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성능 TLC SSD의 시대, 마이크론 크루셜 MX300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은 SSD를 파는 업체가 정말로 많다. 기존의 저장장치 제조사는 물론이고, 저장장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던 업체들까지도 SSD 라인업을 한 두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좋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제품을 사야할지 고민이 커졌다.
업체 수가 늘어난 것 외에 또 한가지 눈에 띄는 SSD 시장의 변화는 역시 TLC(triple-level cell) 방식의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제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TLC는 셀(기록소자) 하나당 3비트씩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2비트씩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존의 MLC(multi-level cell) 방식 대비 용량을 높이고 단가는 낮추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수명이나 성능 면에서 TLC는 MLC에 비해 불리하다는 점 때문에 TLC 방식 SSD를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실제로 초기형 TLC SSD 중에는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추세 속에서 TLC SSD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제조사들은 기술 개발을 통해 기존 TLC의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소개할 마이크론(Micron)의 크루셜(Crucial) MX300(유통사: 대원CTS) 역시 그런 제품 중 하나다. 가격대비 넉넉한 용량을 제공하는 TLC SSD의 특징을 살리면서, 제조공정이나 콘트롤러(제어기)의 개선을 통해 성능과 내구성도 강화했다고 한다는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평범한 외형, 평범하지 않은 용량 구성
크루셜 MX300의 외형은 흔히 쓰이는 2.5인치 규격 SSD와 다를 바 없다. 제품 두께는 7mm이며, 두께 9mm HDD 베이에 장착했을 때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한 두께 2mm의 부착형 스페이서를 함께 제공한다. 시스템 연결 인터페이스 역시 가장 많이 쓰이는 SATA3(6Gbps) 규격이다. 시중에 쓰이는 대부분의 노트북이나 데스크탑과 호환될 것이다.
제품의 외형 이상으로 눈에 띄는 건 용량 구성이다. 시중에 팔리는 TLC SSD는 240GB / 480GB / 960GB 용량 단위로 파는
경우가 많은데, 크루셜 MX300은 275GB / 525GB / 1TB 용량의 모델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가격은 기존의 240GB /
480GB / 960GB SSD와 비슷하다. 2016년 8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크루셜 MX300의 275GB 모델은 8만
7,000원, 525GB 모델은 16만원, 1TB 모델은 33만 4,000원에 팔린다. 경쟁 제품 대비 약간의 용량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것도 나름의 장점이다.
3D NANO 공정과 마벨 컨트롤러 기반의 고성능에 주목
그 외에 3D NANO 공정을 도입하고 고성능 컨트롤러를 적용해 성능과 내구성을 강화했다는 점도 마이크론은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고급형 SSD에 주로 탑재되는 마벨(Marvell)사의 88SS1074 컨트롤러가 적용된 점이 눈길을 끈다.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적인 성능도 상당하다. 리뷰에 이용한 275GB 모델 기준, 읽기 속도 최대 530MB/s, 쓰기 속도 최대 500MB/s인데, 이는 현재 SATA3 규격 SSD가 낼 수 있는 속도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TLC SSD는 수명이 짧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인지 275GB 모델 기준, MTTF(평균고장시간, mean time to failure)가 1.5백만 시간에 이르고 80 TBW(총 80TB 용량의 기록을 보증함)에 이르는 강력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마이크론은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당장 증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손쉬운 데이터 복제를 위한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도 제공
소프트웨어 지원도 괜찮다. 초보 사용자는 SSD를 구매한 후 운영체제나 응용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크루셜 MX300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복제) 기능을 갖춘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 HD(Acronis True Image HD)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본체 패키지에 담긴 쿠폰의 URL과 시리얼번호를 이용해 다운로드 및 활성화가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의 HDD에 담긴 모든 데이터 및
환경을 SSD로 손쉽게 복제할 수 있으니 굳이 운영체제나 각종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다만, 기존의 HDD와 새 SSD가 같은
PC에 물려 있어야 한다. 데스크탑은 별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노트북이라면 외장하드 케이스나 SATA-USB 변환 케이블이 필요할 것이다.
측정된 성능은 기대 이상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직접 성능을 측정해 보자. 인텔 코어 i7-6700K CPU와 에이수스 막시무스VIII 메인보드로 구성된 윈도우10 64비트 시스템을 이용했다. 여기에 저장장치의 성능을 측정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크리스탈디스크마크(cryctaldiskmark)를 실행, 각 수치를 확인해봤다.
확인된 성능은 대단히 우수하다. 순차적 쓰기 속도가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와 거의 같으며, 특히 체감적인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4K / Q32TI 관련 수치도 대단히 높다. 이는 자잘한 파일을 연속적으로 쓰거나 지울 때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사실 이 정도면 SATA3 기반 SSD가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운 성능이다. TLC SSD가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할 수 없을 것 같다.
TLC SSD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대
SSD 구매를 함부로 추천하기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이유는 물론 호되게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이면 딱히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10만원 이하에 200~300GB 용량의 제품을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마이크론의 크루셜 MX300 역시 무난히 접근이 가능한 제품이다. 특히 경쟁 제품 대비 좀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한다는 점, 성능이 제법 뛰어나다는 점이 매력이다. 무상 A/S 기간은 3년으로 업계 평균 수준이다.
물론 TLC 기반 SSD의 내구성에 아직도 불안을 느끼는 소비자는 있다. 몇 개월 내지 몇 년을 써보지 않고는 내구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을 더하는 요소다. 하지만 분명한 건 크루셜 MX300의 성능이 어지간한 MLC SSD에 맞먹거나 능가할 정도로 우수하다는 점, SSD 시장의 TLC 화는 이미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제법 오랫동안 터를 닦은 마이크론의 실력에 기대를 걸어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