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짧지만 강렬하게... B&O 베오플레이 H5
[IT동아 강형석 기자] 블루투스의 장점은 유선에서의 자유로움에 있다. 반대로 선이 없으므로 해서 잃는 것도 몇 가지 있다. 바로 음질이다. 일반적인 블루투스 기기간 지원 오디오 코덱으로는 고음질을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자 aptX나 aptX HD와 같은 기술을 채택하고. 소니는 초당 990Kbps 전송이 가능한 엘댁(LDAC) 코덱 기술을 자사 제품들에 적용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여러 브랜드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이 출시되다 보니까 전통적인 오디오 제조사들은 뚜렷한 차별화를 위해 블루투스 이어폰에서도 음질을 탐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상은 기본이고 재질이나 마감 모두 그들만의 색을 녹여내고 있다.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이 최근 출시한 베오플레이(Beoplay) H5도 블루투스 이어폰이지만 그들만의 디자인 철학과 사운드를 구현한 제품이다.
야콥 바그너의 손에서 탄생한 디자인
베오플레이 H5는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과 다른 모습이다. 흔히 넥밴드 형태가 아닌 유닛을 케이블로 연결만 해놓은 듯한 모습으로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넥밴드형과 달리 이어폰 유닛을 최대한 강조할 수 있는 구조로 깔끔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으나, 배터리를 집적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유닛에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므로, 유닛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제품은 그런 약점을 디자인으로 극복했다. 야콥 바그너(Jakob Wagner)의 힘이 컸다. 덴마크 산업 디자이너인 그는 뱅앤올룹슨 베오랩 19와 베오플레이 H6, H3 이어폰 등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유닛 형태는 베오플레이 H3와 유사하다. 대신 B&O 로고 주변을 감싸는 부분이 조금 다르다. H3는 금속 재질의 하우징을 채용하지만, H5는 고무를 씌운 알루미늄 소재가 채용됐다. 그 덕분에 밋밋한 느낌은 있지만 B&O 로고가 있는 원형 패널에 알루미늄 재질을 채택해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케이블은 직물 소재를 써 완성도를 높였다. 색상은 블랙과 더스티 로즈 두 가지가 제공된다.
좌측 유닛 아래에는 리모콘이 제공된다. 버튼은 총 3개로 음량 조절과 함께 재생/정지 역할을 한다. 통화 기능 시에는 받거나 종료하는 식으로 쓸 수 있다.
크기는 유닛 자체만 놓고 보면 길이 39mm, 유닛 끝에서 이어캡까지의 거리가 28mm, 충전 단자부터 상단부까지의 거리가 23.5mm다. 두 유닛을 연결하는 케이블의 길이는 52mm이며, 무게는 18g이다.
무게나 크기, 케이블 길이 등은 적당한 수준에서 완성되어 있다. 귀에 꽂았을 때 처지거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재질도 부드럽지만 내구성이 높은 것을 적용했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 넥밴드형 이어폰보다 더 착용감에 무게를 둔다면 베오플레이 H5가 나을 수 있다.
충전은 무선이고 넥밴드형처럼 별도의 충전 단자가 제공되지 않는다. 대신 정육면체 모양의 충전기를 제공한다. 여기에 이어폰을 가져가면 자동으로 고정되면서 충전이 이뤄진다. 두 제품이 모두 붙은 상태에서만 충전이 이뤄진다. 각 유닛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특성상, 유닛 하나가 먼저 배터리로 인해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배터리 용량은 각 유닛에 50mAh 용량이 탑재된다. 뱅앤올룹슨 측에서는 2시간 충전으로 최대 5시간 가량 쓸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음량을 최대로 한 다음 재생해 보니 약 3시간 30분 정도 쓸 수 있었다. 유닛에 배터리가 집적되는 이어폰의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운 요소다.
