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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보니] 품격보다 앞선 기술, BMW 730 Ld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한 BMW지만 그 중에서 7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라는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술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상징적인 부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중심으로 응용되는 다양한 기술은 소형차부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등 고루 적용되어 운전자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BMW의 상징인 7 시리즈, 그 중 3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730 Ld 엑스드라이브(xDrive)를 시승했다. 지난 2015년 10월에 공개된 6세대로 부분 변경이 아닌 완전 변경된 것으로 여러 첨단 장비와 고급스러운 재질 등을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경쟁 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아우디 A8 등이 대표적이다.

과하지 않게 BMW의 일원으로

BMW 730 Ld의 외모는 얼핏 평범하다. 그냥 BMW 차량 중 하나라는 느낌이랄까? 물론, 많은 제조사가 패밀리룩(디자인 통일감)을 통해 정체성을 가져간다. 그래도 플래그십(기함) 세단이라면 특유의 위압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강하지 않다. 당장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와 C, E 클래스만 보더라도 디자인은 복사한 듯 비슷하지만, S 클래스 특유의 기품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BMW 730 Ld.

곰곰히 바라보니, 상대적으로 젊게 느껴진다. 그러나 디자인적 완성도로 본다면 이전 세대 7 시리즈가 기자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6세대 7 시리즈는 엄청 크고 길어진 4 시리즈 그란쿠페(Gran Coupe) 같다고 하면 과장일까? 4 시리즈 그란쿠페 자체만 보면 괜찮은 비율인데, 이것이 5m 이상의 덩치로 탄생하니 어색하게 다가온다.

전면부는 키드니 그릴이나 U자를 두 개 붙인 주간등 형상을 보면 'BMW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강렬하다라는 느낌보다 약간 부드러워진 듯 하다. 헤드 램프는 BMW i 시리즈에서도 도입된 바 있는 레이저 라이트다. LED 보다 4배 밝다는데, 실제 야간주행에서도 전방을 밝게 비춰줬다.

BMW 730 Ld.

윤거(차량 바퀴 사이 거리)가 긴 L 버전이기 때문에 차체 길이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길다. 전장은 5,238mm, 일반 7 시리즈의 전장이 5,098mm니까 무려 140mm가 길어졌다. 하지만 무게는 45kg 증가(2,050kg)에 그쳤다. 이는 BMW 7 시리즈를 지탱하는 카본코어(Carbon Core)의 덕도 있을 듯 하다. 차체가 길어지니 공간을 결정하는 윤거도 3,210mm로 일반 7 시리즈의 3,070mm 보다 140mm 확대됐다. 길어진 차체는 고스란히 공간을 늘리는데 쓰였다는 말이다.

흥미롭게도 측면에는 에어 브리더(Air Breather)가 마련되어 있다. 주행 중이나 정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에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디젤 엔진에 대형 세단을 타고 얼마나 가혹하게 주행할지 알 수는 없으나 있으면 좋은 장치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 장치가 차량의 품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 않나 평가해 본다.

후면은 L자형 LED가 점등되는 테일 램프 사이를 크롬 바가 과감하게 지나간다. 갈끔하게 마무리한 범퍼에는 두 개의 배기구가 자리한다. 화려함을 온 몸으로 보여주려는 듯 배기구 주변에도 크롬으로 장식해 두었다.

화려함 가득한 실내, 세밀한 마무리는 아쉬워

대형 세단은 디자인은 물론 거주성도 따져본다. 얼마나 고급 소재를 썼는지, 마무리는 잘 되어 있는지 여부다. 감성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이자, 이 차가 1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BMW 730 Ld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충분히 고급스럽고, 마무리도 잘 되어 있다.

시승한 차량의 실내는 밝은 색상(베이지)의 가죽과 광택이 살아 숨쉬는 목재 인레이 등이 적용되어 있다. 소재 하나하나 보면 충분히 고급스러운데, 전반적인 조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약간 기대에 못 미치는 듯 하다. 그만큼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가 기준을 많이 높여 놓았는지 모르겠다.

BMW 730 Ld의 실내.

