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 활용을 가로막는 사소한 것
[IT동아 김태우 기자] 애플은 작년 9월 이벤트에서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내놓았습니다. 이때 애플은 애플 펜슬과 스마트 키보드를 함께 선보였는데요. 이전만 하더라도 아이패드는 생산성보단 콘텐츠 소비에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 출시와 함께 생산성 도구로 무게 중심을 옮겨 버립니다. 올 3월에는 9.7인치도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도 내놓았습니다. 물론 애플 펜슬도 쓸 수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만 내놓은 것은 아닙니다. iOS에서 키보드에 대응하는 여러 기능을 함께 추가해 활용도를 끌어 올렸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맥처럼 복잡한 기능까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앱의 출시 덕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능의 부족함, 앱 생태계의 빈곤 등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부분일 수 있는데, 바로 '한영전환'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불편한 한영 전환 단축키
아이패드 프로에서 맥과 같은 작업을 할 수 있길 원하지 않습니다. iOS의 한계를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바라는 건 어떻게 보면 딱 하나입니다. 업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텍스트 타이핑을 불편함 없이 하는 것. 하지만 막상 써보면, 이것이 안 됩니다. 몇 번이나 시도했고, iOS 10 업데이트 이후 나아지리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타이핑은 괴로운 일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일단 한영 전환 단축키를 사용자가 변경할 수 없습니다. 애플은 '엘 캐피탄'을 내놓으면서, 언어전환 기본 단축키를 command + space에서 control + space로 변경합니다. 맥 자판을 보면, command는 space 키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엄지손가락 2개로 한영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엘 캐피탄에서 검색 기능인 '스팟라이트'를 강화하면서 이를 좀 더 쓰기 쉽도록 command + space에 배정합니다. 그리고 언어 전환은 control + space가 됩니다. control 키는 위치상 새끼손가락을 사용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암만해도 빠른 언어 전환은 command + space가 좋습니다.
기본 단축키를 바꾸어도 맥에서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단축키를 사용자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이패드 입니다. 아이패드 프로의 기본 한영 전환 단축키는 control + space로 맥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단축키를 사용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 보니 저 또한 control + space를 쓰고 있습니다. 계속 쓰다 보면 익숙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한 지 1년이 다 되어 감에도 전혀 적응이 안 됩니다. 여전히 맥에서는 command + space를 씁니다. 이외에도 스마트 키보드에는 별도의 언어 전환 전용키(지구본)가 추가되어 있긴 합니다만 위치가 애매합니다.
일단 애플은 단축키 변경 기능을 추가할 생각은 없나 봅니다. iOS 10에서는 또 다른 언어 전환 키가 추가됩니다. caps lock으로 한영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caps lock은 거의 쓰이지 않는 편이고, 기존 단축키보단 좀 더 누르기 편한 위치이긴 합니다.
control + space, 전용키, caps lock 모두 왼쪽 새끼손가락을 사용해야 합니다. 한영 전환의 사용 빈도가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사용자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자가 단축키를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만, 향후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아직은 고려의 대상이 아닌 듯합니다.
한영 전환 자체의 불편함
불편하긴 하지만 단축키는 당장 방법이 없으니 감내하고 익숙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iOS 10에서 caps lock으로 한영 전환이 지원되길래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caps lock으로 한글에서 영문으로 전환 후 대문자를 입력하기 위해 시프트 키를 누르는 순간, 이모티콘 키보드가 툭 튀어 올라옵니다. 이렇게 이모티콘 키보드가 올라온 상태에서는 caps lock도 shift도 먹통입니다. 한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이모티콘 키보드를 내려야 합니다.
영문 변환 후 시프트 키를 눌렀을 때 이모티콘 키보드가 올라오는 현상은 control + space에서도 나타납니다. 다만 control + space에서는 이모티콘 키보드 상태에서 한영 전환이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버그가 하나 해결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한영 전환 후 키를 누르면 버그가 하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 영어로 전환 후 키를 누르면 첫 번째는 한국어가 입력되고 이후 영어가 입력됩니다. 이는 반대의 상황도 똑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타이핑을 할 때마다 글자를 하나 지워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 버그가 고쳐졌습니다.
그런데 이 버그는 언어 전환 전용키 상태에서는 여전히 나타납니다. 그리고 언어 전환 전용키로 언어를 변경한 후 시프트 키를 누르면 이전 언어로 돌아가 버립니다. 한국어에서 영어로 전환 후 대문자를 입력하려고 시프트를 누르면 다시 한국어가 되어 버리는 거죠.
편하게 타이핑 하고 싶다
일선 취재 현장에서는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른 타이핑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몇 번이나 아이패드 프로를 열었지만, 결국에는 맥북프로를 꺼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주는 작업의 용이성은 상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를 가지고 다니며, 종종 제 무릎 위에,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작업을 해 봅니다. 영문 자판만 쓰는 이에겐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영 변환을 엄청 자주 해야 하는 국내 사용자에겐 현재의 방식이 분명 불편한 일입니다. 매끄럽게 언어를 전환해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