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CPU계의 롤스로이스,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의 역사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인텔 코어 i7 시리즈는 자타가 인정하는 고가, 고성능의 PC용 프로세서(CPU)다. 자동차 브랜드로 치면 벤츠나 BMW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존재도 분명 있다. 인텔의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Extreme Edition) 시리즈가 그것이다. 일반 코어 i7이 벤츠나 BMW라면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은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에 비견할 수 있겠다.

브로드웰-E 익스트림 에디션의
패키지
브로드웰-E 익스트림 에디션의 패키지

대부분의 일반 PC사용자들은 일반 코어 i7로도 만족하고도 남을 만한 고성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세서의 가격만 해도 최고 30~40만원대에 이르니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은 그 수준도 훨씬 초월한다. 익스트림 에디션의 2016년형 최신작인 브로드웰-E 제품군 중에서 가장 저렴(?)한 코어 i7-6800K의 인터넷 최저가는 60만원 근처에서 시작하며, 최상위 제품인 코어 i7-6950X는 200만원대에 이른다.

물론 성능 역시 극히 화려하다. 특히 코어 i7-6950X(브로드웰-E)는 총 10개나 되는 물리적 코어(프로세서의 핵심)를 갖추고 있고, 논리적 코어의 수는 20개에 달할 정도다. 기껏해야 2코어, 4코어 프로세서 기반 PC를 이용하던 일반인 입장에선 도대체 어떻게 저 성능을 다 활용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하지만 마니아나 전문가 입장에선 다르다. 일반 PC에선 최소 4~5년 후에나 구현할 수 있는 미래의 성능을 지금 당장 맛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 기술의 결정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누리기 위해 그들은 이걸 산다. 최신작인 브로드웰- E의 출시를 기념할 겸,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의 역사를 살펴보자.

인텔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Intel Pentium 4 Extreme Edition) – 2003~2005년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의 첫 번째 제품인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은 2003년 11월에 처음 출시되었다. 이름 그대로 이 제품은 당시 인텔의 주력 제품이었던 펜티엄4의 최상위 제품으로 취급되었다. 130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초기 제품의 개발코드명은 갤러틴(Gallatin)으로, 펜티엄4 보다는 동일한 코드명의 제온(전문가용 프로세서)에 더 가까운 물건이었다. 클럭(동작 속도)이 3.2~3.4 GHz로 높은 것 외에, 일반 펜티엄4에는 없는 3차 캐시(Cache)를 2MB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익스트림 에디션 중 최상위 모델에 999달러의 가격표가 달리는 전통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2005년 2월에 나온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의 후기 제품은 90nm 공정의 프레스캇(Prescott) 기반으로 바뀌었다. 동작 클럭이 3.73GHz로 높아진 것 외에, 1066MT/s의 버스(시스템 내부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갖춰 800MT/S의 버스로 동작하는 일반 펜티엄4와 차별화했다. 한편, 펜티엄4 익스트림 에디션은 펜티엄4의 최상위 모델이긴 했지만, 메인보드는 일반 펜티엄과 동일한 소켓 478(초기 모델)이나 775(후기 모델) 규격을 이용했다.

인텔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Intel Pentium Extreme Edition) – 2005~2006년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

펜티엄4의 후속 모델인 듀얼 코어 프로세서, 펜티엄D(초기모델 90nm 공정 스미스필드, 후기모델 65nm 공정 프레슬러)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었고 메인보드 역시 동일한 LGA 775 소켓 규격을 이용했지만, 차별화를 위해 모델명에서 ‘D’가 빠지고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클럭이나 캐시 용량 등의 기본적인 사양 면에선 펜티엄D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펜티엄D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하이퍼쓰레딩(Hyper- Threading) 기술을 기본적으로 적용해 차별화했다. 하이퍼 쓰레딩은 1개의 코어를 2개처럼 쓸 수 있는 기술로, 이 때문에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은 물리적으로 2개의 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4코어 프로세서로 운영체제에서 인식되었다.

인텔 코어2 익스트림(Intel Core 2 Extreme) – 2006~2008년

코어2 익스트림
코어2 익스트림

코어2 듀오, 코어2 쿼드 시리즈에 기반한 프로세서로, 65nm 공정의 콘로(듀얼코어), 켄츠필드(쿼드코어) 계열의 초기모델, 45nm 공정의 요크필드(쿼드코어) 계열의 후기 모델로 나뉜다. 코어2 익스트림 X6800등의 999달러 모델 외에 코어2 익스트림 QX9775와 같이 1499달러의 초고가 모델도 등장했다. 이용하는 메인보드는 여전히 LGA 775 소켓 규격이다.

코어2 익스트림은 일반 코어2 듀오, 코어2 쿼드 시리즈에 비해 수치적인 사양(클럭 속도, 캐시 용량)이 가격만큼이나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세서의 최종 클럭을 정하는 버스의 배수를 제한없이 조정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오버클러킹(클럭을 기준치 이상으로 높임)의 자유도가 높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배수 제한 해제는 이후에도 익스트림 에디션 제품군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자리잡았다.

