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폭풍마경 말고, 본격적인 VR 시대 열릴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해외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HTC 바이브(Vive) 등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가상현실(VR) 시대를 열었다. 다양한 콘텐츠가 출시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PC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두 제품은 국내 출시되지 않았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처음 선보이면서 한국을 1차 출시국에서 제외했으며, HTC 바이브 또한 국내 출시설은 떠돌았지만 모두 빗나갔다.
하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HTC 바이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상현실(VR) 기기가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HTC가 바이브의 국내 인증을 준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칼 랜(Carl Lan) HTC 아시아태평양 콘텐츠 사업 총괄 이사는 지난 13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에서 열린 스마트콘텐츠 VR 전략 콘퍼런스에서 "HTC 바이브의 한국 인증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에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능력이 있는 국내 콘텐츠 개발사들의 접점을 늘리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출시 일정까지 밝히지 않았으나 출시가 머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제품 인증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다. 이제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가상현실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용 가상현실 기기인 PSVR도 국내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서다. 지금이야 포켓몬 고로 촉발된 증강현실(AR)이 부각되고 있지만 가상현실도 중요한 기술 중 하나 아니겠는가.
문제는 가상현실 구축을 위해 쓰는 비용이 많다
문제는 비용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어도 추가 비용이 든다면 일부 소수자를 위한 것이 되고 만다. 이미 가상현실 기기들이 요구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들이는 것이라면 액세서리 개념으로 접근 가능하다. 반대로 가상현실 기기를 쓰려는 목적으로 요구 장비를 구축하면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이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장애물로, 누군가에게는 차세대 플랫폼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현재 오큘러스 리프트를 해외에서 구매하려면 아직도 100여 만 원 이상 비용이 든다. 기기 가격이 599달러(원화 환산 약 68만 원 상당), 여기에 자체 세금과 우리나라에 들여 오면서 드는 관세 등을 고려해야 한다. HTC 바이브는 799달러(원화 환산 90만 7,000원 상당)로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더 가격이 높다.
PSVR도 다르지 않다. 이미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한 상태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또 구매해야 한다. 여기에 컨트롤러와 카메라 등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전체 구성을 위한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시스템 요구사양을 맞추기 위해 고가의 그래픽카드를 더하면 실제 가상현실 시스템 구축에 2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칼 랜 HTC 이사도 "아직 가상현실을 위해 3,000달러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비용은 점차 내려갈 것이며, 성능은 상승하게 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안정화된 가격에 콘텐츠가 더해져야
가격은 둘째 치더라도 새로운 플랫폼에는 그에 상응하는 킬러 콘텐츠는 필수다. 3D가 실패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핵심 콘텐츠 투입이 원활하지 않아서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VR도 콘텐츠 생태계가 중요하다. 칼 랜 HTC 이사는 포켓몬 고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콘텐츠는 생태계의 핵심이다. 특히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시기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중요하다. 포켓몬 고는 이를 잘 보여줬다. 나는 8년 정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생태계 확대에 우리(HTC)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상현실은 아니지만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의 증강현실(AR)과 위치기반 서비스를 잘 녹여내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콘텐츠로 탄생했다. 국내에서는 서비스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 되는 일부 지역에 찾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드웨어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분명 콘텐츠다. VR에는 신기하긴 해도 시선을 끄는 콘텐츠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일부 주목 받는 콘텐츠가 있는데,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 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기 가격 안정화는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의 가격은 이미 결정된 것으로 어쩔 수 없지만 여러 기기에서 가상현실을 위한 디스플레이 기기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레이저 주도로 개발 중인 OSVR이 주목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가상현실 디스플레이를 소비자가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콘텐츠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2015년은 4K의 원년, 2016년은 가상현실의 원년이라 부른다.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 사이에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3D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체험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 무언가도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