 이관했기 때문에 가입자의 상당수가 이탈했습니다. 반면 가입자를 이관한 적도 없는 디쉬도 가입자가 쭉쭉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디쉬 서비스에서 탈퇴했습니다.
인터넷 TV의 시초가 된 Sling TV의 가입자는 아직도 100만 명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Sling TV는 가입 비용이 20달러로 저렴하기 때문에 평균 가입 비용이 60달러 이상인 디쉬의 다른 서비스에 비해 손해인 장사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디쉬의 최신 셋톱박스인 'Hopper 3 DVR'은 4K, HDR 등 다양한 최신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Hopper 3 DVR을 통해 디쉬는 컴캐스트보다 먼저 넷플릭스를 제공하는 유료 방송 사업자가 되었습니다. 다만 실제 서비스 출시일은 지난 6월이었죠.
디쉬는 다이렉티비와 함께 리우 올림픽으로 재미를 본 사업자입니다.
디쉬는 Hopper 3 셋탑박스에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가장 필요 없는 플랫폼으로 꼽히는 유튜브를 넣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사용자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기 때문에? 네, 맞습니다.
최근 미국의 10대들이 티브이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시청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지요. 스마트TV의 필수요소가 바로 유튜브입니다.
사용자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 만큼 유료 VOD 시청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을 플랫폼에 묶어두는 것입니다.
게다가 경쟁 사업자들이 유튜브를 제공하지 않는 만큼,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점 콘텐츠가 부족하고,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사업자인 디쉬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인 것입니다.
관습을 버리고, 모두 내 갈 길을 간다
이제 AT&T와 타임워너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연합 플레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5가지 관점에서 둘의 향후 전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1) 다이렉티비는 40대 이상의 사용자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고, 다이렉티비 나우는 30대 이하의 사용자를 위한 디스럽티브 모바일TV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2) TV 채널을 그대로 모바일로 틀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순 스키니 번들은 지양할 것입니다. 이를 대신할 새로운 방송 서비스를 모바일로 런칭할 것입니다.
3) 채널과 연동하는 다양한 프로그래머블 광고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이는 NBC를 인수한 컴캐스트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4) AT&T는 이제 플랫폼 자체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아시아에서 잔뼈가 굵은 OVP인 Quickplay도 지난 6월에 인수했습니다. 때문에 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확장이 가능해졌습니다.
5) 다이렉티비의 시청률 데이터를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피터 체르닌, The Chernin Group의 CEO인 그는 미디어 업계에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두 회사 합병의 인수 담당으로 피터 체르닌을 거론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사람이 대표로 있는 Chernin Group은 Fullscreen, Crunchroll, Ellation 등 AT&T의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스, 지제너레이션(유튜브 세대) 세대를 위한 콘텐츠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타임워너의 인수로 그들을 모바일 미디어 전략에 더 힘을 보탤 것으로 보입니다. 1억 정도의 가구를 상대했던 기존의 TV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70억 명을 상대하는 비즈니스를 상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00년 뒤의 미래를 보자"
두 회사가 고민하는 것은 바로 코 앞의 미래가 아니라 100년 뒤의 먼 미래입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