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잉크 값 너무 아깝다면, 엡손 L365 무한잉크 복합기
[IT동아 김영우 기자] 프린터, 복합기 제조사들은 한동안 너무 편하게 장사를 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프린터 본체를 싸게 파는 대신, 잉크를 비싸게 팔아서 수익을 남겨왔다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리필 잉크 카트리지나 비공식 무한 잉크 공급장치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출력을 할 수 있긴 했지만, 이런 비정품 잉크를 이용하면 출력 품질이 믿음직스럽지 못한데다 A/S 면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용감하게도 '정품 무한 잉크'를 처음 도입한 업체가 바로 엡손(Epson)이다. 엡손은 2011년, 자사의 잉크젯 프린터와 복합기에 업계 최초로 공식적인 무한 잉크 장치를 탑재, 이 부분의 선구자가 되었다. 사실 이는 프린터 업계에서 금기나 다름 없던 일이었지만, 엡손의 과감한 시도는 소비자들에게 생각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경쟁사들 역시 유사한 제품을 내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한 잉크 탱크가 달린 프린터나 복합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역시 경제성이다. 동일한 잉크 비용을 지불한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출력을 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출력 품질이나 속도, 부가 기능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초기형 무한 잉크 프린터나 복합기의 경우, 무한 잉크 기능만 강조하면서 나머지 기능이나 성능이 부실한 경우가 제법 많았다. 무한 잉크 제품이 너무 많이 팔릴 까봐 일부러 기능 차별을 한다는 루머까지 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제품들은 이런 면에서도 제법 봐줄 만 하다. 이번에 소개할 엡손 L365 복합기도 마찬가지다. 경쟁사 대비 높은 경제성과 함께, 유려한 사진 출력 품질 및 와이파이를 통한 무선 출력 기능까지 갖춘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측면에 달린 무한 잉크 탱크, 공간 활용성은 나쁘지 않아
엡손 L365는 프린터 및 스캐너, 복사기 기능까지 동시에 갖춘 복합기 치고는 본체 크기가 그다지 큰 편이 아니다. 측면에 무한 잉크 탱크가 따로 달려있어서 좌우로 차지하는 공간이 약간 넓은 편이긴 하지만, 앞뒤 길이가 30cm 남짓이라 공간 활용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
특히 후측면에 위치한 PC 연결용 USB 포트가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USB 테이블을 연결한 상태에서도 복합기 본체를 벽에 바짝 밀착시킬 수 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소한 사항이 제품의 활용성을 크게 높이는 법이다.
가정, 소규모 사무실에 적합한 심플한 구성
전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은 매우 간결하면서 꼭 필요한 기능만 담았다. 전원 버튼 및 인쇄 취소 버튼, 컬러 복사 및 흑백 복사 버튼 외에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와이파이 버튼 및 네트워크 상태 보고서 출력 버튼이 달렸다. 와이파이 버튼의 경우,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제하는 기능, 혹은 공유기와 원터치 접속(WPS)을 할 때 쓴다. 세세한 설정 버튼이나 LCD는 없지만,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쓴다면 이런 간결한 구성이 더 낫다.
본체 상단의 스캐너는 원고를 스캔해 파일로 저장하거나 스캔한 원고를 곧장 출력하는 복사할 때 쓴다. 엡손 L365의 스캐너는 A4 사이즈이며, 광학 해상도(정밀도)는 1200dpi로, 최근 가장 많이 쓰이는 사양을 준수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용 스캐너 같은 ADF(연속 자동 급지) 기능 같은 건 없지만, 이런 가격대의 복합기를 사는 주 소비자층이 굳이 그런 기능까지 꼭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용지 공급 및 출력 방식은 제품 상단 후면의 급지대와 본체 하단 전면의 출력대를 통해 이루어진다. 전형적인 가정용 프린터 및 복합기의 구조다. 본체 상단 급지대에는 일반 A4 용지 기준 최대 100매까지 급지가 가능하다.
스마트폰과 궁합 좋은 와이파이 기능, 이메일 자체 수신 기능도 탑재
앞서 말한 대로 이 제품은 와이파이 기능을 갖췄다. 굳이 유선 케이블로 연결하지 않더라도 무선 공유기 및 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PC, 혹은 스마트폰을 통해 저장된 사진이나 문서를 출력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다운로드 가능한 엡손 아이프린트(Epson iPrint) 앱을 이용하면 사진 및 문서의 출력, 스캔, 웹 페이지의 인쇄 등을 편리하게 할 수 있으니 추천할 만하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네트워크 기능이라면 역시 엡손 커넥트(Epson Connect) 기능이다. 이는 쉽게 말해 프린터에 이메일을 보내 인쇄하게 하는 기능이다. 각 엡손 L365는 고유의 이메일을 품고있는데, 외부에서 이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면 메일에 첨부된 문자나 사진을 엡손 L365가 출력한다. 팩스 기능 대신에 쓸 만도 하다.
실속파 위한 무한 잉크 시스템, 번들잉크 용량도 정직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제품 우측에 달린 무한 잉크 탱크다. 이는 외부 업체에서 공급하는 비공식 제품이 아닌 본체에 포함된 엡손 순정 제품으로, 평상시에는 본체 측면의 홈에 걸어 부착한 상태로 쓰다가, 잉크가 떨어지면 잠시 분리해 마개를 열고 보충한 뒤 다시 본체에 장착하면 된다.
