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2016] 가상현실 게임, 준비 완료!
[타이베이=IT동아 이상우 기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ICT 전시회 컴퓨텍스 2016(이하 컴퓨텍스)이 오는 6월 4일까지 타이베이 국제 무역센터, 난강전람관, 국제 회의센터 등에서 열린다. 올해 열리는 컴퓨텍스는 기존의 '오버클럭 잔치'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IoT, 게이밍, 비즈니스 솔루션 등을 주요 테마로 열렸다. 에이수스, 에이서, MSI 등 완제품 PC 제조사뿐만 아니라 PC 부품 제조사, 게이밍 기어 제조사, 주변 기기 및 기업용 솔루션 제조사 등 1,602개 기업이 참가해 5,000여 개 부스 규모로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 컴퓨텍스는 IoT 애플리케이션, 혁신과 스타트업, 비즈니스 솔루션, 게이밍 등 네 가지 주제로 부스를 구성했다.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올해에는 새로운 테마관도 신설했다. 국제 무역센터 전시장에는 스타트업 특화관 '이노벡스(InnoVEX)'를 마련해 참가 기업과 방문객이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전시 및 데모, 포럼, 피치(pitch) 콘테스트, 매치메이킹, 네트워크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노벡스에는 전세계 22개국가에서 217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하며, 국내의 경우 KOTRA가 주관하는 이노벡스 한국관에 10개 이상의 국내 스타트업이 참가한다. 이밖에 IoT 애플리케이션 특화관 '스마텍스(SmarTEX)'에는 스마트 제조, 보안, 스마트폼, 엔터테인먼트, 스마트 테크놀러지, 자동차 전장, 3D 프린팅 등을 소개한다.
올해 열린 컴퓨텍스에서는 많은 기업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이들이 자체 제작한 VR 기기나 콘텐츠를 직접 선보인 것은 아니다. 오큘러스VR, HTC 바이브 등 상용 VR 기기를 이용했으며, 콘텐츠 역시 출시 예정인 게임 등으로 구성했다. 그렇다면 컴퓨텍스에 VR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VR 콘텐츠와 달리, PC에서 구현하는 가상현실은 높은 사양을 요구한다. 고용량 3D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 입력지연 현상 없이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VR 콘텐츠(특히 게임)의 경우 일반 콘텐츠와 비교해 동시에 구현해야 할 그래픽 효과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신속하게 바뀌지 않으면 몰입감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 멀미 현상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오큘러스VR과 HTC 바이브를 사용하기 위한 PC 사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 카드의 경우 엔비디아 지포스 GTX970 혹은 GTX980M 이상이어야 하며, 메모리는 8GB 이상이다. 프로세는 4세대 코어 i5-4590 이상, 운영체제는 윈도우7 이상을 요구한다. 상당히 사양이 높다.
이런 이유에서 컴퓨텍스에 참가한 PC 제조사는 VR 기기와 콘텐츠를 쾌적하게 구동할 수 있는 고사양 PC 제품을 선보였다. MSI는 '1st VR Ready'라는 주제로 부스 중앙에 다양한 VR 기기를 소개했고, 에이수스는 'I LOVROG'라는 주제로 자사의 게이밍 PC 브랜드 ROG를 전시했다. 사실 이러한 PC 제품이 VR에만 특화한 것은 아니며, 타사의 제품이라도 세대 교체 시기에 맞춰 새롭게 출시된 고사양 PC라면 VR 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구매하는 입장에서 제조사가 'VR 기기도 사용할 수 있다'며 판매하는 제품인 만큼 구매 시 고민을 덜 수 있다.
일례로 이번 컴퓨텍스에서는 서버/스토리지 시스템 공급업체인 슈퍼마이크로 역시 VR 게임 시연 공간을 마련했다. 인텔 제온 파이(Xeon PHI)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최고급 그래픽카드인 GTX1080 등을 조합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 시스템을 전시하면서, 성능 체험을 위해 VR을 이용한 것이다.
이와는 조금 다르게 완전히 VR만을 위해 내놓은 PC도 있다. 국내에서 그래픽 카드 제조사로 알려진 조텍은 백팩 형태의 PC를 선보였다. 등에 맨 가방에 배터리를 내장한 고사양 PC를 넣고, 여기에 VR 기기를 연결해 머리에 직접 쓰는 형태다. PC와 VR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 외에는 아무런 케이블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무게 역시 약 4kg 정도로 일반 PC보다 가볍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우선 배터리 지속 시간이다. 대략 한 시간 정도로, 게이밍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VR 기기를 착용했을 때 사용자 시야가 완전히 가리는 점이다. 앉아서 사용하는 데스크톱용 VR 기기와 달리 백팩형 PC는 사용자가 일어서서 움직일 수 있다. 시야가 완전히 가려진 상태에서는 발이 걸려 넘어지거나 주변의 위험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주변의 도움 없이는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기 어려울 듯하다.
이미 스마트폰용 VR 기기와 콘텐츠 제작을 위한 360도 카메라 등은 여러 제조사를 통해 출시된 바 있으며, 가격 역시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런 이유에서 올해를 VR 대중화의 원년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PC 업체도 이제 본격적인 VR 게임 시대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누구나 한 번쯤 VR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