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무선 다 받아주어라~ 소니 SRS-ZR7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피커라는 물건은 말 그대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니 이런저런 기기에 다양한 형태로 탑재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크기가 제한적이고, 제품 단가 상승 등의 문제로 성능은 그렇게 좋지 않다. 자연히 우리는 이어폰이나 헤드폰, 홈시어터, 사운드 바 등 별도의 스피커들을 따로 구매해 쓴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누군가는 정말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투자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스피커가 사실 어떻게 보면 번거로운 존재다. PC나 오디오 플레이어, TV 등 소리를 들을만한 곳에는 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으니 공간도 제법 차지한다. 이런 중복투자(?)를 최대한 줄이고 감동적인 사운드까지 경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니 SRS-ZR7은 이런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는 유무선 스피커다. 지난해 선보였던 SRS-X88의 뒤를 잇는 이 스피커는 사운드 바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휴대용 블루투스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배터리 미포함) 블루투스부터 USB, HDMI 등 유무선 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이는 곧 활용도가 높음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소리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기존 소니 스피커에서 꾸준히 연장되는 디자인
SRS-ZR7의 디자인은 소니 히어 고(h.ear go) SRS-HG1에서 덩치를 키웠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둥글게 마감된 모서리와 그 면을 따라 뼈대를 형상화한 라인은 확신을 심어주는 요소라 하겠다. 소니는 거의 완벽한 윤곽(Definitive Outline)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와 닿는 부분은 아니지만 미려한 느낌을 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사실, 이 디자인 요소는 소리 재생을 위해 적용된 것이다. 부드러운 모서리를 통해 음파가 부딪쳐 왜곡되는 회절현상을 막고자 했기 때문이다.
크기는 폭 299mm, 높이와 두께 모두 85mm다. SRS-X88과 비교하면 제법 작아졌다. 이 제품의 크기가 폭 359mm, 높이 111mm, 두께 103mm 였으니,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무게도 2.7kg에서 1.8kg으로 감량에 성공했다.
상단 구성은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전원(블루투스 연결) 버튼과 함께 음량 조절, 기능(Function) 버튼이 있다. 전원을 제외하면 모두 터치 방식이다.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눈과 귀로 직접 보는 수 밖에 없다. 기능 버튼은 한 번 터치할 때마다 상단 LED로 기능이 전환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낫다. 반면, 음량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원형 아이콘이나 막대 같은 것을 LED로 만들어 넣은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이었을까?
블루투스 연결은 전원을 켠 다음, 같은 버튼을 다시 약 5초 가량을 누르고 있으면 상단에 블루투스(Bluetooth)라는 문구의 LED가 점멸하면서 연결 가능 상태가 된다. 연결하는 과정은 간단하고, 한 번 연결만 되면 이후에는 전원을 자유롭게 켜고 꺼도 즉시 기기간 블루투스 연결이 이뤄지므로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이와 별개로 근거리 무선통신(NFC)를 지원한다. 상단 중앙을 보면 N 이라는 문구의 근거리 무선통신 아이콘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 위로 스마트 기기를 올려두면 된다. 그 전에 스마트 기기 내 설정에서 근거리 무선통신이 활성화 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기기를 올려두면 스마트 기기 화면에 기기간 연결을 할지 묻는다.
후면을 보니 다양한 기기 연결을 지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USB 단자 2개와 HDMI 단자, 유선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RJ-45 단자 등이 있다. USB A 규격 단자는 외부 저장장치 연결에 쓴다. USB 저장장치라 함은 외장 하드디스크도 포함된다. 음원이 저장된 저장장치를 연결하면 그 즉시 재생된다. B 규격 USB 단자는 PC나 스마트폰 등에 유선 연결하는데 쓰인다. 참고로 스마트폰 연결은 전용 단자를 써야 가능하다.
