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목소리로 촬영 시작하는 액션캠, 고프로 히어로5 블랙

[IT동아 이상우 기자] 고프로가 지난달 새로운 액션캠 히어로5 블랙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외형적인 변화는 물론, 성능과 기능면에서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히어로5 블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음성 제어다.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목소리로 촬영 방식을 선택하거나 전원을 끄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 캠코더와 달리, 액션캠은 익스트림 스포츠 등 격한 움직임이 많은 활동에서 주로 사용한다. 게다가 손에 쥐기보다는 몸이나 머리 혹은 탈 것에 부착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활동 중 켜고 끄는게 쉽지 않다.

음성 제어 기능은 이러한 상황에서 캠코더 조작을 더 쉽게 해준다. 예를 들어 '고프로 스타트 레코딩' 같은 명령어를 말하면 즉시 녹화를 시작한다. 현재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7개 언어 12개 억양을 지원하지만, 오는 1월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한국어도 지원할 계획이다.

필자가 실제로 사용해보니 영어는 어떤 억양을 선택하든 각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았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발음 때문이리라. 이와 달리 일본어의 경우 인식률이 상당히 좋다. '고프로 비데오 스타토', '고프로 비데오 스토푸' 등 발음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 업데이트 이전까지 일본어로 설정해 사용하면 되겠다.

히어로5 블랙은 이전 제품인 히어로4 블랙과 달리 터치 스크린을 내장했다. 히어로4 제품군은 플래그십 제품인 블랙과 터치 스크린을 내장한 실버 두 가지로 출시됐지만, 히어로5 블랙은 이 둘을 모두 합친 형태로 출시됐다. 이에 따라 '히어로5 실버'라는 이름의 제품은 출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장 터치 스크린은 외부 조작 버튼이 거의 없는 액션캠을 더 수월하게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액션캠은 빠르게 촬영을 시작하고 종료하기 위해 작동 버튼을 최소화한다. 이 때문에 세부 설정이나 사전 설정을 위해서는 같은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을 이용하면 화면에 나타나는 메뉴를 직접 손가락으로 눌러가며 설정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설정을 더 쉽고 간편하게 맞출 수 있다.

히어로5 블랙의 또다른 특징적인 변화로 하우징 없는 방수 기능 지원을 들 수 있다. 히어로4 블랙의 경우 하우징 없이는 방수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친 아웃도어 활동 시 사용하려면 두꺼운 플라스틱으로 된 하우징이 필수였다. 이와 달리 히어로5 블랙은 10미터 수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본 하우징 디자인 역시 충격을 막고 본체를 고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틀만 남았다. 다만 더 깊이 잠수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압에도 버틸 수 있는 잠수용 하우징을 사용해야 한다.

부피와 무게는 이전 제품보다 조금 더 크고 무거워졌다. 따라서 하우징은 이전 것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참고로 하우징은 기본 구성품이며, 하우징을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기존 하우징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적인 무게는 하우징을 결합했을 때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하우징 부피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각종 마운트는 동일한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구매한 것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방수 기능이 추가됨에 따라 배터리 덮개와 단자 덮개 디자인도 바뀌었다. 덮개 내부에는 고무로 된 씰이 추가됐으며, 덮개를 열기 위한 버튼도 실수로 누르는 일이 없도록 더 견고해졌다. 입출력 단자가 있는 측면 덮개의 경우 완전히 분리할 수 있던 이전과 달리 힌지로 고정돼 있다. 이를 통해 덮개가 실수로 열리는 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이전 제품에는 없던 흔들림 방지 기능과 GPS 기능도 생겼다. 캠코더는 촬영 시 손에 쥐고 걷거나 움직일 때 흔들리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 스테디캠이나 달리 등 카메라 자체의 떨림을 잡아주는 장치를 사용한다. 하지만 액션캠은 특성상 이러한 장비를 사용하기 쉽지 않다. 히어로5 블랙에 적용된 흔들림 방지 기능은 촬영한 결과물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정해 흔들림을 줄여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주변부의 10% 정도를 자르게 되기 때문에 흔들림 방지 기능을 껐을 때와 비교해 화각이 조금 더 좁아진다.

작은 변화도 있다. 이전까지 PC 연결 및 충전을 위해서는 USB 미니 B형 단자를 사용했지만, 이번 제품부터는 USB C형 단자를 사용한다. 아직 시중에서 이러한 소형 기기에는 스마트폰에서 주로 사용하는 USB 마이크로 B형을 많이 채택하고 있지만, 점차 차세대 표준인 C형을 선택하는 제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고프로 역시 이러한 추세에 맞춰 차세대 표준 단자를 채택한 듯하다. 참고로 저장 매체는 이전과 동일한 마이크로SD카드를 사용한다.

전용 앱인 고프로 캡처를 이용하면 히어로5 블랙의 각종 설정을 더 간편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캠코더에 저장한 사진이나 동영상도 쉽게 가져올 수 있다. 앱을 실행하고 앱 화면에 나타나는 설명을 따라서 연결 설정을 마치면 원격에서 제어하는 것은 물론, 렌즈로 들어오는 장면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이전 세대 제품보다 성능과 기능이 향상됐지만, 출고가는 399달러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년 전 출시된 히어로4 블랙의 경우 출고가가 499달러였으니 오히려 100달러 저렴해진 셈이다(물론 지금 시점에서 구매한다면 이전 세대 제품의 실제 구매 가격은 출고가보다 많이 낮아져 있겠지만). 이러한 가격은 기존 고프로 사용자는 물론, 액션캠이라는 제품에 새롭게 도전해볼 사용자에게도 합리적이리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