전반적인 조작은 단순하게 이뤄진다. 인식률 좋은 터치 패널의 배치가 좋고, 버튼의 수가 많지 않아 조작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많은 기능들이 아이드라이브(iDrive) 메뉴에 숨겨져 있으니 약간의 적응은 필요할 것이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뒷좌석 조작은 버튼을 제외하면 모두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시인성이 뛰어나고, 특히 애니메이션 효과를 더해 보는 즐거움과 멋을 살렸다. 조작 반응도 빠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하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이 제공된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제스처 컨트롤이라는 기능이 제공된다. 모니터 앞에 손동작을 인식하는 장치를 달아 손의 움직임에 따라 일부 기능이 제어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검지 손가락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음량이 높아지고, 반대로 돌리면 낮아지는 식이다. 이렇게 통화하거나 화면을 넘기는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인식률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음량을 높이더라도 일단 손가락을 한 두 바퀴는 돌려야 반응하게 된다. 이마저도 인식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냥 신차에 추가된 신기한 기능 정도로 한 두 번 쓰면 다시는 쓰지 않을 듯 하다. 차라리 스티어링이나 아이드라이브 음량 조절 다이얼을 돌리는게 더 낫다.

주차나 저속 주행 시, 차량 곳곳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을 보여준다. 흔히 말하는 어라운드 뷰(Around View)인데, 주차나 공간 확인 등 주변 사물을 확인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중앙에 그려진 이미지 대비 주변 사물이 크게 확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카메라가 보여주는 화면을 100% 신뢰하지 말고 실제 바깥을 확인하는 세심함이 요구된다.

뒷좌석은 기본 제공되는 태블릿으로 내부 기능 조작이 가능하다.

앞좌석도 그랬지만 뒷좌석의 승차감은 더 좋다. 2열 공간이 넓기 때문에 과장해 설명하자면 두 다리를 뻗어도 될 수준이다. 1열 좌석 뒤에는 큼직한 모니터가 한 대씩 마련되어 있고, 차량 조작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수도 있다.

2열 중앙에는 마사지나 창문/썬루프 개폐 등이 가능한 태블릿 장치가 한 대 배치되어 있다. 삼성 갤럭시 탭인데, 평상시에는 차량 조작용으로 쓰다 필요하면 안드로이드 태블릿처럼 쓰면 된다. 마치 태블릿을 샀는데 7 시리즈가 보너스로 따라 온 기분이랄까? 물론, 농담이다.

730 Ld의 사운드는 BMW가 잘 쓰는 하만카돈(Harman/kardon)이 탑재됐다. 3 시리즈나 5 시리즈 정도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기자가 들었을 때의 음질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냥 해당 스피커가 달려 있는 5 시리즈나 X 시리즈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억 이상의 차량인데, 그래도 조금 괜찮은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BMW 7 시리즈의 디스플레이 키. 연료량 확인부터 원격 시동 등을 지원한다.

디스플레이 키는 BMW 7 시리즈의 백미 중 하나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열쇠 중앙에 디스플레이가 마련되어 있다. 이를 가지고 차량의 연료 상태나 공조기 등을 미리 작동하게 해준다. 하지만 수시로 충전을 해줘야 하는 자동차 열쇠라니, 신기하면서도 귀찮게 느껴진다. 차라리 열쇠를 차량 내에서 무선 충전 하도록 지원해줬으면 좋았을 거다.

그러나 BMW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730 Ld에도 디스플레이 키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고. 하지만기자가 테스트했을 때 해당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기에 무선 충전 기능이 제외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충전 속도는 더디더라도 기능은 있다고 하니 참고 바란다. 충전은 암레스트 덮개를 열어 나오는 고정장치에 키를 꽂으면 된다. 단, 충전부인 키 바닥이 운전자를 향해야 한다. 충전이 안 되는 것은시승차의 문제인 듯 하다.