엡손 L365에서 이용하는 잉크는 엡손 664 시리즈(검정, 노랑, 빨강, 파랑)다. 본체에 포함된 4병의 번들 잉크는 1병당 70ml 용량이다. 이를 통해 흑백 문서는 4,000매, 컬러 문서는 6,500매나 출력이 가능하다. 기껏해야 수백 매 정도 뽑고 비싼 잉크 카트리지를 사서 교체해야 하는 일반 프린터나 복합기에는 비할 수 없다.
또한, 기존의 프린터나 복합기 중에는 본체에 포함된 번들잉크의 용량이 시중에서 따로 팔리는 잉크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엡손 L365에 포함된 번들 잉크는 시중에서 따로 팔리는 잉크와 동일한 70ml 용량이다. 이런 정책은 칭찬해도 좋을 것이다.
경쟁사 제품 대비 잉크 값 적게 들어
그렇다면 경쟁사의 제품에 비하면 어느 쪽이 경제성 면에서 앞설까? 엡손 L365의 대표적인 경쟁모델이라면 캐논의 G3900을 들 수 있다. 프린터 및 스캐너, 복사기의 기능을 함께 갖춘 잉크젯 복합기라는 점, 와이파이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 그리고 정품 무한 잉크 탱크를 기본으로 갖췄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다. 잉크 포함 본체 가격은 2016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엡손 L365가 21만 9,000원, 캐논 G3900이 23만 9,000원 정도로 엡손 제품이 약간 저렴하다.
경제성 면에서도 엡손 L365이 좀더 나아 보인다. 출력 가능 매수 대비 잉크 가격이 엡손이 캐논에 비해 좀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흑백 문서 최대 4,000매, 컬러 문서 최대 6,500매의 출력이 가능한 엡손 664 잉크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 검정 잉크(70ml)가 병당 6,200원 정도, 컬러 잉크(70ml)가 병당 7,500원 정도다.
반면, 캐논 GI-990 잉크의 경우, 최대 6,000대를 출력할 수 있는 검정 잉크(135ml) 및 최대 7,000매를 출력할 수 있다는 컬러 잉크(70ml)가 각각 병당 9,500원 정도다. 1장당 소모되는 잉크 비용을 계산해보면, 흑백 문서의 경우, 엡손이 1장당 1.55원, 캐논은 1.58원이며, 컬러 문서의 경우는 엡손이 3.46원, 캐논이 4.07원 정도다. 잉크 병 자체의 용량은 캐논이 더 크지만, 장당 출력 비용 면에서, 특히 컬러 출력을 많이 할 때는 엡손이 확실히 유리할 것이다.
참고로 인터넷 최저가가 아닌 양사의 공식 쇼핑몰에서 팔리는 검정 잉크의 가격은 엡손이 6,600원, 캐논이 13,860원이다. 이렇게 된다면 엡손은 장당 1.65원, 캐논은 2.31원으로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가격은 인터넷 최저가보다는 공식 쇼핑몰가격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으니 꼭 기억해두자.
무난한 문서 출력 성능, 기대 이상의 사진 출력 성능
이제부터는 엡손 L365를 이용, 본격적으로 인쇄물 출력을 해볼 차례다. A4 규격의 일반 워드 문서를 표준 품질로 출력해보니 절전모드 상태에서 최초 1매를 출력할 때는 15초 정도, 대기 모드에서는 10초 정도가 걸렸으며, 이후부터는 6초 전후에 1매씩 꾸준히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무난한 속도다.
< 표준 품질 모드>
< 잉크 절약 모드>
잉크 절약 모드의 경우에는 대기 모드에서 최초 1매 출력에 약 7초, 이후부터는 3초에 1매씩 출력이 이어졌다. 다만, 이 모드로 출력할 때 다소 글자가 흐릿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잉크 절약 모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서를 대량 출력할 때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x 6(10 x 15cm) 사이즈의 인화지를 이용, 사진 출력도 해봤다. 출력이 끝나는데 표준 품질에서는 1분 20초, 높은 품질에서는 2분 10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역시 무난한 수준의 속도다. 결과물을 살펴보니 사진 표현에 강하기로 유명한 마이크로 피에조 헤드 탑재의 엡손 잉크젯 제품답게 제법 우수한 품질이었다.
< 원본 이미지>
< 표준 품질>
< 높은 품질>
이른바 포토 프린터라고 불리는 고급 프린터는 6색 잉크를 쓰는 경우가 많고, 엡손 L365는 4색 잉크를 쓰는 일반 제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품질로 출력할 경우에는 잡티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언뜻 보기엔 6색 잉크 제품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물론 아주 자세히 보면 다소의 차이는 있다).
표준 품질로 출력할 경우에는 당연히 높은 품질에 비하면 약간 거친 느낌이지만, 이 정도면 누구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울 수준은 아니다. 용지 여백 없이 출력하는 기능까지 갖췄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경제성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추천할 만
엡손이 2011년에 정품 무한 잉크 시스템을 탑재한 프린터 및 복합기를 처음 발표했을 때, 소비자들은 물론 환영했지만 업계에선 불안도 교차했다. 잉크 판매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프린터 산업 전반의 근간이 흔들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현재, 타사들도 이런 제품을 팔고 있다. 엡손의 선택이 옳았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제품간의 차별화가 다소 힘들어 지긴 했다. 엡손 L365 역시 그렇다. 사진 출력 품질이 제법 괜찮긴 하지만, 염연히 말해 전반적인 기능 면에서 유사 가격대의 타사 제품에 비해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고 하긴 힘들다. 다만,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경제성(잉크 비용) 면에서 경쟁사의 무한 잉크 제품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것이 확실하므로, 실속을 가장 중시하는 알뜰파 소비자라면 최적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