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른 멀티코어 환경에 CPU, 게임 회사들도 화답
[IT동아 김영우 기자] PC 시장에 2개 이상의 코어(Core)를 갖춘 멀티코어 CPU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2개의 코어를 품은 인텔의 펜티엄 D(Pentium D)와 AMD의 애슬론 64 X2(Athlon 64 X2)가 첫 출시되어 화제를 모은 것이 2005년의 일이니 말이다.
2016년 현재 시장에 팔리는 PC 중에는 오히려 멀티코어 CPU를 탑재하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다. 듀얼코어(코어 2개)나 쿼드코어(코어 4개) CPU는 매우 흔하며, 헥사코어(코어 6개)나 옥타코어(코어 8개) CPU 역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가격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AMD FX 같은 제품은 8코어를 품고 있으면서도 불과 10만원대에 CPU 단품을 사는 것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지원 미비에 발목 잡혔던 멀티코어 CPU
다만, 멀티코어 CPU 기반의 하드웨어는 정말로 빠르게 보급된 반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보급은 더딘 편이었다. 일단 소프트웨어 구동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부터 난관이었다. 일반 PC용 멀티코어 CPU가 처음 등장한 2005 즈음에 가장 많이 쓰이던 윈도우XP 운영체제는 본래 단일코어 연산에 최적화가 되어있어 멀티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서비스팩3에서 어느정도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효율은 좋지 못했다.
이후 등장한 윈도우 비스타, 윈도우7 등의 운영체제가 본격적으로 멀티코어 연산을 지원하면서 멀티코어 CPU의 효용성이 어느정도 향상되긴 했지만 이번에는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가 문제였다. 여전히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단일코어만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프로그래밍된 경우가 많아 코어는 여럿인데 그 중 1개의 코어만 열심히 일을 하고 나머지 코어는 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몇몇 소프트웨어(예: 심시티4)는 멀티코어 CPU를 탑재한 PC에서 오히려 성능이 저하되거나 아예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2010년 이전 까지만 하더라도 코어 수가 많은 고급형 CPU보다는 오히려 코어 수가 적은 대신 클럭(동작속도)이 더 높은 중급형 CPU가 더 실용적이라는 팁이 PC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야기 될 정도였다. 실제로 이 시기에 나온 태반의 소프트웨어(특히 게임)에서는 코어2 쿼드 Q6600(4코어, 2.4GHz) CPU 보다 코어2 듀오 E8400(2코어, 3.0GHz) CPU가 더 나은 성능을 내곤 했다.
멀티태스킹의 일반화, 프로그래밍 환경의 변화
물론 멀티코어 연산을 지원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주로 이용하는 경우라도 멀티코어 CPU의 효과를 볼 수는 있다. 특히 2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을 할 때 코어가 많은 시스템에서 한층 원활한 작업이 가능하다. 그리고 최근 점차 멀티코어 지원 소프트웨어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동영상 인코딩 소프트웨어(팟인코더 등)나 파일 압축 소프트웨어(알집 등), 그래픽 편집 소프트웨어(포토샵 등)의 최신 버전은 멀티코어 연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멀티코어 지원이 유독 부진했던 게임 분야에서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는 특히 역량 높은 개발자를 다수 확보한 대형 게임 개발사의 최근 작품에서 멀티코어 CPU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EA의 '배틀필드1'이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등이 멀티코어 연산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해 성능 효율을 높인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실제로 IT동아에서 테스트 해 본 결과, 오버워치는 코어 6개까지 고르게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멀티코어 활용 능력이 높다는 특성 덕분에 20만원대 4코어 CPU인 인텔 코어 i5-6500 시스템 보다 오히려 10만원대 8코어 CPU인 AMD FX 8300 시스템에서 대등하거나 더 나은 성능으로 구동이 가능했다. 특히 오버워치 게임을 구동하면서 동시에 다른 작업을 할 때(웹서핑, 게임 방송 등) 코어가 많은 CPU 기반 시스템의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아직도 상당수의 인기 게임(리그오브레전드, 월드오브탱크 등)들이 멀티코어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상황이 점차 바뀌고 있는 건 확실하다. 특히 2015년 윈도우10의 출시와 함께 등장한 최신 기술인 다이렉트X12에서 멀티코어 활용도가 한층 높아진 점에 주목할 만 하다. '기어스오브워4'나 '데우스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와 같은 다이렉트X12 지원 최신 게임에서 이를 확인 가능하다.
8코어 / 16쓰레드 구성 CPU의 대중화도 눈앞
CPU 제조사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 코어가 많은 CPU의 제품군을 보강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중순, 10코어를 갖춘 200만원대의 최상위급 CPU인 코어 i7-6950X(브로드웰-E)를 출시한 바 있다. 또한 이미 저렴한 8코어 CPU인 FX 시리즈를 팔던 AMD의 경우, FX 시리즈의 후속 모델이자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8코어 CPU인 코드명 '서밋릿지'를 2017년 상반기에 출시한다.
특히 AMD 서밋릿지의 경우, 물리적으로 1개인 코어를 논리적으로 2개로 나누어 마치 코어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SMT(Simultaneous Multi-threading, 가상 멀티쓰레딩) 기술을 탑재, 코어는 8개이지만 쓰레드(thread: 처리단위)는 16개가 될 예정이다. 이는 일부 인텔 CPU에만 적용되던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과 유사한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