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2016 현장] '워치OS 3'로 애플워치 활용도 끌어 올린다
[샌프란시스코=IT동아 김태우 기자] 애플이 WWDC 2016 키노트를 6월 14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진행했다. 2시간을 꽉 채운 키노트는 애플 제공하는 4가지 OS(운영체제)인 워치OS, 티비OS, 맥OS, iOS에 대해 쉬지 않고 새로운 내용을 빠른 속도로 쏟아냈다. 그런데도 발표자는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수 없어 아쉽다는 언급을 중간중간 했다. 그만큼 새롭게 추가된 것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타자로 나선 것은 '워치OS 3'다. 애플워치가 판매되기 시작하고 1년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워치OS는 버전 2로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여전히 느린 앱 구동 속도는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네이티브 앱 지원으로 버전 1보다 앱 속도가 더 빨라졌음에도 사용자가 인식하기엔 꽤 느렸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워치OS 3는 이점을 개선했다. 워치OS 엔지니어링인 케빈 린치(Kevin Lynch) 부사장은 "속도 개선에 가장 중점을 뒀다"며 "7배가량 빨라졌다"고 말했다. 직접 시연을 통해 워치OS 2와 비교한 워치OS 3의 앱 구동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앱이 즉각적으로 실행이 된 것.
이런 빠른 구동 속도의 비밀은 2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먼저 메모리에 앱을 보관해 놓는다. 모든 앱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선호하는 앱만 메모리에 보관해 빠르게 실행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데이터는 백그라운드에서 업데이트가 된다. 앱 실행 시 데이터를 불러오지 않고 미리 애플워치로 가져와 저장하고, 메모리에서 앱를 바로 로딩하기 때문에 실행이 빨라지게 된 것이다.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에서 복잡한 작업을 할 수는 없지만, 간단한 작업은 아이폰을 꺼내지 않고 애플워치에서 처리하면 편하다. 예를 들면 집안의 스마트 조명을 끄고 켜는 작업은 애플워치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앱 실행이 느리다 보니 안 쓰게 된다. 애플워치의 활용도가 떨어지게 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워치OS 3에서는 애플워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커뮤니케이션 화면을 실행해주는 사이드 버튼은 기능을 완전히 바꾸어 자주 쓰는 앱을 추가해 빠르게 선택할 수 있게끔 '독'을 적용했다. 맥의 독 기능이 연상된다. 기존에는 한 화면에 앱 모두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어 원하는 앱 찾는 것에 시간이 다소 걸렸다. 그리고 아이폰처럼 컨트롤 센터를 추가해 사용자 경험을 유사하게 만들었다. 아이폰과 동일하게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스와이프하면 컨트롤 센터가 나온다.
메시지 응답에는 '스크리블(Scribble)'이 제공된다. 손으로 직접 쓰면, 이를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기능이다.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간단한 대답 정도로만 쓴다는 전제하에서는 기존보다 더 다양한 메시지로 응답할 수 있기에 나쁘지는 않다.
워치 페이스는 더 다양해졌다. 미키 마우스에 이어 미니 마우스가 합류했으며, 활동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워치 페이스도 다채롭게 추가됐다. 워치 페이스 변경도 쉬워졌다. 그냥 화면을 옆으로 밀면 된다.
인상적인 기능은 응급 전화 기능. 사이드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응급 전화를 할 수 있다. 미국은 911이지만, 머무르는 국가에 해당하는 응급 번호로 전화가 된다. 홍콩에 여행을 갔는데, 응급 번호를 몰라도 애플워치에서 사이드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것. 동시에 친구나 가족에게는 현재 위치와 메시지를 전송해 준다.
애플워치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활동 앱은 애플 피트니스 및 헬스 기술 디렉터인 제이 블라닉(Jay Blahnik)이 올라와 소개했다. 그동안 추가되기를 바라기도 했고, 다음 버전에서는 기대하고 있던 기능이 워치OS 3에 제공된다. 바로 활동량 공유 기능이다.
활동 앱 실행 후 오른쪽으로 화면을 넘기면, 가족, 친구와 공유한 활동량을 볼 수 있다. 친구의 활동량을 선택하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으며, 친구에게 바로 메시지 전송까지 할 수 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활동 앱 개선도 이루어졌다. 많은 휠체어 사용자가 애플워치를 사용하지만, 활동 앱은 다소 적합하지 않았다.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일어서기' 영역.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해당하지 않은 영역이다. 그래서 이를 '굴리기(Time to roll)'로 변경했다.
제이 블라닉은 "애플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더 나은 활동 트래킹을 만들기 위해 2개의 큰 조직과 협력해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헬스 앱도 추가됐다. '호흡(Breathe)' 앱이 그것이다. 깊은 호흡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명상할 때 중시되는 것이 호흡법인데, 마치 이를 연상하는 앱이다. 애플 워치의 햅틱 진동을 통해 눈을 감고도 호흡을 할 수 있는 것.
시계이다 보니 화면이 작을 수 밖에 없는 애플워치 이기에 앱 사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 워치OS 2는 이 마저도 한계가 명확했다. 활동 앱과 알림 받기 정도가 주로 쓰인 것. 다양한 기능이 있음에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편. 워치OS 3는 직접 써봐야 알겠지만, 발표 내용만으로는 예전보다 더 자주 애플워치에서 기능을 호출하게 될 것 같다. 그나저나 디지털 터치, 심장 박동 등을 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어디로 간 걸까? 사실 애플워치 초반에만 호기심으로 사용해 보곤 더는 쓰지 않게 된 기능인데, 사라져도 아쉬움은 없을 거 같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