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벤처스 백승민 대표, "VC를 알아야 투자로 이어진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2016년 8월 11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3층에 위치한 '에이큐브:인텔TG랩(이하 에이큐브)'에서 안양창조경제산업진흥원(원장 박병선)과 IT동아(대표 강덕원) 주최로 'VC와 파트너십의 시작'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강연은 어니스트벤처스의 백승민 대표가 나섰다. 어니스트벤처스는 올해 2월 새롭게 마이크로VC로 등록한 벤처캐피탈이다. 지난 3월 한국벤처투자(이하 모태펀드)의 2016년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마이크로VC 분야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참고로 마이크로VC 펀드는 작년 정부가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다. 예비창업가와 공동 창업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엔젤투자자와 창업 후 7년 이상 벤처기업의 투자를 집행한다.
먼저 어니스트벤처스의 백승민 대표가 설명에 나섰다. 그는 "세종벤처, 한국벤처투자 등 VC 관련 일을 약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 VC는 투자 재원을 본계정과 조합계정 두 가지로 본다"라며, "대부분의 투자는 조합에서 이뤄지는데, 패턴에 따라 자금을 원하는 입장에서 창투사나 조합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인사말을 대신했다. 이어서 VC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VC는 기업의 성장곡선을 봤을 때 IPO 상장 전에 투자한다. 투자를 결정하고, 해당 기업이 상장하고 난 뒤에는 대부분 투자금을 회수한다. 다만, 지금은 VC의 영향력이 커져서 그 이후까지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창업한 뒤에 투자를 받는 영역은 다들 잘 아실 것이다. 처음에는 창업한 대표의 설립자금이고, 이후 수천만원에서 3억 원 사이의 엔젤투자가 있다. 이어서 5억 원에서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가 있고, 30억 원에서 100억 원 사이의 시리즈 B, C 등이 이어진다. 여기서 VC가 주로 투자를 결정하는 단계는 시리즈A다. 간혹 B, C 단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높은 단계의 투자는 자문사,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있기에 많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투자 받기를 원하는 기업은 각 포지션에 맞춰서 관련 투자기관과 관계를 갖는 것이 효율적이다. 엔젤투자가에게 시리즈 B, C를 얘기하면 투자 성사 확률이 떨어진다. 그만큼 현재 포지션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 기관을 잘 파악해야 한다. VC가 투자하는 경우는 창업 초기에 많이 쏠려 있다. 젊은이들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조성된 '청년창업펀드'가 대표적이다. 대표이사가 40세 미만이거나 전 직원의 50%가 29세 이하여야 투자 받을 수 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조성된 금액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한다(약 5,000억 원 정도). 정부의 목적상 창업 초기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리하면 VC는 청년창업펀드와 창업초기조합을 메인으로 움직인다."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창업하고 난 뒤, 투자를 받으려고 할 때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괜찮으면 엑셀러레이터나 청년창업펀드에서 투자한다. 하지만, 시리즈 A 투자를 받으려면 비즈니스 모델과 더불어 수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즉, 사업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 'VC가 아, 그럴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하지만, 사업 모델이 중요한 이유다."
"VC가 투자하는 형태는 크게 네 가지다. 보통주와 우선주, CB와 BW다. 보통주는 창업자가 선호한다.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 다른 것을 신경쓸 필요가 거의 없다. 또한, 창업 자본으로 묶이기 때문에 상환의 불편함도 적다. 우선주는 투자사가 우선해 배당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의결권은 없다. 때문에 VC는 대부분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원하는데, 상환권과 전환권이 있다. 상환권은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경우에 우선적으로 돌려 받을 수 있으며, 전환권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는 것이다. 우선주는 VC와 기업 간 협상카드로도 사용된다. 우선주를 보통주와 1:1 또는 1:2, 1:3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잘 기억해야 하는 부분이다. CB나 BW는 채권 형태의 투자다."
"VC가 투자기업를 선정할 때는 크게 4단계로 진행한다. 트랜드 분석, 대상업체 파악, 대상업체 분석, 리스크 분석이다. 트렌드 분석. 말 그대로다. '어떤 산업이 뜰까?'를 고민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단계다. 트렌드 분석 단계가 끝나면 대상 업체를 파악하고, 어떤 업체가 해당 분야의 리더가 될지 판단한다. 이어서 해당 업체에 대해 분석하고, 마지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이 있는지 파악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Timing'과 'Exit'다. 어디까지나, VC는 사업가가 아니고 투자가다. 투자하고 난 뒤, 다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뜻이다. 즉, VC는 투자할 Timing과 Exit하는 단계인 'IPO', 'MME', '배당'을 생각한다. 기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VC가 투자를 꺼려하는 기업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 저거 뜨네? 그럼 나도 해야지!'하는 'Me too형', 사업계획서가 좋아서 만났는데 '이미 투자 받았다'라거나 투자 받는다라고 했다가 다시 안받는다고 했다가 말을 뒤바꾸는 '하겠다/됐다형', 무조건 자기 의견만 내세우고 주변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 '독불장군형', 비즈니스 모델은 좋지만 자본구조나 사업 모델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재무구조 무시형' 등이다. 특히, 최근 창업을 준비 중인 젊은 창업가에게 이런 유형이 많다. 이런 어린 창업가를 만날 때마다 이렇게 얘기한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은 동아리고, 남이 좋아야 하는 것이 사업이라고. 아무리 좋은 서비스나 제품이어도 결국은 누군가가 사줘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VC가 투자를 선호하는 기업은 간단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타겟 시장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경쟁업체를 파악하고 있는 업체, 경쟁업체 대비 비교우위 업체, 회사멤버들의 결속력이 강한 업체, 대표이사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업체, 투자사가 벨류체인을 강화시킬 수 있는 업체 등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도 중요하지만, VC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백승민 대표의 강연은 약 1시간 정도 이어졌다. 그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을 알렸다. 자신의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포지션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어떤 투자를 유치할 것인지 미리 정리해야 하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 사업 모델도 중요하지만, 결국 투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내 결속력, 창업자의 카리스마 등을 강조한 이유다.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세미나 참가자와 백승민 대표 간 네트워크 모임도 이어졌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안양창조산업진흥원의 박병선 원장은 "에이큐브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라며, "이번 VC와 파트너십의 시작과 같은 창업 이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되는 세미나를 비롯해 토크콘서트, 독서클럽, 창업교육, 빌드업CEO, 커뮤니티데이, 게임잼과 앱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미 준비했다. 젊은 창업가들이 에이큐브를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