1세대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 2008~2011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네할렘 아키텍처를 적용한 초기 모델(코드명 블룸필드, 45nm 공정)와 웨스트미어 아키텍터를 적용한 후기 모델(코드명 걸프타운, 32nm 공정)으로 나뉜다. 첫 모델인 코어 i7-965 익스트림 에디션(2008년)을 시작으로 매년 1개씩 신 모델을 출시했는데 마지막 모델인 코어 i7-990X 익스트림 에디션(2011년)까지 모든 제품에 동일한 999달러의 가격표가 붙었다.

특히 후기 모델인 걸프타운 계열의 경우, 6개의 코어를 내장하고 12MB의 3차 캐시를 탑재하는 등, 당대의 모든 PC용 프로세서를 압도하는 사양을 갖춰 큰 주목을 받았다. 1세대 코어 i7의 일반 모델은 초기에는 LGA 1366 규격, 후기에는 LGA 1156 규격이었으나 익스트림 에디션은 모두 LGA 1366 규격을 이용한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샌디브릿지-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Sandy Bridge-E) –

2011~2012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샌디브릿지-E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샌디브릿지-E

2011년 말부터 출시를 시작한 샌디브릿지-E 계열의 익스트림 에디션은 2세대 코어 i7(코드명 샌디브릿지)와 같은 32nm 공정으로 제조된 프로세서였지만, 모델명은 22nm 공정의 3세대 코어 i7(코드명 아이비브릿지)와 같이 코어 i7-3xxx 형식이 붙었다. 출시되고 판매된 시기 역시 아이비브릿지(2012년 초~2014년 중반)와 거의 같다.

이때부터 인텔은 일반 프로세서에는 최신 아키텍처를, 동시기에 팔리는 익스트림 에디션에는 이전 세대의 아키텍처를 쓰는 독특한 정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나온 새 기술이 아닌, 충분히 검증된 기존의 기술을 기반으로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인텔의 의도다. 6개의 코어 및 최대 15MB의 넉넉한 3차 캐시를 비롯한 높은 사양을 갖춰 고성능을 발휘한 것 외에, 이때부터 익스트림 에디션은 최상위급 시스템 전용인 LGA2011 소켓 규격의 메인보드 전용으로 출시, 일반 코어 i7과 차별화를 하기 시작했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아이비브릿지-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Ivy Bridge-E) –

2013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아이비브릿지-E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아이비브릿지-E

2013년 하반기에 등장한 익스트림 에디션으로, 3세대 코어 i7(아이비브릿지)와 같은 22nm 공정이 적용되었으나, 등장 시기나 모델명(코어 i7-4xxx)는 4세대 코어 i7(하스웰, 22nm 공정)과 비슷하다. 전반적인 특성은 샌디브릿지-E와 유사하고 메인보드 역시 LGA2011 소켓 규격을 이용한다. 999달러 모델은 출시되지 않았고, 990달러짜리 코어 i7-4960X가 최상위 모델이다. 1년도 되지 않아 후속작인 하스웰-E가 출시된 탓에 팔린 시기는 그다지 길지 않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하스웰-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Haswell-E) –

2014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하스웰-E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하스웰-E

2014년 8월에 출시된 하스웰-E(22nm 공정)는 5세대 코어 i7(브로드웰, 14nm 공정)과 같은 코어 i7-5xxx의 모델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대부분의 판매 기간은 4세대 코어 i7(하스웰)과 겹친다. 그 이유는 브로드웰의 출시가 2015년 6월로 늦었고, 그나마도 데스크톱용은 시장에 거의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스웰-E는 이름과는 달리, 일반 하스웰은 물론, 전작인 아이비브릿지-E와 차별점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기존의 DDR3 메모리보다 한층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높은 DDR4 규격 메모리를 이용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익스트림 에디션에서 이용하던 LGA2011 소켓 규격 보다 성능이 향상된 LGA2100 v3 규격의 메인보드를 쓴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특히 최상위급 제품인 코어 i7-5960X는 8개의 코어에 20MB의 3차 캐시를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브로드웰-E(Intel Core i7 Extreme Edition Broadwell-E) –

2016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브로드웰-E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 브로드웰-E

2016년 5월에 처음 등장한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모델명은 코어 i7-6xxx 형식이다. 14nm 공정 기반의 5세대 코어 i7과 같은 브로드웰 아키텍처를 유용했으나, 실제로 시장에 등장한 건 6세대 코어 i7(스카이레이크, 2015년 말)보다 늦다.

성능은 인텔의 역대 PC용 프로세서 중 가장 높으며, 특히 최상위 제품인 코어 i7-6950X는 10개의 코어에 25MB의 3차 캐시를 갖추고 있다. 가격 역시 1723달러로 역대급이다. 메인보드는 하스웰-E와 같은 LGA2100 v3 규격을 이용한다.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 전용 프로세서인 제온 E5 v4 시리즈를 제외하면 당분간 현존하는 PC용 프로세서 중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군림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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