HDMI는 음성 전용 채널(ARC – Audio Return Channel)에 대응하는데, TV 내 ARC 표기가 된 단자에 연결하면 화면은 TV로 음성은 스피커로 출력된다. 다만 모든 TV가 이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는 유무선 모두 제공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모두 DLNA 또는 구글 캐스트(Google Cast) 오디오, 송팔 링크(SongPal Link) 앱을 통한 스트리밍 재생 등을 지원한다. 일부 기능은 스마트 기기 애플리케이션 설치가 필요하다. 상단 버튼은 자주 쓰지는 않을 듯 하다. 업데이트와 무선 보안(WPS), 무선 스테레오 연결 설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히어 고 SRS-HG1과 마찬가지로 SRS-ZR7 역시 스피커 전면 그릴을 떼어낼 수 있다. 스피커 바닥에 스위치가 하나 있는데, 이를 밀어내면 그릴이 분리된다. 동일한 자석 방식이므로 그릴을 장착하려면 그냥 전면에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잘못 다루면 유닛 파손의 우려가 있으니 그릴은 가급적 안전한 곳에서 분리하기를 권장한다.
유닛 구성을 살펴보자. 제품의 크기가 있고, 내장 배터리로 작동하는 구조가 아니니 제법 화려하게 배치되어 있다. 전면부 양쪽 끝에는 2개의 45mm 풀 레인지 유닛으로 중고음역대를 표현하고, 저음을 내는 우퍼를 풀 레인지 유닛 사이에 둬 단단한 저음을 뿜어낸다. 후면에는 큼직한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달아 중저음의 깊이를 더했다. 이를 통해 SRS-ZR7은 96W(46W x 2)의 출력을 구현했다. 출력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 크기 대비 출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높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제품에는 압축 음원의 주파수와 대역폭을 업스케일링하는 DSEE HX 기술이 적용되어 있으며, 최적의 음질 구현을 위한 클리어 오디오(ClearAutio)+ 기술도 적용됐다. 디지털 앰프인 에스-마스터(S-Master) HX를 통해 잡음이 억제된 깔끔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도 눈에 띈다. 탄탄한 청음 환경 제공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제공된다.
블루투스 기본 코덱의 전송 대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니가 자체 개발한 엘댁(LDAC)도 경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는 apt-X나 SBC 코덱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apt-X가 CD 음질, SBC가 일반 MP3 음원 전송에 맞춰져 있다. SRS- ZR7은 apt-X 대신 SBC와 AAC, LDAC을 지원한다. 블루투스는 4.2 버전에 대응한다.
LDAC 기술은 간단하다. 24비트/192kHz 고해상 음원은 용량이 수백 메가바이트(MB) 가량으로 크기 때문에 SBC나 AAC 등의 전송대역으로는 한계가 따른다. 그래서 전송 대역폭을 높여 고해상 음원의 전송 대역에 대응, 100%에 가까운 음질을 구현하게 된다. SBC 코덱이 328kb를 1초에 전송 가능한 반면, LDAC은 1초에 990kb를 전송한다. 3배 차이로 그만큼 더 많은 음원 데이터 구현이 가능해진다.
전원 케이블을 보니 세심한 부분에 신경 쓴 흔적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일반 무선 스피커들에도 제공되는 케이블이지만 마무리가 다르다. 페라이트 코어(Ferrite Core) 때문이다. 변압기나 유도기의 심으로 주로 쓰이지만 케이블을 지나는 노이즈를 걸러내는 필터의 역할로도 쓰인다. 흔히 케이블을 페라이트 코어에 감는 형태를 취한다.
음량을 높여야 본색 드러내
이제 SRS-ZR7의 음질을 경험해 볼 차례다. 연결은 일단 소비자들이 많이 쓸 법한 블루투스를 선택했다.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갤럭시 S7 엣지와 소니 플래그십 오디오 플레이어인 NW-ZX2를 각각 사용했다. 갤럭시 S7 엣지의 음원 재생 플레이어는 온쿄 HF 플레이어로 MP3와 고해상음원(FLAC)을 번갈아 재생했으며, ZX2는 LDAC 연결로 고해상음원 재생을 시도했다.
