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차세대 게이밍의 지름길, AMD 라데온 RX 480
[IT동아 김영우 기자] 2016년은 그래픽카드 시장의 전환기다. 물론 이전에도 거의 매년 신형 그래픽카드가 나오긴 했지만, 올해의 신작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무엇보다도 제조 공정부터 일신했다. 세계 그래픽카드 시장을 이끄는 AMD와 엔비디아는 2012년부터 28nm 공정으로 GPU(그래픽카드의 핵심칩)을 생산했지만, 올해부터 AMD는 14nm공정, 엔비디아는 16nm 공정을 도입한다. 공정이 미세화되면 성능과 소비전력, 발열 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특히 AMD의 전략 제품인 라데온 RX 480(AMD Radeon RX 480)의 경우,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향상폭이 큰데도 불구하고
비디오메모리 4GB 버전은 199달러, 8GB 버전은 239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책정, 출시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북돋았다.
6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팔릴 관심의 신형 그래픽카드, AMD 라데온 RX 480(8GB)의 면모를 살펴보자.
14nm 공정 폴라리스 GPU 탑재한 전략 제품
AMD 라데온 RX 480에 탑재된 동명의 GPU는 4세대 GCN(Graphics Core Next) 아키텍처(기반기술)을 적용했으며, 코드명 폴라리스(Polaris) 10으로도 불린다. 참고로 라데온 RX 470/480이 폴라리스 10, 하위 제품인 라데온 RX 460이 폴라리스 11이다. 숫자는 작아도 폴라리스 10이 더 고급 기술이다.
36개의 연산 유닛으로 구성된 라데온 RX 480 GPU는 기본 1120MHz, 최대(부스트 모드) 1266MHz로 구동하며 5.8 테라플롭스의 연산능력을 발휘한다. 그래픽카드에 탑재된 메모리는 GDDR5 규격이며 256비트 형식의 4GB, 혹은 8GB가 탑재된다. GDDR5 보다 높은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발휘하는 HBM은 나중에 나올 최상위급 라데온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전력 낮고 기판도 작은 편
높은 사양을 갖추고 있음에도 소비전력 수치는 낮은 편이다. 라데온 RX 480의 TDP(열설계전력)은 불과 150W로, 400~500W 남짓의 일반적인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를 탑재한 PC에서도 무리없이 구동이 가능할 것이다.
참고로 AMD에서는 올해 출시할 폴라리스 기반 신형 라데온이 역대 라데온 중 최고 수준의 소비전력 대비 성능을 발휘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라데온 RX 480 그래픽카드에는 6핀 규격 보조전원포트 1개만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그래픽카드에는 보조전원 포트 2개, 혹은 8핀 포트가 달려있기 마련이다.
제품의 외형에서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기판이 생각 이상으로 작다는 것이다. 리뷰에 이용한 레퍼런스(AMD 표준) 카드는 달린 쿨러의 길이(약 24cm) 때문에 얼핏 커 보이지만 실제 기판의 길이는 18cm가 좀 안된다. 향후 다양한 제조사에서 라데온 RX 480이 등장한다면 한층 작아진 제품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의 그래픽 기술 트랜드 충실히 지원
그 외에 그래픽카드의 프레임이 모니터에서 표시할 수 있는 주사율(초당 표시화면수)를 초과할 때 화면 일부가 갈라지는 현상을 성능 저하 없이 최소화하는 프리싱크(FreeSync) 기술(지원 모니터 필요), 차세대 그래픽 기술인 다이렉트X 12(DirectX 12), 벌칸(Vulkan) 등을 지원하는 등, 최근의 그래픽 기술 트랜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도 라데온 RX 480를 비롯한 폴라리스 계열 GPU의 특징이다.
영상 출력 인터페이스는 DP(디스플레이 포트) 위주로 되어있다. 총 4개의 포트 중에 3개가 DP(1.3/1.4)이며 HDMI(2.0)은 1개뿐이다. 복수의 모니터를 동시 연결해 하나의 화면처럼 쓰는 아이피니티(Eyefinity) 기능도 당연히 지원한다.
DP 1.3/1.4 및 HDMI 2.0은 높은 대역폭을 갖추고 있어 기존의 풀HD급 일반 콘텐츠 대비 4~5배의 데이터 전송량을 필요로 하는 4K UHD급 콘텐츠나 VR(가상현실) 콘텐츠를 구동하기에 적합하다. 물론 이는 리뷰에 이용한 레퍼런스 제품 기준이며, 시장에 출시될 다른 제조사의 라데온 RX 480에는 HDMI 포트의 수가 늘어나거나 DVI 포트가 달리는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이용한 성능 측정
제품의 대략에 대해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성능을 체험해볼 차례다. 테스트 시스템은 6세대 인텔 코어 i7-6700K(스카이레이크) CPU에 16GB(8GB x 2) DDR4 메모리를 갖춘 윈도우10 64비트 사양이다. 장치 드라이버는 라데온 소프트웨어: 크림슨에디션 16.6.2 버전을 이용했다.
