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데온 RX480, 국내 출시 당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6년 8월 2일, 동남아시아 못지 않은 무더위가 찾아든 이날,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퍼플펍(PURPLE PUB) PC방을 찾았다. 건물 5층에 위치한 퍼플펍 PC방.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보인 것은 아메리카노와 핫도그 등 다양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낯설었다. 마치 프랜차이즈 카페와 같은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할 수밖에. 10여년 전 며칠 밤을 샜던, 열맞춰 PC가 빼곡히 들어찼던 PC방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32인치~39인치 게이밍 모니터와 삼성 커브드 모니터, 내부에서 LED가 반짝이는 노하드 시스템 PC라니.
어리둥절했다. 더이상 PC방을 담배 연기 자욱하고, 밤새 게임에 몰두해 피곤한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하는 남자들이 가득한 곳으로 착각했던 기자가 틀려도 심하게 틀렸음을 자각했다. 방학을 맞이해 PC방을 빼곡하게 메운 학생들과 깔끔한 실내를 구경하던 중, 김정현(31세) 사장님을 만났다.
"디스플레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솔직히 충격이다. 기자도 2000년 초반 약 5년 간 PC방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얘기를 못하겠다. 요즘 PC방은, 과거 PC방과 비교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비교할 수 없다. 고급스럽게, 대형화되고 있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김정현 사장(이하 김정현): 하하. 아니다. 요즘은 다 이렇다(웃음). 여기 퍼플펍 PC방은 150대가 조금 넘는 규모다. 처음 구상은 200대 정도를 생각했는데, 양쪽에 테라스 구역이 넓어서 200대까지는 비치하지 못했다.
IT동아: 150대 규모도 큰 건 아닌가. 별 것 아닌 것처럼 얘기하니, 그게 더 놀랍다. 아까 보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도 가득하다. 비결이 궁금하다.
김정현: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음… 여기 PC방을 오픈하면서 주력한 것은 '디스플레이'였다. ("삼성 커브드 모니터를 봤다"라는 기자의 말에) 맞다. 삼성 커브드 모니터를 포함해 경성 게이밍 모니터, 벤큐 게이밍 모니터 등을 전 자리에 비치했다. 가장 작은 모니터 크기는 32인치이고 가장 큰 모니터 크기는 39인치이다. 큰 모니터는 RPG를 즐기는, 그러니까 블레이드소울이나 데카론,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을 즐기시는 나이 좀 있는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오버워치나 서든어택 등 FPS를 즐기는 학생들에게는 그보다 작은 모니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각 게임에 맞춰서 디스플레이를 제공하고, 또 그 게임에 맞춘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 등을 제공한다. 요즘에는 CRT 모니터를 공수 중이다(웃음). 서든어택과 같은 과거 FPS 게임을 즐기는 손님들이 CRT 모니터를 찾으시더라. 곧 들여올 수 있을 것 같다.
IT동아 : 입구에 보니까 GTA5 패키지도 보인다. RX480 박스 옆에 나란히 세워져있던데. 아, 마우스도 따로 두신 것을 확인했다.
김정현: GTA5 패키지는 30개 정도 구비했다. 그리고 우리는 스팀 게임도 일부 제공한다. 이미 스팀을 이용하시던 손님들이 간혹 오셔서 찾더라. 생각보다 꽤 많은 손님이 찾으신다. 야간에 스팀을 즐기시는 손님만 약 15명 정도 계신다. 다양한 콘텐츠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스팀 게임을 제공한다. 사실, 스타나 LOL, 오버워치 등을 빼면 PC방에서 즐기는 메인 콘텐츠는 뭐가 있나. 인기 있는 게임의 주목도가 떨어져도 꾸준하게 손님들이 찾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PC방에 오면 즐길 수 있는 꺼리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AMD 라데온 RX480, 국내 출시 당일에 70대를 꽂았죠"
IT동아: 게임을 즐기는 주변 환경을 손님들에게 맞춰 제공하는 느낌이다. 아, 입구에 보니까 AMD 라데온 RX480 그래픽카드 박스가 있던데.
김정현: AMD RX480 국내 출시 당일날, 70대 정도를 공수해 업그레이드했다. 차근차근 업그레이드 하는 중이다(웃음). 사실 RX480 때문에 PC방 오픈도 미뤘다. 원래 예정은 6월 초였지만, 곧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2주 정도 늦춰서 오픈했다. 처음 오픈했을 때 분당에서 찾아오시는 손님도 계셨다. RX480에서 평소 즐기던 게임을 실행해보고 싶다고.
IT동아: 재미있다. 외람되지만, AMD 라데온을 PC방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이 없지 않은가. 엔비디아 지포스가 아닌 AMD 라데온이라니.
김정현: 맞다. 다른 PC방들을 보면, 대부분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다. 아니,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역으로 생각했다. 이미 엔비디아가 아닌 AMD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는 것으로 타 PC방과 차별점이 생기지 않았나(웃음). 방금 전에 말했지만, 오픈할 당시인 6월에 선택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는 많지 않았다. 엔비디아 지포스 960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침 AMD RX480이 곧 출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걱정도 많았다. 아직 누구도 사용해보지 않은, 신제품이지 않은가. 그래서 AMD에 요청했다. 조금이라도 미리 받아서 테스트할 수 없겠느냐고. 요즘 PC방에서 인기있는 게임이 실행되지 않으면 큰일 아닌가. 다행히 AMD측에서 요청을 받아주셨다. 국내 정식 출시 일주일 전쯤에 받아서, 검은사막,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든어택 등 다양한 게임을 테스트했다. 그리고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IT동아: 궁금하다. 이제 2달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성능적인 부분이나 손님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듣고 싶다.