먼저 스마트폰으로 고해상 음원을 재생했을 때의 소리를 들어봤다. 기기의 음량은 기본(초기 50%) 상태로 적용되어 있다. 이 때의 재생 능력은 평범한 느낌이지만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은 듯 하다. 마치 스피커와 나 사이에 약 5cm 정도 두께의 스티로폼 벽이 있는 것 같다고 할까? 표현은 분명히 잘 되고 있는데 오묘하게 울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혹시나 해서 스피커의 위치를 조절하니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소리 직진성이 높기 때문이었는데, 머리와 가까운 위치에 스피커가 있어야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얼굴과 가슴 정도에 스피커가 있어야 한다. 책상에 앉는 정도로도 좋은 소리를 경험하긴 어려웠다. 이 때는 스피커를 살짝 기울여 유닛을 머리쪽으로 향하게 맞춰 해결했다. 이쯤 되니까, 스피커의 각도를 조절하는 구조를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소니 오디오 플레이어 NW-ZX2와 SRS-ZR7을 LDAC으로 연결해 고해상 음원 감상을 시도했다. 참고로 소니 기기 사이에는 블루투스 연결만으로 LDAC 지원이 가능하다. 일부 기기는 선택 사양으로 설정해 둘 수도 있다.
갤럭시 S7 엣지와 NW-ZX2는 같은 고해상 음원(FLAC) 파일임에도 표현은 미묘하게 달랐다. LDAC이 조금 더 세밀한 표현력을 보였다. 예를 들어 보컬 뒤에 약하게 표현되는 코러스나 기타 소리 뒤에 섞인 피아노 소리 등이 조금 더 선명하게 들리는 식이다. 처음 듣는 음원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부분이다. 때문에 오랫동안 즐겨 듣던 음원을 무손실로 들어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루투스와 LDAC 모두 음원의 질(MP3 / FLAC)에 따라 표현력에는 약간의 차이는 보였다. 대신 표현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소리를 내는 제품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저음은 전면에 2개, 후면에 라디에이터 등을 배치했음에도 강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기존 소니 헤드폰이나 이어폰처럼 단단하게 필요할 때에만 쳐준다. 빵빵한 저음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히어 고 SRS-HG1처럼 엑스트라 베이스 버튼을 통해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스피커의 진가는 음량이 2/3 정도 이상일 때 드러난다. 음량이 중간 이하일 때는 소리가 뭉개지는 현상이 더 강해지는 반면, 음량이 2/3 이상에서는 본연의 실력을 유감 없이 뽐냈다. 대신 소리가 매우 커지므로 이에 따른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해두자.
HDMI나 USB DAC 등을 활용해도 기기 자체의 성향은 큰 변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해상 음원 파일이면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MP3 음원 재생이라면 파일 자체의 한계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마지막으로 소리에 대한 평가는 기자의 주관적인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이에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라면 가급적 제품을 직접 체험하기를 권장한다. 소니 스토어가 있으니 한 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기는 빵빵한 소리
소니 SRS-ZR7의 가격은 39만 9,000원으로 비슷한 성격의 SRS-X88의 49만 9,000원에 비하면 10만 원 저렴하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X88에 비하면 ZR7은 일부 편의 장치나 기능을 제거한 원가절감형 제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X88에 있던 리모컨이 제외됐고, 트위터와 마그네틱 플루이드 유닛은 풀레인지 유닛으로 변경됐다. 우퍼는 2개로 늘었지만, 이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수준이다. 그래도 스피커의 기본기 자체는 좋다. 대신 스피커의 높이와 각도에 신경 쓸 필요는 있어 보인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SRS-ZR7 보다 히어 고 SRS-HG1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0만 원 더 저렴하고(29만 9,000원) 작지만 엑스트라 베이스 제공으로 소리의 빵빵함을 선택할 수 있으며, 스테레오 페어링 또한 가능하다. 외부 저장장치와 유선 네트워크 정도만 지원하지 않을 뿐이다. 그 외 기능은 모두 동일하다.
이 제품의 장점은 다양한 외부 기기와의 대응 능력이다. HDMI ARC to TV, 유선 네트워크, 외부 저장장치로 실내 활용성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반면, 이것이 필요 없는 소비자가 굳이 SRS-ZR7을 선택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SRS-HG1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