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국내 출시를 앞두고, KT에 바란다
생각해보면, 근 2년이 걸렸다. 연인이 군대에 들어가 언제 전역 하나 기다리는 기간도 아니고, 한 고시원이 합격을 위해 머리 싸매고 공부를 했던 기간도 아니다. 이는 국외에 이미 출시된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당시에는 ‘다음달폰’, ‘내년폰’, ‘내후년폰’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아이폰을 만날 수 있게 해준 KT에 마음속으로 ‘감사’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애플 홈페이지에 출시 예정 국가였던 대한민국이…
드디어 서비스 지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이폰 3Gs에 이어 아이폰4를(안테나 수신 불량 문제를 둘러싼 출시 연기 문제를 뒤로 잠시 미루고) 연이어 곧(늦어도 9월에는 출시될 것으로 생각하기에) 출시하는 KT에 이전처럼 ‘감사’ 혹은 ‘고마움’을 표시하는 이들이 있을까? 분명히 이전보다는 적으리라고 예상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KT가 아이폰을 서비스하는 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었기 때문에….
아이폰 예약판매로 발생했던 문제점
1, 2차 예약판매와 공식 런칭 행사
KT가 아이폰 3Gs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도 잠시, KT에 대한 ‘고마움’의 감정이 ‘짜증’으로 바뀌는 데는 단 2주일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잠시 시간을 작년 11월 말로 돌려보자.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1차 예약판매 기간 동안 KT의 폰스토어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폰스토어에 가입하고 결제단계에서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라는 메시지가 나온다든가, 카드결제까지 끝냈는데 마지막 창에서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나온다든가, ‘온라인 가입신청서 작성하기’가 되지 않는다든가, ‘상품이 없습니다’라는 뜬금없는 메시지창만 반복적으로 뜬다든가 등등.
결국, 11월 24일 1차 예약 판매가 종료되는 시점에 KT는 ‘24일 이전에 온라인서식지 등록까지 완벽하게 끝낸 예약구입자에 한해 11월 28일부터 30일 사이에 예약 접수한 순서대로 수령 가능하다고 공지를 띄우기에 이른다.
이후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2차 예약판매를 시행했으며, 이 기간에 예약 구매한 대기자는 12월 2일부터 4일 사이에 예약 접수한 순서대로 수령 가능하다고 공지를 띄웠다.
또한, KT는 11월 28일 잠실 체육관에서 공식 런칭 행사를 진행하며, 예약 구매한 사람 중 1,000명을 추첨해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개통을 시켜준다고 약속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이 오프라인 개통 행사를 선착순으로 1,000명을 뽑은 것이 아니고 추첨식으로 뽑아서 실제 참가자는 약 700~800명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국내에서 처음 아이폰을 개통한 허진석 씨
더구나 선착순 1~500명에게는 다양한 경품을 지급한다고 공지해 국외처럼 국내에서도 아이폰을 먼저 개통하기 위해 밤을 새워 기다리는 구매 대기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11월 말) 밤새도록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커피 한 잔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밤을 지새우던 이들에게 공식 런칭 기념 현장개통 행사는 ‘상처뿐인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KT는 홍보용도로 ‘USTREAM’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생방송도 했지만, 썩 반응이 좋지 않았다
2. 예약 구매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시간이 흘러 11월 28일이 되자 1차 예약판매를 통해 구매한 접수자 중에 아직도 배송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속속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30일까지 받아야 했던 1차 대기자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역시나 약속했던 마지막 날까지 배송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KT로의 문의전화가 밀려왔고, 단 2분의 통화를 위해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한 블로거가 전하기를, 2시간 동안 계속해서 대기음인 ‘딴 따라라~’를 들었지만 상담원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아이폰 배송을 위해 노력하는 KT’라는 정체불명의 사진
오죽하면 1차 예약 구매한 접수자들이 기다리다 못해 아이폰 발송을 담당한 우체국 택배에 문의해 직접 우체국으로 자신의 아이폰을 찾으러 가는 현상도 벌어졌다. 더구나 11월 28일은 토요일, 29일은 일요일이라 택배 발송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예약 구매자들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했었다.
우체국 택배 창고에서 자신의 송장번호가 찍힌 상자를 찾는 아이폰 예약 접수자들
결국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예약접수 순서대로 발송한다는 KT의 약속은 일괄적인 묶음 배송이었으며, 먼저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고 약속했던 것은 무시되고 마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후 KT는 예약가입 기간 동안 불편을 끼친 것에 사과 공지문을 올리고 3개월 동안 매월 무선데이터 500MB를 무료로 추가 제공한다며 무마가 되었다.
