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된 중고도 60만원, 아이폰 '가격방어' 놀랍네
[IT동아 김영우 기자] 스마트폰 만큼 교체 주기가 짧은 가전제품도 드물다. 출시 1년만 지나도 벌써 '기변(기기변경)' 수요가 넘쳐난다. 3~4년은 쓴다는 PC, 10년은 되어야 바꾼다는 TV나 냉장고 등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구형이 된 스마트폰은 중고 시장으로 쏟아진다. 1년 내지 수개월 밖에 쓰지 않은 중고 제품도 흔하다. 주목할 만한 건 중고 시세다. 출시된 지 1년 전후 제품의 시세는 여전히 높지만, 2년 즈음 이후부터는 빠르게 하락한다.
2016년 5월 현재, 2015년형 제품인 삼성 갤럭시S6 같은 제품은 아직도 30~40만원 사이를 유지하지만, 2014년형 제품인 갤럭시S4 등은 10~20만원대 물건도 흔히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브랜드 제품은 더 심하다. 2014년형 제품 기준, LG G3나 팬택 베가아이언2 같은 제품은 기껏해야 10만원 전후이며 그 이하에 팔리는 물건도 많다.
하지만 이런 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난 스마트폰도 있다. 바로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다. 이를테면 2014년에 국내 출시된 아이폰6와 같은 경우는 가장 저렴한 16GB 모델도 40만원 근처에 팔린다. 64GB 모델이나 128GB 모델, 대화면 제품인 아이폰6 플러스 제품은 60만원대에 팔리기도 하는 '귀한 몸'이다.
중고 아이폰의 '가격방어' 능력이 높은 건 단순히 제품 자체의 인기가 높고 출고가가 비싸기 때문 만은 아니다.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판매량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나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오히려 아이폰 시리즈보다 더 많이 팔린다. 이들의 출고가 역시 그다지 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중고 시장에서 아이폰 시리즈만큼의 가격방어 능력을 보여 주진 못한다. 중고 시장에서 아이폰 시리즈는 왜 특별할까?
'단일 모델' 프리미엄
애플의 스마트폰은 판매량에 비해 모델의 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한 세대별로 기껏해야 2~3종(저장 용량만 다른 모델은 제외)의 모델을 출시할 뿐이다. 매년 수십종에 달하는 '갤럭시' 시리즈를 쏟아내는 삼성전자 등의 다른 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아이폰 각 단일 모델에 대한 인지도나 인기 역시 집중되기 마련이다. 이는 특히 신품 시장에 비해 제품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중고 시장에서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한다.
상대적으로 긴 디자인 교체 주기
아이폰 시리즈는 최소 2년은 지나야 디자인을 바꾼다. 2014년에 출시된 아이폰6의 디자인은 2015년에 출시된 아이폰6s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었다. 심지어 2016년에 출시된 아이폰SE는 2012년에 나온 아이폰5, 2013년에 나온 아이폰5s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구형과 신형의 디자인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은 구형 제품을 쓰더라도 그다지 구형 티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중고 시장에서 인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
통신사 상관 없이 선택 가능
자급제폰과 같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특정 이동통신사 전용 모델로 출시된다. 때문에 A통신사 전용 스마트폰에 B통신사의 유심을 꽂으면 주파수 지원 문제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데이터 통신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리고 작동은 제대로 하더라도 해당 스마트폰에 선 탑재된 특정 통신사 전용 앱(삭제 불가능한 경우가 많음)이 호환성 문제를 일으키거나 특정 통신사 전용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와 같은 일부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 시리즈는 판매 통신사가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하드웨어로 출시되므로 이런 문제가 없다. A통신사에서 출시된 아이폰에 B통신사 유심을 꽂아 이용하더라도 호환 문제나 선 탑재 앱 문제 등을 겪을 일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아이폰6부터는 이전 아이폰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LG유플러스용 유심도 문제 없이 지원한다. 중고 제품을 고를 때 어떤 통신사용 제품인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 중고 시장에서의 선호도가 높다.
높은 몸값, 앞으로도 이어질 듯
중고시장에서 아이폰 시리즈의 몸값이 높은 이유로 위와 같은 사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애플 고유의 스마트폰 사업 전략이 중고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경쟁사들의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업 전략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중고 시장에서 아이폰 시리즈의 높은 몸값은 그대로 이어질 듯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