그리고 라데온 RX 480의 비교대상으로는 이전 세대 제품인 라데온 R9 380X, 그리고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970을 준비했다. 라데온 RX 480(8GB) 외에 모두 4GB 메모리 탑재 제품이다. 이들 모두 30만원 근처에 팔리는 제품으로, 239 달러에 출시된 라데온 RX 480 8GB 버전 역시 그 정도의 시세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라데온 RX 480 역시 4GB 버전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나은 비교가 되겠지만 아쉽게도 샘플을 구하지 못했다. 4GB 버전은 8GB 버전에 비해 4K UHD 모드에서 약간 성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시스템의 전반적인 그래픽 구동능력을 측정하는 3DMark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구동해봤다. 일단 고사양 시스템의 성능을 측정하는 Fire Strike 모드를 기본 설정 값에서 구동했다. 참고로 Fire Strike는 3DMark에서 가장 많이 쓰는 테스트 모드이지만 최신 그래픽기술인 다이렉트X 12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테스트 결과, 라데온 RX 480은 전작인 라데온 R9 380X 보다는 확실히 우세했고, 경쟁사의 지포스 GTX 970 보다 약간 나은 결과를 나타냈다. 다음은 3DMark의 벤치마크 모드 중에서도 다이렉트X 12를 지원하는 API 오버헤드 테스트를 진행해봤다.
다이렉트X 12 지원 테스트에서는 라데온 RX 480이 비교 제품에 비해 확연하게 나은 결과를 냈다. 새로운 아키텍처가 적용된 신형 그래픽카드다운 면모다
게임 구동 테스트 1 – 더트랠리
벤치마크 프로그램 점수와 실제 게임 구동능력은 다를 수 있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최신 게임을 구동하며 실질적인 체감 성능을 확인해보자. 참고로 시중에 가장 많이 하는 리그오브레전드(LOL)나 오버워치 같은 게임은 테스트하지 않았다. 이런 게임들은 요구 사양이 높지 않아서 굳이 라데온 RX 480 같은 그래픽카드를 쓰지 않더라도 원활하게 플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모든 그래픽 품질을 최상급으로 높인 상태에서 풀HD 해상도(1,920 x 1,080)와 4K UHD 해상도(3,840 x 2,160)를 전환해가며 동일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다만, 최대 프레임을 제한할 수 있는 V-Sync(수직동기화) 옵션은 비활성화했다.
첫번째 테스트 게임은 레이싱 게임인 '더트랠리(Dirt Rally)'다. 다른 테스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된 작품이라 아쉽게도 다이렉트X12는 지원하지 않지만, 기존의 다이렉트X11 기반 게임의 성능을 측정하기에 적합하다.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벤치마크 기능을 이용해 초당 평균 프레임(FPS)을 확인해봤다.
테스트 결과, 라데온 RX 480기 가장 나은 성능을 냈고 전작인 라데온 RX 380X에 비하면 확연하게 나아지긴 했지만 지포스 GTX 970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옛 기술에 기반한 게임에선 신형 그래픽카드의 효용성이 다소 빛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게임 구동 테스트 2 – 애쉬스 오브 더 싱귤러리티
두번째 테스트 게임은 전술 시뮬레이션 게임인 '애쉬스 오브 더 싱귤러리티(Ashes of the Singularity)'다. 다이렉트X12를 지원하며, 화면 가득 수백기의 유닛이 동시에 전투를 벌이기 때문에 고사양 시스템의 성능을 테스트 하기에 적합하다. 게임 내 메뉴에서 제공되는 벤치마크 기능을 활용, 초당 평균 프레임을 확인해봤다.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라데온 RX 480이 비교 대상을 확실히 압도하는 수준이었으며, 특히 4K UHD 모드에서 라데온 RX 480는 지포스 GTX 970의 거의 2배 가량의 성능을 냈다. 메모리 용량의 차이(4GB와 8GB)를 고려하더라도 이 성능의 격차는 크다. 다이렉트X 12와 같은 최신 그래픽 기술이 적용된 게임에서 폴라리스 기반 그래픽카드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 같다.
게임 구동 테스트 3 – 히트맨
마지막으로 테스트한 게임은 최근 신작이 발표된 히트맨(HITMAN)이다. 기존의 히트맨 시리즈와 달리, 다이렉트X12를 비롯한 최신 그래픽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벤치마크 기능을 이용해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는 애쉬스 오브 더 싱귤러리티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라데온 RX 480이 비교 대상 그래픽카드에 비해 확실히 나은 성능을 냈다. 최신 기술에 대응하는 게임에서 라데온 RX 480이 제 성능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 전력 비교
시스템 전체의 소비전력을 측정하는 파워서플라이를 이용, 부하가 걸리는 상태에서 소모되는 전력을 확인해봤다. 3DMark 테스트 도중 측정된 최대 전력 소모 수치는 이하와 같았다.
측정 결과, 라데온 RX 480이 가장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작인 라데온 R9 380X에 비하면 전력 효율 개선 폭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성능 대비 소비전력이 낮다는 AMD의 이야기가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DX12, 4K와 같은 차세대 게이밍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AMD 라데온 RX 480은 확실히 이전 세대 라데온에 비해 여러모로 개선점이 많다. 특히 새로운 공정을 적용한 제품인만큼, 성능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소비전력이 크게 개선된 건 고무적이다. 또한 다이렉트X 12나 4K UHD 환경에서 인상적인 성능을 낸 것으로 미루어 보아 VR(가상현실) 콘텐츠에서도 좋은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차세대 게이밍을 맛보기에 적합한 그래픽카드라는 의미다.
옛 기술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에서는 기존 그래픽카드 대비 성능 향상폭이 적은 것이 다소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이는 드라이버 개선이나 각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튜닝(팩토리 오버클러킹 등)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할 것 같다. 소비전력도 낮은 편이니 잠재력은 충분하다. 지포스 GTX 980과 같은 고가의 그래픽카드를 완전히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30만원 근처의 가격으로 팔린다면 무난하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