아이폰 3Gs 개통을 위해서는…
그렇게 1차 폭풍 격인 예약 구매자들의 아이폰 수령기가 끝나고 나자(이후, 정식 구매 시에도 약 1주일에서 10일은 기다려야 아이폰을 수령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아이폰을 개통하기 위한 2차 폭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별 문제 없이 아이폰을 개통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구매자도 판매하는 KT도 유심(USIM)을 이용한 첫 스마트폰 개통이었기에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이폰 개통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한 매장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고객센터에 전화해 2시간 동안 대기음을 듣고 개통 상담을 하자 KT 직영점으로 가면 개통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은 한 구매자. 인터넷을 이용해 KT 플라자로 가자 들은 대답은 ‘이곳은 구 KT(전화국)이니 구 KTF를 담당하는 곳으로 가셔야 한다’ 였단다. 이에 안내해준 구 KTF였던 KT 플라자에 도착해보니, 전날부터 찾아온 많은 사람이 있어 예약표를 교부해 주고 있었던 것. 직원이 건네준 예약표에는 대기인수 160명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미 유심을 사용하고 있던 한 사용자는 아이폰 3Gs를 받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2시간을 기다려 상담원과 개통전화를 상담했다고 한다. 그는 기존 사용하던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유심을 빼서 배송 받은 아이폰 3Gs로 옮긴 후 전원을 켜고 개통문자를 기다리면 된다는 말에 그대로 실행했지만, 개통되었다는 문자는 전혀 오지 않았다. 이에 아이폰에 꽂았던 유심을 다시 원래 휴대폰에 꽂아 통화를 시도했지만, 기존 휴대폰까지 통화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자신이 겪은 것을 그대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던 한 예약 구매자
주변의 전화기를 동원해 다시 상담원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상담 시간이 종료되었다는 말만 들렸단다. 이에 직영 대리점으로 전화연결을 해 오후 8시쯤 한 상담원과 연결이 되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오후 8시가 넘어 전산처리가 불가능해 다음날이 되어야 가능하다는 답변. 결국 기존 휴대폰과 아이폰 3Gs 두 개 모두 전화기능을 상실한 채 만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하게 개통했다는 한 구매자의 사연은 이러했다. 명동의 한 직영점을 찾아갔더니 개통 대기자의 줄이 건물을 둘러싸서 계속 이어져 있더라고. 약 4시간을 밖에서 기다린 후에 30분간의 개통절차를 거쳐서 해결했다고 한다.
당시 프리스비 명동점(애플 공식 대리점)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개통 대기자들
대리점 판매 시작 공지로 인한 문제점
그렇게 예약 구매자들의 배송 수령 문제와 개통 문제로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들썩거릴 때, 한 가지 사건이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대리점 판매 시작이었다. KT의 공식 판매처인 ‘폰스토어’ 이외에도 대리점에서 아이폰을 판매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예약 구매를 한 사람들이 제품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리점에서 먼저 구매할 수 있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결국 12월 1일부터 대리점에서 판매하기로 했던 공지는 대리점을 찾아가도 ‘아직 판매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고, 12월 2일에서야 단계적으로 소량의 물품만이 대리점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달리 생각하면, 예약 구매를 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이폰 3Gs로 교훈을 얻은 KT
작년 11월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졌던 이 현상은 KT가 아이폰 3Gs를 국내에 들여오며 거둘 수 있었던 이미지 상승효과를 스스로 무너뜨린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당시 폰스토어 고객센터 Q&A 게시판만 보아도 이 모든 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예약 구매자 수가 작년 11월 27일 정오를 기해 약 65,000명이었던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 항간에는 ‘만약 다른 통신사였다면, 약 65,000명이라는 예약 구매자 수에 이렇게 우왕좌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에 반박하지 못하는 결과만 내보인 것이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이제 지난 과거일 뿐이다. 요즘처럼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이 발달한 상황에서 감출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이미 사과문과 보상을 내밀면서 KT는 과거의 문제점을 어떤 식으로든 무마시켰고, 구매자들은 이에 응했다.
본 기자는 앞으로 있을 아이폰4 출시와 관련해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아이폰4 국내 출시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안타깝다. 안테나 수신 불량과 같은 기기 결함 문제점이야 KT에 책임을 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넘어갈 수도 있다. 국내 전파인증 신청도 그동안 애플 코리아가 직접 해왔기에 이 역시 KT에 책임을 물기 어려우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전 3Gs 배송/개통 과정에 있었던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면? 그 책임도 애플에 돌릴 것인가?
아이폰4 수신불량, 일명 ‘안테나게이트’를 발표하는 애플의 스티브잡스 CEO
현재 애플 아이폰 A/S와 관련해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KT의 운영 미숙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애플이 A/S 정책에 관련해 전 세계에 동일하게 반영한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국내 일반 사용자들은 그런 무책임한 답변을 바라지 않는다. 차라리 과거 아이폰 3Gs 배송지연과 관련해 솔직하게 사과문과 보상책을 제시한 KT의 모습이 더 바람직해 보이는 것은 비단 본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아직 정확하게 출시가 언제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아이폰4 출시를 과거 아이폰 3Gs 때처럼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가 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그만큼 KT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최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경쟁 통신사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KT는 이런 문제를 한번 겪어왔다. 과연, 곧 있을 아이폰4 출시와 이어질 서비스에 대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궁금해지는 바이다. 현재 지난 12월 예약판매 기간부터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아이폰 3Gs를 사용하고 있는 한 명의 사용자로서 말하고 싶다. 중국 속담에 ‘웃는 얼굴이 아니라면 가게를 열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준비를 확실히 하자. 기본, 즉 지킬 건 지키는 KT가 되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