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익힌 '카약 봇'...페북에서 메시지 주세요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페이스북이 자사의 메신저 서비스인 '페이스북 메신저'에 인공지능 채팅봇을 적용한다고 지난 4월 F8에서 발표했다. 특히 개발자가 쉽게 채팅봇을 만들 수 있도록 머신 러닝 기술 기반의 '봇 엔진'도 함께 공개해, 누구나 인공지능 채팅봇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사용자는 채팅하듯 메시지를 보내면, 채팅봇이 의미를 파악해 관련 내용을 답변해 준다. 굳이 전화로 문의할 필요가 없는 셈.

페이스북이 채팅봇을 공개한 지 벌써 6개월가량 되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적용한 서비스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소식이 없다. 그런데 최근 수백 개의 여행 사이트를 검색해 정보를 제공해 주는 '카약'에서 페이스북 채팅 봇에 한글 지원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국내 사용자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원하는 항공권, 호텔 등을 찾거나 여행 일정 등을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여행 도우미 기능인 'Trips'를 연동해 탑승구 변경, 항공편 지연, 체크인 알리미 등 여행 관련 변동 사항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카약 봇은 처음으로 사용해 본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 봇이다.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궁금한 점이 생겼다. 마침 기회가 되어 카약 봇을 개발한 카약 수석 연구원인 '마티아스 켈러 (Matthias Keller)'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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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 수석 연구원인 '마티아스 켈러 (Matthias Keller)'

Q : 페이스북이 지난 4월 F8에서 메신저 봇 지원과 API 공개를 발표한 후 이를 써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한국용 서비스는 좀체 만나볼 수 없었다. 그래서 카약 봇의 한글 지원이 무척 반갑다. 카약은 전용 앱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페이스북 메신저 봇을 도입했다. 굳이 봇을 도입할 이유가 있었나?

마티아스 켈러 : 카약은 사용자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카약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서 다양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메시징 플랫폼(messaging platform)은 지난 몇 년간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엔 미국과 유럽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카약은 혁신성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꼽는 IT 기업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도 카약만의 여행 정보 검색 툴과 기능의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게 하려고 카약 봇 도입을 결정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많은 사용자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용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기능 도입은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Q : 카약 봇은 지난 6월 말 론칭한 걸로 알고 있다. 이미 3개월 가량 지났는데, 기대한 만큼 호응이 있나?

마티아스 켈러 : 현재 미국, 브라질, 호주,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카약 봇을 론칭했으며, 각 국가별 사용자 패턴을 살펴본 결과 얼리어답터나 IT/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가장 먼저 활용하는 하나의 툴로 자리매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카약 봇의 이용 수는 기대했던 수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Q : 기존 사용자는 어떨 때 카약 봇을 쓰는 거 같나?

마티아스 켈러 : 아직 iOS나 안드로이드 앱을 다운로드 받지 않는 기존 사용자 중에서 공항 게이트 변경 등과 같은 실시간 여행 정보를 받기 위해 주로 활용하고 있다. 카약 Trips를 통해 제공되는 여행 일정 관련 내용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대화 내용이 페이스북 메신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니 항공권, 호텔, 렌터카 등 기존에 진행했던 검색 및 검색 결과 내용을 언제든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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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개발을 했나?

마티아스 켈러 : 개발에 앞서, 챗봇이 카약의 기존 사용자와 신규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 있는 여행 도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기본적으로 여행 정보 검색은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되도록 했으며, 그 외에도 사용자들이 여행지 등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는 기능도 함께 제공하여 완벽한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봇을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Explore, Trips 등의 기능을 포함한 것도 이런 이유다.

Q : 봇을 개발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마티아스 켈러 : 새로운 언어의 서비스를 론칭한 직후 며칠이 가장 힘들다. 실제 사용자가 검색하는 단어 표현들을 대체할 만한 베타 테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론칭 이후에도 카약 봇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주시하며 빠르게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이 절차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Q : 현재 카약 봇 지원 언어는 몇 개인가?

