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끝에서 끝까지 연결하는 무선 통신, 블루투스 5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블루투스 SIG가 차세대 블루투스 규격 '블루투스 5'를 공개했다. 블루투스(Bluetooth)는 스마트폰, 노트북, 헤드폰, TV, 비디오게임기 등 IT 기기를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는 근거리 무선 기술 표준이다. 전 세계 82억 대가 넘는 기기에서 블루투스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블루투스 공식 로고
블루투스 공식 로고
<블루투스>

블루투스 5의 가장 큰 특징은 '근거리' 무선 기술 표준에서 '중거리' 무선 기술 표준으로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블루투스 5는 기존 블루투스 4.2보다 데이터 전송 범위가 4배 더 넓어졌다. 최대 1,200피트(약 365미터) 거리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물론 기존 블루투스 4.2의 경우 20미터를 넘어가면 데이터 신호가 급격히 약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유효 범위는 80미터 내외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약점으로 꼽혔던 느린 데이터 전송 속도도 개선된다. 기존 블루투스 4.2에 비해 2배 빨라졌다. 최대 50Mbps(초당 6.2MB)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데이터 전송 범위와 속도만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 기기를 위한 다양한 신 기능이 추가된다. 일단 위치 파악 기능이 훨씬 정교해진다. 지금도 블루투스 기술과 비콘을 활용해 사용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기술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블루투스 5는 여기서 더 나아가 GPS와 와이파이의 도움 없이 사용자와 기기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 스마트 시계를 집안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블루투스 5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켜고 스마트 시계의 위치를 찾으면 된다. 스마트 시계의 정확한 위치를 화면에 표시할 수 있다.

블루투스 5는 빠르면 올해 말부터 스마트 기기에 탑재되기 시작한다. 내년 초 쯤이면 거의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가 블루투스 5를 채택할 전망이다.

블루투스의 연혁

블루투스 1.0
블루투스는 2.4GHz 주파수를 이용한다. 이는 무선 네트워크(802.11b/g)의 주파수와 동일하다. 같은 주파수를 공유했으므로 동일 주파수 영역 내에 있는 장치간 충돌이 우려됐지만, 블루투스는 비어 있는 다른 채널을 찾아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을 취해 문제를 피했다. 하지만 하드웨어 장치의 주소를 반드시 전송해야 했고, 지금처럼 두 장치 사이간 익명 연결이 불가능했다.

블루투스 1.1/1.2
2002년 IEEE 표준으로 승인된 마이너 업데이트 개념의 블루투스 버전. 기존 1.0과 1.0b의 문제점을 수정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서 비 암호화 채널(Non-encrypted Channels)을 지원했고, 신호강도 지표(Signal Strength Indicator)를 수신 받을 수 있게 됐다. 블루투스 1.2는 접속 시간을 줄이고 근거리 주파수 간섭을 개선했다. 전송속도 자체는 1.1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송 오류나 음성, 신호의 품질 손실을 막는 기술이 추가됐다. 블루투스 1.2는 2005년에 IEEE 표준으로 승인 받게 된다.

블루투스 2.0 + EDR
버전이 크게 바뀌면서 데이터 속도가 빨라졌다. EDR은 강화된 데이터 전송(Enhanced Data Rate)를 말한다. 다중연결 시나리오의 단순화로 데이터 전송량이 늘면서 전력 소비가 줄어든 효과를 함께 얻게 됐다. 일반 블루투스 2.0도 있는데, 기본 틀은 기존 블루투스 1.2와 거의 비슷하다.

블루투스 2.1 + EDR
2007년 블루투스 SIG에 의해 채택된 블루투스 2.1은 장치의 이름이나 서비스 목록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개선됐다. 비대칭 전송으로 배터리 효율을 더 높인 점도 특징. 보안에 대한 중요성도 대두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부호화 일시 중지/재개(Encryption Pause/Resume) 기능도 추가됐다. 근거리무선통신(NFC)에 대응하는 기능도 여기에서 추가된 것이다.

