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밍 VS. 현지심'...해외 여행 시 무엇 쓸까?
[IT동아 김태우 기자] 과거보다 해외로 여름 휴가를 떠나는 이가 부쩍 늘었다. 국내로 여행 가는 비용과 해외여행 비용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안 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렇게 여행뿐만 아니라 업무를 위한 출장 등으로 해외에 나가게 되면 대부분 외국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로밍을 하게 된다. 전화 통화를 하고, 카카오톡을 보내고, 구글 지도로 길을 찾기 위함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는 해외 현지 통신사와 제휴해 로밍을 제공하게 되며, 통신 주파수가 일치하면 국내 스마트폰을 해외 현지에서도 별다른 조작 없이 자동 로밍이 되어 쓸 수 있다. 물론 이런 자동 로밍이 되지 않는 국가의 경우 휴대폰을 임대해야 하지만.
하루 1만 원 안팎의 정액 로밍 요금제
자동 로밍이 되는 국가라면, 사용자는 대부분 24시간 동안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정액 로밍 요금제에 가입한다. 이동통신 3사 모두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요금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3G와 LTE 모두 제공하고 있다.
먼저 3G 정액 로밍 요금제는 SKT 9900원, KT 1만 1000원, LG유플러스는 1만 1000원이 과금된다. 다만 1일 사용량이 100MB를 초과하면, 속도가 200Kbps 이하로 제한된다. 과거 정액 로밍 요금제는 무제한 로밍 요금제로 포장되었지만, 속도 제한이 알려지면서 무제한이라는 단어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LTE 정액 로밍 요금제는 이보다 조금 더 비싸다. SKT와 KT는 1만 6500원, LG유플러스는 1만 7000원이다. LTE라고 속도 제한이 없지는 않다. SKT는 일 사용량 250MB를 넘으면 200kbps로 속도를 제한한다. KT는 일 사용량 200MB 소진 시, LG유플러스는 300MB 소진 시 속도를 200kbps로 줄인다.
해외 출장을 가끔 가게 되는데, 그럴 때 마다 3G 정액 로밍 요금제를 사용했다. 해외 현지에서 72시간만 보내면, 다음 달 통신 요금에 3만 원 이상이 더해져 10만 원을 쉽게 넘긴다. 쓰다 보면 금방 속도도 느려져 답답해지는 로밍을 은근 높은 비용을 지급하면서 몇 년째 꾸역꾸역 써왔다.
현지심 도전
가끔 해외 출장을 가지만, 그동안 현지심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올 2월 스페인 출장에서 이런 생각이 바꿨다. 동료가 스페인 현지 심을 사용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LTE가 지원돼 속도가 꽤 빨랐다.
그리고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에 업무차 출장을 가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정액 로밍 요금제에 가입했겠지만, 이번에는 현지심을 써보기로 했다. 다만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패드 프로 9.7을 활용했다. 아이패드 프로 9.7에는 애플심이 내장되어 있는데, 해외 현지에서 유심을 살 필요 없이 원하는 이동통신사를 아이패드에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미국에 도착한 첫날 아이패드 프로 9.7에서 애플심을 통해 가입을 시도하니 AT&T, T-모바일 등 미국 현지 이동통신사가 목록에 나타났다. 이래저래 살펴보다 선택한 곳은 T-모바일. 마침 프로모션을 하고 있어 10달러에 5GB의 데이터를 받았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해외 선불 유심의 데이터 요금은 1GB에 10달러가량이다.
이후 호텔에서는 와이파이를, 외출 시에는 아이패드 테더링으로 아이폰과 연결해 사용했다. 음성 통화는 페이스타임 오디오랑 카카오톡 음성 통화를 주로 사용했으며, 가족들과는 카카오톡으로 회사 동료와는 라인으로 대화를 나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올리는 등 한국에서처럼 스마트폰을 썼다.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머문 기간은 4일가량. 3G 정액 로밍 요금제에 가입했다면 4만 원이 조금 넘는 비용이 들었겠지만, 애플심으로 이용해 1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썼다. 속도는 LTE로 쾌적했으며, 어떠한 속도 제한도 없었다. 출장 기간 동안 사용한 데이터는 1GB가 채 되지 않았다. 데이터를 아끼지 않고 사용했음에도 스트리밍 동영상을 마구잡이로 시청한 것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적게 썼다.
ID가 전화번호를 대체
샌프란시스코 출장에서는 아이패드 프로 9.7을 활용했지만, 현지심을 사용할 계획이라면 집에 남는 여분의 중고 스마트폰을 하나 챙겨가는 게 좋다. 메인으로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를 수신하는 용도이고, 여분의 스마트폰으로 현지심을 개통해 쓰면 된다.
현지심 개통 스마트폰에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등을 설치해 사용하면 되는 것. 스마트폰 전화번호는 현지 번호가 되지만, 카카오톡이나 라인, 페이스북 등은 ID 기반으로 작동한다. 번호와 상관없이 사용자를 인식하기 때문에 저장된 친구 목록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VoIP를 통해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다.
▲ 페이스북 메신저는 채팅, 음성 통화, 영상 통화를 모두 지원한다
지역 기반의 전화번호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이 지금도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국경을 넘는 음성 통화 비용은 절대 저렴하지 않다. 지금도 해외에서 스마트폰으로 국내와 통화하면, 국내 통화 요금에 비해 몇 배가 비싸게 요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빠른 속도의 LTE 통신, 그리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은 전화번호가 아닌 ID를 기반으로 사람을 연결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현지심을 사용해 전화번호가 바뀌어도 친구들과 여전히 연락할 수 있게 된다.
현지심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메인 스마트폰에 현지심을 사용할 수는 없다. 혹시 모를 국내의 연락을 받기 위해서는 번호를 살려둬야 한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을 하나 더 마련해야 한다는 장애물이 생긴다. 하지만 집에 안 쓰는 중고 스마트폰이 있다면, 현지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1만 원 정도의 비용이면 일주일 동안 데이터를 넉넉하게 쓸 수 있다. 비싼 로밍을 쓸 이유가 전혀 없다. 주의할 점은 스마트폰이 해당 국가의 주파수를 지원하느냐다. 근래에 나온 스마트폰은 글로벌 LTE 주파수를 대부분 지원하는 편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