마티아스 켈러 : 현재 한국을 비롯한, 독일, 영국, 브라질, 호주에서 한국어,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다른 언어 서비스도 추가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 한글 서비스가 나올 때까지 3개월 이상이 걸렸는데, 한글 적용에 어려움은 없었나?

마티아스 켈러 :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세 언어 모두 라틴 알파벳에 기초하고 있어 비슷한 문법을 사용한다. 이 언어들의 경우, 카약 봇을 통해 사용자가 검색하는 도시명 문자 수가 3자 미만인 도시명은 거의 보기 드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국어는 완전히 다른 문법 규칙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글 낱말이 홀로 쓰일 경우 다른 뜻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카약 봇에 한글을 적용하는 데 있어 개발 초기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다.

Q : 한글 지원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

마티아스 켈러 : 카약은 현재 운영 중인 아태지역 중 한국을 핵심적인 국가로 보고 있으므로 한국 소비자에게 한글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정이었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터넷 보급 및 모바일 사용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한국 이용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빠르게 적응하고 최신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이에 메신저를 통해 젊은 소비자층을 확대할 수 있을 거란 점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플랫폼 중 하나인 페이스북에서 카약 봇 기능을 선보임으로 국내 사용자들이 더욱 쉽게 여행을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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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 사무실

Q : 자연어 처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마티아스 켈러 : 카약 내 자체적인 자연어처리(NLP) 엔진 개발을 진행했다. NLP 엔진은 모든 버전의 메신저 봇에 도입됐으며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 및 카약 Slack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여행 관련 도메인에서 가장 중요한 입력어는 장소와 날짜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카약은 전 세계 수백만 개의 도시, 공항, 호텔 등의 정보가 포함된 자사 보유 데이터베이스 독립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NLP 엔진과 통합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동시에 사용자들이 검색 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날짜 관련 입력어들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현시점에서는 사용자들이 카약 봇에 대해 별도로 사용법을 익히지 않아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Q : 카약 봇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나? 활용 팁이 있다면?

마티아스 켈러 : 카약 봇은 여행 업계에서 선보인 챗봇 중 가장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항공권, 호텔, 렌터카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선호하는 항공사, 특정 항공사 제외, 5성급 호텔만, 직항편 등 구체적인 설명을 추가하여 개개인에게 맞는 여행 일정을 검색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여기에 카약의 무료 여행 도우미 Trips 기능을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해 탑승구 변경, 항공편 지연, 체크인 알리미 등 여행 관련 변동 사항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약 정보를 비롯 여행 일정 관련 내용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모티콘을 사용한 검색 기능도 제공된다. 예를 들어 항공기 이모티콘을 보내면 항공편 검색 결과를 알려주고, 특정 국가의 국기 이모티콘을 보내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다. 더욱 간편하고 재미있게 여행 관련 검색을 할 수 있는 것.

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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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약의 항공권 가격 추적 기능

Q : 슬랙, 아마존 알렉사에도 카약을 적용한 것으로 안다. iOS의 시리도 API가 오픈되었는데, 카약 적용을 계획하고 있나?

마티아스 켈러 : iOS는 카약에게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지만, 카약은 이미 iOS 10의 아이메시지용 앱을 지원하고 있다. 애플은 iOS 10에서 시리를 라이드 헤일링 (ride-hailing), 메시징(messaging), 사진(photography)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사 앱 개발자에게 오픈한 바 있는데, 아쉽게도 여행 앱은 아직 시리가 지원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시리와 연동했을 때 사용자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 한국 사용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마티아스 켈러 : 카약은 IT 기업으로서 이용자들이 여행 검색 및 관리하는 과정을 더욱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카약 봇은 가능한 모든 곳에서 이용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여행을 계획, 예약,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카약의 목표가 담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에 새롭게 선보인 카약 봇을 통해 카약이라는 브랜드를 아직 잘 모르는 한국 이용자들에게도 카약만의 특화된 여행 기능들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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