묵직하지만 그만큼 부드러운 3리터 디젤엔진

BMW 730 Ld의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주행을 시작했다. 먼저 부드러움이 강조된 컴포트(Comfort) 모드를 적용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차체를 밀어낸다. 가속은 비록 천천히 이뤄지지만 속도를 높이는 과정은 매끄럽다. 가속과 함께 느껴질 법도 한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도 희미하다. 운전하는 기자는 답답하지만 뒤에 앉은 누군가는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이 차가 품은 심장. 6기통 3리터 디젤엔진으로 최고 출력 265마력, 최대 토크 63.3kg.m를 뿜어낸다. 특히 최대 토크가 2,000~2,500rpm에서 발생한다. 유연하게 가속하는 영역에서의 토크감을 중시한 설정인 듯 하다. 컴포트 모드에서 천천히 가속해 보니 1,200rpm 부근부터 힘이 느껴진다. 이후 꾸준히 힘을 내며 2톤의 거구를 밀어낸다. 변속기는 8단 자동과 호흡을 맞춘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진동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탑재되어 있는 에어 서스펜션의 영향이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나가면 중력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거친 노면에서도 최대한 부드러움을 실내에 전달하겠다는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BMW 730 Ld가 품은 3리터 터보 디젤 엔진.

그러나 스포트(Sport) 모드로 전환하니 인자한 730 Ld는 노련한 스프린터로 변한다. 진동을 내부로 어느 정도는 허용하지만 주행 안정감을 더해준다. 또한 엔진을 최대한 회전하면서 변속 시점을 뒤로 늦춰, 엔진 본연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느낌도 좋다. 그만큼 디젤엔진의 한계를 쉽게 깨닫게 되겠지만 말이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의 그것과 비교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3리터 터보 디젤엔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어 두긴 했다.

주행 안정성은 BMW 특유의 짜릿함이 남아 있다. 약간 날이 무뎌지긴 했어도 원하는 라인은 착실히 그려 나갔다. 사륜구동 시스템 엑스드라이브(xDrive)도 주행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일조한다.

BMW 730 Ld.

주행 모드는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컴포트(Comfort), 스포트(Sport), 에코 프로(Eco Pro), 어댑티브(Adaptive)가 마련되어 있고, 세부적으로 기본(Standard), 개인설정(Individual), 컴포트 플러스 등이 추가된다. 기분에 따라 730 Ld는 운전자에 맞는 성능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주행 관련 신기술이 대거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잘 활용하면 편안하게 주행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스티어링 어시스트 기능이 돋보였다. 15초라는 찰나의 순간(15초 이내에 스티어링을 잡아야 한다)이지만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어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좋은 기능이긴 하지만 불안하다. 아직 사람이 기계를 100% 신뢰하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 730 Ld의 크루즈 컨트롤과 스티어링 어시스트는 차선이 뚜렷한 곳에서 제법 괜찮지만 조금이라도 불분명하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6세대 7 시리즈에서는 '이런게 있구나' 정도로 안전한 곳에서 향만 살짝 맡아 보는 것이 좋겠다.

기술이 품격을 앞서도 너무 앞선 듯

BMW 730 Ld 엑스드라이브의 가격은 1억 4,160만 원이다. 넓은 실내 공간, 다양한 기능과 옵션 등 눈길을 끄는 요소는 많다. 그러나 이것이 품격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기엔 물음표가 그려지는게 사실이다. 이 가격대라면 선택의 여지는 많으니 말이다. 할인을 제외하고 당장 비슷한 가격대와 성격을 가진 메르세데스-벤츠 S350 블루텍 롱(Long) 버전의 가격이 1억 4,280만 원이다.

BMW 730 Ld.

물론 BMW 730 Ld는 사륜구동이고(S350 블루텍은 후륜구동), 출력이나 일부 구성에서 우위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으로 접근했을 때, 또 세밀한 마감이나 완성도 등을 본다면 경쟁 차종의 우위는 부정하기 어려울 듯 하다.

'드라이빙 럭셔리(Driving Luxury)'는 BMW 7 시리즈가 내건 문구다. 고급스러움을 운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고급스러움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으나, 그들이 말하는 고급스러움은 일단 기술 발전을 앞세운 품격 있는 주행을 뜻하는 것처럼 이해됐다. 그러나 기술과 품격을 같이 느끼기에는 기술이 너무 앞서갔다. 기자 앞에 정차되어 있는 새로운 7 시리즈가 유난히 건조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이것 때문이리라.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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