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운드를 느꼈으면..." 배순탁 작가가 말하는 LG V20
[IT동아 강형석 기자] 소리(사운드)라는 것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저음역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중고음역대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 장르에 선호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는 곧 오디오 플레이어나 앰프, 헤드폰과 이어폰 등 구매에 영향을 준다. 오디오 브랜드들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고 고유의 튜닝을 거쳐 소비자 앞에 내놓는다.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에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분야에 LG는 V20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스마트폰에 고성능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DAP)를 접목한 것이다. 흔히 DAP라고 하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다른 것도 없이 그냥 음악만을 감상하도록 돕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그래서 보급형을 자처하며 몇 제품이 출시되긴 했으나 일반인 소비자가 접근하기에는 제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굳이 별도의 플레이어를 구매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답이라 볼 수도 없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좋은 음질을 듣게 하자'는 LG의 선택을 직접 확인하고자 지난 9월 23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소리샵 셰에라자드에서 V20 청음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IT 블로거 3명(스톰, 도니, 율리시스SS)과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라디오 작가(배철수의 음악캠프)로 활동 중인 배순탁 작가가 함께 했다. 단순히 V20과 고해상 음원을 가지고 청음한 것이 아니라, 쟁쟁한 DAP와의 비교 청음도 함께 이뤄졌다. 아스텔앤컨(Astell&Kern), 피오(FiiO) 등 이름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제품들이다.
청음회는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배순탁 작가와 블로거, IT동아 기자들은 한 자리에서 V20의 고해상 오디오 재생 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기자는 먼저 배순탁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스마트폰에 프리미엄 사운드는 미개척 분야
그 동안 스마트폰의 발전은 카메라나 성능, 디자인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 카메라의 발전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광각과 일반 초점거리의 렌즈를 달아 활용하거나, 4K 해상도의 영상까지 기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화질도 어지간한 소형 카메라와 견줘도 아쉽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오디오에 대한 발전은 크지 않았다. 배순탁 작가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술이 계속 발전했다. 그에 비해 사운드적 측면에서는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순탁 작가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의 발전은 지속됐지만, 사운드에 대한 부분은 부족함이 있었다. 음원 포맷 지원 범위를 늘리거나 잡음(노이즈) 유입을 제어하도록 설계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고해상 음원을 지원해도 소프트웨어가 대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드웨어 능력은 그에 못 미치지만 음장 효과나 사용자 제어 범위를 늘려주는 것이 고작이다. 프리미엄 사운드에만 눈을 돌리면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와 같다.
그래서 LG는 준비를 철저히 했다. V20에는 32비트 하이파이 쿼드 디지털/아날로그 변환 칩(Hi-Fi Quad DAC)를 탑재한 것이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출력하는 DAC는 음원 정보를 정확히 분석하고 적은 노이즈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프리미엄 오디오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다. 전작인 V10도 싱글이지만 DAC를 채택하기도 했다.
사실, LG는 오래 전부터 스마트폰 오디오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G2를 출시할 때에는 처음으로 마스터링 품질 사운드(MQS) 수준의 24비트 음원 재생을 시작했고, V10에서는 32비트 업샘플링(Up-Sampling) 기능을 제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Bang & Olufsen)과 협업해 휴대용 하이파이 DAC를 선보인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운드를 느꼈으면 좋겠다
32비트 하이파이 쿼드 DAC를 품은 V20은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비교 청음은 배순탁 작가가 직접 선곡한 음원으로 진행됐다. 그는 미리 V20을 체험하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들을 골랐다. 기자가 확인해 보니 윤상의 '나를 위로하려거든', 라디오 헤드의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핑크 플로이드의 '어스 앤 뎀',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 매시브 어택의 '엔젤' 등 5곡이 저장되어 있었다. 배순탁 작가는 아티스트가 그 곡에 담은 입체감과 사운드 질감, 악기의 사용 등을 최종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어떤 DAP와 이어폰, 헤드폰을 사용했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사운드 출력과 착용감 등을 고려했는데, 셰에라자드의 도움을 받아 오디지(AUDEZE) 사인(SINE), 메제(MEZE) 99 클래식(Classic), 슈어(SHURE) SE535 등이 준비됐다. V20과 짝을 이루는 B&O 플레이(Play)도 그 대상이었다. 이 이어폰은 LG와 뱅앤올룹슨이 협업해 탄생한 제품으로 번들 제공된다.
DAP는 아스텔앤컨 AK70, AK120 II, AK380과 피오 X7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모든 제품에 각각 배순탁 작가가 선곡한 5곡의 음원이 저장되어 있었다. 기자도 잠시나마 청음할 수 있었는데,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과 큰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의 생각은 어떨까?
배순탁 작가는 균형적 측면에서 상당히 좋았다고 평가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소리가 아닌 음원이 품고 있는 소리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는 의미이리라.
B&O 플레이의 소리는? 조심스레 배순탁 작가에게 물으니 그는 "흔히 번들 이어폰 소리는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이어폰은 따로 구매해 왔었다. 그런데 V20의 이어폰을 들으니 중음역대를 강조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감과 단단함을 중시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 가격적인 부분을 고려해도 일반 번들 이어폰과는 품질이 다르기에 더 좋은 음질을 듣고 싶은 분이라면 어필할 요소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음회 내내 고해상 오디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배순탁 작가가 청음에 필요한 음원을 선택한 배경과 기준에 대한 내용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마지막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운드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한다.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조금씩 고해상 음원 관련 시장이 구축되는 중이다. 그러나 고해상 음원이 아닌 MP3 파일이라도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에서 들을 수 있다면? 사운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