김정현: 일단 성능. 970보다는 위다. PC방에서 즐기는 게임 정도는 수월하게 실행한다. 아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웃음). 음… 과거에 PC 전문 커뮤니티에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테스트한 결과를 올리는 활동도 했었다. 그런데, 벤치마크 점수나 게임별 프레임 수치 등은, 그건 정말 숫자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테스트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역으로 얘기하면, 벤치마크 점수나 프레임 수치로 말할 수 없는 다른 부분이 있다.
IT동아: RX480 탑재 이후에 손님들은 어떻게 반응하시는지 궁금하다.
김정현: 사용자들도 알고 있다. RPG를 즐기는 손님들은 공성전 등을 진행할 때 훨씬 좋다고, 손님들이 직접 얘기하신다. 애초에 손님들이 들어오실 때 우리쪽에서 먼저 묻는다. 블레이드앤소울 등 (공성전이 아닌) 사냥을 주로 하시는 손님들은 엔비디아 지포스 750TI를 탑재한 PC쪽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RX480의 가장 큰 장점은 최소 프레임 보장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벤치마크나 프레임 수치 등을 테스트할 때는 대부분 최대 수치와 최대 프레임을 체크한다.
하지만, PC방은 그보다 안정적인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좋다. 수백명이 접속해서 공성전을 치루는데, 100프레임이 나오다가 갑자기 10프레임으로 뚝 떨어지면 어쩌나. 흔히 말하는 렉(화면 끊김)이 발생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그래서 안정적인 프레임 수치 즉, 최소 프레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더 좋다. 고성능 부품을 많이 탑재해 마치 경쟁하듯 성능을 올리는 개인 사용자들이 접근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RX480을 선택은 테스트해보고 결정한 사항이다. 써보고 결정했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IT동아: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김정현: 한가지 아쉬운 점은 주사율을 보다 쉽게 조절할 수 있으면 싶다. 내부 설정을 좀 쉽게 조절하고,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손님들은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설정을 익숙해하신다. 주사율을 바꾸거나, 밝기 조절 등을 할 때 내부 설정에 들어가 조절하는데, AMD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설정을 낯설어 하신다. FPS 손님들이 자주 이용하는 화면비 조절, 주사율 조절 등을 지금보다 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헷갈린다(웃음).
"손님들과 소통하는 PC방이고 싶다"
IT동아: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것이 있다. 업그레이드를 6개월마다 한번씩 진행한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정말 자주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 아닌가.
김정현: 맞다. 자주 업그레이드한다. 1년이나 2년 주기도 아니다. 뭐,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 나온 핸드폰은 누구나 한번씩 사용해보고 싶지 않나.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새로 나오는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웃음). 그래픽카드뿐만 아니라, 키보드나 마우스 등도 자주 바꾼다. 일종의 영업 마케팅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자주 오시는 단골 손님들은 이번에는 무엇이 바뀌었나 라고 묻는다.
똑같은 제품만 사용하지도 않는다. 150대가 조금 넘는 규모인데, 각 구역마다, 연령별, 게임별로 모니터 및 PC 사양, 주변 액세서리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FPS를 위한 기계식 키보드, RPG를 위한 마우스 등. 최근에는 개인 대여 서비스도 운영하려고 생각 중이다. 손님들이 사용하시는 개인 장비를 보관하는 시스템이다.
PC방 운영 방안에 대한 것은 계속 고민한다. 여러 제품을 테스트하고,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고, 어떤 혜택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이런 말을 믿을지 모르겠지만, 수익을 적게 가져가더라도, 장기적으로 손님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고민한다. 제공하는 만큼 단골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웃음). 한가지 목표는 '이 PC방은 작은 것도 손님들 의견을 듣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예전처럼 획일화된 PC방은 이제 경쟁력이 없다. 귀찮고, 수고가 들어다라도,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IT동아: 마지막으로, PC방 창업을 생각 중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정현: 고등학교 때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었다. 첫 직장도 PC방 관련 멀티샵에서 일했고, 이후에도 PC방 관련 일을 꾸준하게 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PC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사람이 창업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그리고, 손님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은 직접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최소한 손님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일부 PC방 사장님들은 주변 PC방을 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같이 일하는 동지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게임 대회를 공동으로 같이 여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어떤가. 실제로 바로 앞 PC방 사장님과 일주일에 한번씩 통화한다. 서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마지막으로 우리는 자체적으로 PC방 대회도 열고 있다. 방학을 맞이해서 8월 6일에는 오버워치 대회, 8월 21일에는 피파온라인3 대회를 연다. 그리고 8월 14일에는 라이엇게임즈와 함께 LOL PC방 대회도 진행한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한달에 한두번은 지속적으로 대회를 진행하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