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2016] QR코드만 봐도 드러나는 중국와 한국의 차이, AR과 VR은?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지난 28일 개막한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가 게임쇼를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는 지난해보다 3개관을 늘리고, 최첨단 IT 기술을 선보이는 e 스마트 엑스포관과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팬들을 품는 '코믹 앤 애니메이션 월드 어메이징 엑스포'('The Comic & Animation World Amazing Expo', 'C. A. W. A. E')관을 신설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e 스마트 엑스포관은 차세대 게임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VR, AR 관련 게임들이 다수 등장해 이를 체험해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곳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오큘러스, HTC 바이브, 플레이스테이션VR을 활용한 게임들 뿐만 아니라, 폭풍마경, 3Glasses 등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든 VR 기기와 테마파크를 겨냥해 VR와 어트랙션을 결합한 기기들도 다수 등장해 중국 VR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1년전 차이나조이 때만 하더라도 B2B 부스 한켠에서 몇몇 기업들이 시범적으로 VR 게임들을 선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폭풍마경의 황샤오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중국에서 VR 기기들이 천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불과 1년만에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VR 산업을 보니 다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지난해도 행사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그냥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었던 QR코드들이다.
차이나조이에서는 거의 모든 게임사들이 QR코드를 활용해 관람객 대상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람객들도 QR코드를 활용한 마케팅에 참여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또한, 마케팅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이나 행사장에 배치된 자판기에서 QR 코드를 사용해 알리페이, 위쳇페이 등으로 전자결제를 하고 있어 QR코드가 중국의 일상 생활에서 친숙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한국이 떠올라서 네이버에서 QR코드를 검색해봤다. 역시나 가장 많이 찾는 연관 검색어가 QR코드 스캔 하는 법이었다. QR코드 기술이 한국에 등장한 것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오래전 일이지만, 관광지나 몇몇 기업들이 마케팅을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직 사용법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추가로 보안에 취약하다는 내용,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서 불편하다는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출발은 비슷했지만, 중국은 이미 대기업과 정부의 주도하에 일상생활로 자리잡았고, 한국은 여전히 기술이 소개된 초창기의 실험적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든 중국과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한국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과 대화를 나누면 이런 문화의 차이를 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VR 게임을 개발 중인 이토이랩의 박종하 대표는 한국에서는 VR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디지털 멀미나 가격 등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은 반면에,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만난 중국 바이어들은 이 콘텐츠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미 발견된 문제점은 언젠간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점보다는 "한번 경험해보고 다시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매력적인가"가 중요하다는게 그들의 입장이다.
또한, 정부 정책 부분에서도 이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한 중국의 핀테크 산업, 모바일 게임 산업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신규 산업에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된 우버를 문제없이 받아들인 것처럼 신규 산업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편이다.
오히려, 자국 기업은 지원하고, 해외 기업들은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쳐, 자국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신규 산업을 주도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새로운 것이라면 일단 못하게 하고,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허가를 내주는 정부의 규제 정책임을 떠올리면 참으로 씁쓸해진다.
단지, QR코드 하나만으로 확대 해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과 1년만에 괄목상대한 중국의 VR 산업을 보면 QR 코드 하나만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도 VR, AR, 그리고 인공지능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신기술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지만, 말로만 떠들고 있을 뿐 그것을 위한 환경은 갖춰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먼저 뛰어들어 선점하려는 중국과 문제점 검증이 먼저라는 한국. 차세대 먹거리라는 AR과 VR은 양국 모두 이제 시작단계이지만, 이미 결과는 나와 있을지도 모른다.
글 / 게임동아 김남규(rain@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