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산 코어 i7 PC, 지금도 '효자'
[IT동아 김영우 기자] 가장 좋은 전자제품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사는 제품이라고 한다. 기술의 발전이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다. 구매 당시 최신 사양이었던 제품이라도 2~3년 정도 지나면 현행 저가형 수준의 성능 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 고가의 최고급 제품을 사는 것 보다는 적당한 성능의 제품을 싸게 사서 쓰다가 신형이 나오면 바꾸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를테면 2000년대 초반에 800만원 정도의 초고가에 팔리던 40인치 HD급 LCD TV는 2010년에는 되니 80만원 정도, 2015년 정도에는 40만원 이하에 살 수 있게 되었다.
5년 전 제품이 아직도 현역? 2세대 코어 i7(샌디브릿지)
다만, 출시 당시부터 워낙 독보적인 성능을 갖춘 경우, 혹은 시대를 앞서가는 설계가 적용되었던 제품의 경우는 수년이 지난후에도 최신 제품과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근 PC용 프로세서(CPU) 시장에 이런 경우가 제법 보인다.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2011년에 첫 출시된 2세대 인텔 코어 i7 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릿지)다. 코어 i7-2600, 코어 i7-2600K, 코어 i7-2700K 등의 모델이며, 비록 출시된 지 5년이 넘었지만 2016년 현재까지도 고성능 프로세서로 인정받고 있다. 프로세서 단품 가격이 출시 당시 30만원대에 팔리던 이 제품은 2016년 현재 단종 상태이지만, 아직도 중고품이 2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2세대 코어 i7 시리즈가 아직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객관적인 성능을 따져봐도 명확하다. 프로세서의 연산능력을 측정해 점수를 매기는 패스마크 CPU 벤치마크에서 코어 i7-2600K는 8511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현재 팔리고 있는 중상급 프로세서인 6세대 코어 i5-6600K(7795점)을 앞선다. 물론 최상급 제품인 6세대 코어 i7-6700K(10996점) 보다는 낮은 성능이지만, 5년전의 제품이 최신의 현역 제품과 비교 자체가 가능하다는 점이 놀라운 일이다.
샌디브릿지 '장수만세'의 이유는 적절한 등장 타이밍
5년 전의 프로세서가 아직도 좋은 성능을 내는 이유는 그 시기를 즈음해 프로세서의 발전 방향이 변한 탓도 있다.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까지는 클럭(동작속도)을 높이고, 인가 전력을 올려 ‘절대적 성능’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2세대 코어 i7 시리즈가 등장한 2010년대부터는 소비전력 및 발열의 상승을 억제하는 것도 중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세대 코어 i7과 6세대 코어 i5가 어느정도 비슷한 성능을 내긴 하지만, TDP(열설계전력)은 2세대 코어 i7는 95W, 6세대 코어 i5는 65W다.
그리고 2세대 코어 시리즈(샌디브릿지) 기반 PC는 출시 당시부터 DDR3 규격의 메모리나 SATA3 저장장치와 같이 2016년 현재까지도 현역인 부가기술을 다수 지원하고 있었다. 때문에 2011년에 산 2세대 코어 기반 PC는 2016년 현재 팔리고 있는 메모리나 SSD, 그래픽카드 등으로 무리없이 부품 교체나 추가가 가능하다. 5년 전에 산 코어 i7 PC가 아직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DDR4 지원 시작한 스카이레이크 코어 i7, 지금 산다면 이것?
그렇다면 지금 PC를 사고자 한다면 최신 프로세서인 코어 i7-6700이나 코어 i7-6700K 등의 6세대 코어 i7(스카이레이크) 대신 차라리 중고 2세대 코어 i7 시리즈 기반의 PC를 사는 것이 더 나을까? 안타깝게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최근 PC 시스템 전반에 제법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DDR4 메모리나 USB 3.1 인터페이스, M.2 SSD 슬롯, 다이렉트X 12 지원 내장그래픽과 같이 앞으로 PC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기술 다수가 6세대 코어의 등장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했다. 따라서 향후 수년 이상 부족함 없이 쓸 수 있는 고성능 시스템을 장만하고자 한다면 6세대 코어 i7 프로세서 기반의 PC를 선택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현명하다. 6세대 코어 i7이 2세대 코어 i7만큼이나 장수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