A8의 느낌을 살린 듯한 사운드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 H5의 음질을 확인해 볼 차례다. 기기 연결은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 갤럭시 S7 엣지를 사용했다. 음원은 온쿄 HF 플레이어에서 재생됐으며, 24bit, 96kHz(HRA) 또는 16bit, 44.1kHz FLAC 파일을 사용했다. MP3 음원은 네이버 뮤직 애플리케이션에서 재생했으며, 모두 320Kbps 대역의 파일을 사용했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4.2 기술을 활용한다. 동시에 퀄컴 aptX와 aptX 저지연(Low Latency) 기술에 대응하고 있다. aptX HD가 아닌 점이 조금 아쉽지만 aptX라도 결국 제조사가 유닛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음질이 달라지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처음 느낀 베오플레이 H5는 마치 뱅앤올룹슨의 명기 중 하나로 손꼽히는 A8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저음은 다소 심심해도 그 외 음역대 재생은 지금까지 기자가 체험한 블루투스 이어폰 중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보컬의 목소리부터 시작해 뒤에 대기하고 있는 코러스와 밴드의 악기 소리가 자연스럽고 뚜렷하게 표현한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 정도로 무선이지만 상상 이상의 표현력이 인상적이다. 참고로 소리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 요소가 많이 첨가되므로 가급적 매장을 방문해 직접 청음하는 것을 권장한다.
뱅앤올룹슨 홈페이지에는 현재 A8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제품은 이어셋(Earset) 3i가 그 뒤를 이어 받았기 때문이다. 아쉽기는 해도 명기의 느낌을 무선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부분이리라.
드라이버는 일렉트로-다이나믹(Electro-dynamic)으로 6.4mm 지름의 유닛이 쓰였다. 비교적 큰 구경의 유닛을 채용하면서 생생한 사운드를 전달하는데 도움을 준다.
단순히 무선으로 음악을 듣게 해주는 것 외에도, 별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청음자 취향에 맞는 사운드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베오플레이(Beoplay)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설치하면 베오플레이 H5에 대한 음향 설정이 가능하다. 그 전에 제품을 검색하고 연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앱에 대한 아쉬움을 한 가지 찾아보자면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동에 어려움은 없으나, 해당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늠하는 척도 정도는 될 수 있다.
다시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자. 등록이 이뤄졌다면 펌웨어 업데이트나 음장 효과와 사운드 설정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효과는 출근(Commute), 깨끗한(Clear), 운동(Workout), 방송(Potcast) 등 4가지가 제공되며, 효과 설정은 따스함(Warm), 편안함(Relaxed), 짜릿함(Excited), 밝음(Bright) 사이에서 사용자가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자연스러운 효과를 원한다면 따스함과 편안함 쪽으로, 선명하면서 자극적인 효과를 원하면 짜릿함과 밝음으로 포인터를 이동하면 된다. 가로와 세로축 간의 효과는 뚜렷하게 존재하는 편이라 취향에 따라 포인터를 옮기면 된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짜릿함과 밝음 방향으로 1/3 정도 포인터를 옮겼을 때의 느낌이 좋았다.
이 앱의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펌웨어 업데이트인데, 기자가 이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애플리케이션은 기존 소프트웨어가 오래됐으니 5.0.4로 업데이트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수락한 다음, 기기를 연결하려고 하니 대기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음악을 듣고 기기간 블루투스 연결에는 지장 없으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연결이 안 되면 효과를 쓸 수 없다. 확인 결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해결된 소프트웨어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폰 자체 완성도 높지만 마무리는 아쉬워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 H5의 가격은 35만 원이다. 뛰어난 음질도 인상적이지만 컴플라이 메모리폼이나 파우치 등이 제공되는 등 구성 역시 뛰어나다. 지금까지 뱅앤올룹슨 제품 중에서 가격대 만족도가 높은 제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반면, 재생시간이 짧은 것은 흠이다. 한정된 공간에 음질과 미학적인 요소를 적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점을 감안해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7~8시간 가량은 재생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했다. 여행이나 장거리 이동 중에는 충전이 쉽지 않다는 점을 몰랐던 것일까? 다음 제품에는 이 부분을 보강해 주면 좋겠다.
무선으로 고해상 음원(HRA)을 듣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품이 등장한다는 것은 무선에서도 평균치 이상의 음질을 듣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 H5는 그 부분을 충분히 만족시켜 준다. 얻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