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알려준 가상현실 영상의 원리 및 주의할 점
[IT동아 강일용 기자] 가상현실 시대를 맞아 유튜브가 콘텐츠 제작자들이 가상현실 영상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공개했다. 유튜브는 1일 서울 상암동 유튜브 스페이스 서울에서 기자 교육 세션을 개최하고, 360도 영상 등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했다.
유튜브는 먼저 360도 영상의 제작원리에 대해 알려줬다.
복수의 렌즈로 여러 방향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는 장비가 바로 360도 카메라다. 기존 카메라가 한 방향만 촬영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인 장비다. 고프로, 리코 등 카메라 업체부터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업체까지 많은 기업이 360도 카메라를 선보이고 있다.
360도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면 왜곡되어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 사진 외곽 피사체의 크기가 실제보다 훨씬 커보인다. 메르카토르 방식으로 제작된 지도를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사진을 지구본처럼 원형으로 만들고 이어 붙이면 360도 영상이 완성된다. 지구의 핵에서 지표면을 보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사용자를 원의 중심에 배치하고, 원의 외곽에 사진과 동영상을 배열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원형으로 바꿨기 때문에 왜곡된 부분도 정상적으로 보이게 된다.
360도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하나로 합쳐서 360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스티치(바느질)'라고 부른다. 동영상의 경계를 바느질하는 것처럼 꿰매 하나의 영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360도 카메라는 렌즈 2개를 갖춘 보급형 장비부터 렌즈 12개를 갖춘 고급형 장비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한다. 렌즈가 많을 수록 영상의 품질은 올라간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비싸고 영상 스티치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생긴다.
일반 사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급형 360도 카메라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스티치한 부분에 '구멍(Hole)'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구멍이란 360도 카메라가 촬영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다. 사진과 사진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피사체가 영상에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생겨난다. 때문에 360도 영상을 촬영하려면 360도 카메라가 촬영하지 못하는 구멍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 부분에 사람이나 사물을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구멍을 없애려면 고프로 오딧세이 등 전 방위를 사각 없이 한 번에 촬영할 수 있는 초고가의 촬영장비가 필요하다. 최소 33장의 사진 또는 동영상을 이어 붙이면 구멍 없이 완전한 360도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현재 유튜브는 360도 동영상 업로드 기능을 통해 스티치 작업을 대신 해주고 있다. 주의할 점은 사진이나 동영상 뿐만 아니라 비디오 메타데이터(각각의 사진 및 영상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이터)까지 함께 유튜브에 업로드해야 스티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저가 360도 카메라 가운데 일부는 이러한 비디오 메타데이터를 생성하지 못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유튜브의 스티치 작업은 동영상의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1시간 정도 걸린다.
이렇게 유튜브에 업로드한 360도 영상은 마우스, 터치스크린, 가속도계 등을 이용해 시점을 옮길 수 있다. 여기에 카드보드, 기어VR 등 가상현실 HMD를 결합하면 360도 영상은 가상현실 영상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유튜브는 360도 영상을 만들 때 영상 못지 않게 음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라운드(공간) 오디오 장비를 이용하면 사용자에게 더 실감나는 음성을 들려줄 수 있다는 뜻. 360도 카메라에 서라운드 마이크를 결합하면 영상 뿐만 아니라 음성까지 사용자의 귀 위치에 맞게 들려주는 완벽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유튜브는 안드로이드 4.2 이상에서 서라운드 오디오를 들려준다. 안드로이드 4.2 이상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카드보드에 연결한 후 가상현실 콘텐츠를 감상하면 사용자의 머리 방향에 맞춘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아쉽게도 iOS는 서라운드 오디오를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일반 실시간 스트리밍에 이어 360도 영상 실시간 스트리밍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라이브의 360도 영상 스트리밍을 견제하고, 360도 영상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다만 유튜브는 실시간 스트리밍에선 스티치 범위에 구멍이 생겨나는 현상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360도 영상은 편집으로 구멍 문제를 상당수 해결할 수 있지만, 실시간 스트리밍은 편집이 불가능하니 그만큼 더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치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스티치한 부분은 미세하지만 왜곡이 일어난다. 스티치를 얼마나 실제와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는지가 유튜브를 포함해 스티치 기능을 제공하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에게 주어진 숙제다.
360도 영상의 장점: 백문이 불여일견
360도 영상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현장감이다. 사용자에게 현장에 간 것과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다. 가상현실이 각광받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유튜브는 360도 영상이 어울리는 분야로 콘서트 라이브 중계, 익스트림 스포츠 중계, 곡예 비행 중계 등을 꼽았다.
뉴스에도 360도 영상을 접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보도한 후 현장에서 촬영한 360도 영상을 송출하면 사용자에게 현장에 간 것과 같은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다 옛 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360도 영상은 공감받기도 쉽다. 현장의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둘러볼 수 있으니, 그만큼 감정 몰입이 잘 된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 360도 영상을 도입하면 사용자의 감정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ABC뉴스가 제작한 북한 탐방이나, AP통신의 시리아 난민캠프 관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이 초라한 류경호텔에서 울려 퍼지는 김정은 찬양이나, 쓰레기 더미 위에 세운 비참한 난민캠프 등을 사용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다. 360도 영상을 활용해 사용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콘텐츠다.
유튜브는 360도 영상으로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촬영 뿐만 아니라 나레이션과 자막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레이션과 자막을 통해 사용자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주면 그만큼 360도 영상에 대한 사용자의 감정 몰입을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360도 영상은 뮤직비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360도 영상을 제작할 때 고민해야 할 것들
유튜브는 360도 영상 제작에 앞서 다음 5가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가지를 제대로 만족시킬 수 없다면 굳이 360도 영상으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 시청자를 360도 영상 속으로 끌어들일 이유가 있어야 한다. 2. 시청자에게 다른 방법으로 제공할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3. 촬영 현장에 볼거리가 풍성해야 한다. 4. 시청자가 현장을 둘러보길 원해야 한다. 5. 시청자가 맨 처음 콘텐츠의 품질에 감탄한 후에도 계속 시청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또, 360도 영상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 6가지를 신경써야 한다.
1. 매체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2. 360도 영상의 한계를 명심해야 한다. 3. 카메라 배치를 신경써야 한다. 4. 시청자의 시점을 자연스럽게 목표로 유도해야 한다. 5. 시청자가 주위를 둘러보 시간을 주되 너무 길게주면 안된다. 빨리 촬영 당시 의도한 특정 포인트로 시선을 이끌어야 한다. 6. 음향 효과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면 사용자의 시선을 의도한 곳으로 옮길 수 있다.
박상욱 유튜브 아태지역 크리에이터 솔루션 총괄은 "현재 360도 영상과 가상현실은 초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만큼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시청자를 체험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즉, 현장감이 바로 360도 영상과 가상현실 콘텐츠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