블루투스 3.0 + HS
2009년에 발표된 블루투스 3.0 + HS은 최대 속도 24Mbps로 속도를 끌어 올린 점이다. 802.11 PAL(Protocol Adaptation Layer)를 도입하며 얻어낸 성과다. 해당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 +HS(High Speed)라는 이름이 추가되고, 이 것이 없다면 일반 기능만 추가된 것이다. 여기서 추가된 기능이라면, 기기간 대용량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점. 동영상이나 사진, 파일 등이 그 대상이다. PC를 모바일 기기와 동기화 하는 기능과 내장 전력관리 기술로 전력 소모를 더 줄였다.

블루투스 4.0
2010년에 채택된 표준인 블루투스 4.0은 기존 블루투스와 고속 전송(+HS), 저전력(Low Energy) 등을 포함한 규격이다. 저전력은 연결을 빠르게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새롭게 설계됐다. 고속 전송은 와이파이 기반이며, 기존 블루투스는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동일한 기술이 포함됐다. 블루투스 스마트(Bluetooth Smart)와 스마트 레디(Bluetooth Smart Ready)라는 것도 존재하는데, 스마트는 저전력 전용 장치로 동작을 위해 다른 장치가 있어야 한다. 스마트 레디는 일반적인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쓰인다.

블루투스 4.1
2013년에 채택된 기술로 기존 버전의 장점을 가져가면서 기능이 추가 된 마이너 업데이트 버전이다. 먼저 블루투스와 LTE 통신간 공존성을 높였다. 거리가 벌어져 연결이 잠시 끊겨도 다시 접근하면 자동 연결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타 액세서리 장비의 통신 전송 상태를 효율적으로 개선했고 사물인터넷을 위한 IPv6 사용 표준도 추가된 점이 특징이다.

블루투스 4.2
2014년 하반기에 공개된 기술로 사물인터넷에 대한 대응이 더 긴밀해졌다. 새로운 인터넷 프로토콜 지원 프로파일(IPSP)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 외에 데이터 전송 거리의 증가와 개인정보 보호, 보안 연결 등이 핵심이지만 일부 기능은 펌웨어 업데이트가 이뤄져야 쓸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 모니터
연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 모니터 연결
<블루투스를 활용해 기기를 연결한 모습>

블루투스 vs 와이파이 다이렉트

사물인터넷을 위한 근중거리 무선 기술 표준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이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다이렉트(와이파이 직접연결)다. 두 기술은 두 개의 기기를 무선으로 직접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술의 근간과 용도가 동일하다. 실제로 이용되는 분야도 겹친다. 라이벌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블루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전력이다. 블루투스의 전력 소모량은 현재 1.5~2mW에 불과하다.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으면 데이터 소모량이 조금 더 늘어나지만, 매우 큰 변화는 아니다. 때문에 전력 소모에 민감한 모바일 기기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저전력은 블루투스의 약점이기도 하다. 일단 저전력을 먼저 감안하고 규격을 설계하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 범위와 속도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저전력을 감안한 설계 특징 탓에 이론 상 성능에 비해 실제 성능이 잘 안나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 와이파이와 같이 2.4GHz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기 때문에 번화가에서 혼선이 자주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블루투스 헤드셋의 소리가 종종 끊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혼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어 있는 대역을 찾아서 기기를 연결하는 기술이 추가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의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 전송 속도다. 와이파이와 같은 규격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기끼리 매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의 경우 현재 최대 430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블루투스 5와 비교하더라도 8배 이상 더 빠르다. 게다가 블루투스와 달리 속도 저하가 드물다. 주파수도 2.4GHz와 5GHz를 동시에 이용하기 때문에 혼선 가능성이 적다.

다만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데이터 전송 속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 범위가 매우 좁다. 기기끼리 거리가 15~20미터를 넘어가면 제대로된 데이터 전송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 또, 데이터 전송 기술인 와이파이에서 파생된 기능인 탓에 블루투스와 달리 사용자와 기기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전력 소모량도 블루투스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서로의 장단점이 극명하기 때문에 두 기술은 한 동안 공존할 전망. 블루투스는 주로 외부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에 널리 활용되고 있고,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집이나 사무실의 스마트 가전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