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볍게 들고 다니며 신나게 찍어라, 소니 A6300
[IT동아 강형석 기자]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은 가볍게 휴대하며 DSLR 카메라의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점 성능이나 빠른 대응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 받아오기도 했다. 이런 부분도 최근 들어 꾸준히 개선됐고, 이제 어지간한 DSLR 카메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전히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는 반면, 기술로 꾸준히 한계를 극복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브랜드도 있다.
소니는 후자에 해당된다. 지난 2006년, 인수했던 미놀타라는 이름을 뒤로한 채 직접 디지털 이미징 사업에 발을 들였다. 분명 그들이 처음 선보였던 카메라는 DSLR이었는데, 이후 반사 거울을 반투명 소재로 만들어 반응 속도를 높인 DSLT를 제안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반사 거울 마저도 없애 크기를 대폭 줄인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NEX(New E-mount eXperience)를 제안했다.
NEX는 상대적으로 타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큰 이미지 센서와 작고 가벼운 본체를 앞세워 인기를 얻었다. 알파의 고급 렌즈 라인업 칼 자이스(Carl Zeiss)를 미러리스에서도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물론 실제 칼 자이스 라인업도 출시됐고 성능을 높이며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시작이 조금 길었다. 사실 이런 장점이 있어도 NEX, 이후 이어지는 알파 시리즈에는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초점 검출 성능이다. 센서 자체로 피사체를 검출하는 명암(콘트라스트) 방식은 정확도는 높아도 반응 속도에는 한계가 따랐다. 여기에 기존 DSLR에서 쓰는 위상차 검출 방식을 함께 적용해 속도를 높인 A6000은 충격적이었다. 스스로 ‘미러리스의 추월’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A6300은 그 뒤를 잇는 후속기다. 기존 A6000의 장점은 이어가면서도 이미지 센서 화소를 높이고 4K 동영상과 4D 포커스 기술 등을 적용하며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A6000의 뒤를 잇는 디자인과 조작감
조작감과 디자인 모두 A6000과 다를게 없다. 크기도 거의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데, 두께만 조금 달라졌다. A6000은 폭 120mm, 높이 66.9mm, 두께 45.1mm 였다. A6300은 폭과 높이는 같지만 두께만 48.8mm가 되었다. 가장 두꺼운 부분의 수치이기 때문에, 기본 두께가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립부가 두꺼워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전면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다. 버튼이라고 해봐야 교환렌즈 분리를 위한 마운트 분리 버튼만 있다. 불필요한 조작 버튼을 제외해 직관적인 조작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는 NEX 이후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미러리스임에도 묵직하다는 것. 렌즈를 포함한 무게가 500g은 넘으니 그렇게 느껴질 법도 하다. 본제 자체는 DSLR 카메라에 비하면 가벼운 편이다. A6300만 해도 400g 가량이다. 하지만 렌즈가 문제다. 조금 좋은 렌즈를 쓰려면 본체와 렌즈를 합쳐1kg을 넘나든다. 대부분 기본 제공되는 렌즈(번들)를 쓰기 때문에 무게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다. 반면, 시간이 흘러 제대로 된 사진을 찍어 보겠다며 고급 렌즈를 둘러보면 ‘DSLR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을 때도 있다.
인터페이스는 후면에 집중되는데, 상단 메뉴 버튼 옆에 있는 노출 고정(AEL) 버튼이 자동/수동 초점 또는 노출 고정 스위치 방식으로 변화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후면 액정도 A6000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단으로 45도, 상단으로 90도 꺾이는 틸트 액정은 가장 낮은 곳 또는 높은 곳에서도 화면을 보며 촬영 가능하게 돕는다. 3인치 액정은 92만 1,600 화소로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기존 적녹청(RGB) 배열에 밝기 조절을 위한 흰색(W) 픽셀을 더해 밝은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하다. 실제 야외 시인성도 뛰어나기에 사용에 불편함은 적다.
A6000의 장점을 더 높인 초점 성능과 4K 영상 실력 겸비
A6300을 들고 나섰다. 사용한 렌즈는 흔히 번들렌즈라 부르는 SELP1650(E PZ 16-50mm f/3.5-5.6 OSS)과 SEL24F18Z(칼 자이스 소나 T* E 24mm f/1.8 ZA)를 사용했다. 하지만 카메라 본체와의 일체감 때문인지 주로 칼 자이스 24mm만 애용하게 되더라.
화질에 대한 부분, 이 카메라에는 2,42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탑재된다. 센서 면적은 35mm 필름 대비 초점거리 1.5배 환산해야 하는 APS-C 사양. 예를 들어 24mm 렌즈를 연결하면 35mm 필름 카메라로 봤을 때 초점거리가 36mm 라는 이야기다. 조금 복잡한데, 일반적인 카메라 초점거리 기준이 135 판형이기에 이보다 크기가 작은 APS-C 센서는 면적에 맞춰 환산해야 한다. 크기가 작은 센서일수록 망원 효과를 얻는다.
센서 화소 자체로 보면 A6000과 차이가 없는데, 구조로 보면 확연히 달라졌다. A6300에서는 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센서에 적용했고, 배선층을 얇게 만들어 수광률과 출력 속도를 높였다. 이미지 프로세서도 비온즈(BIONZ) X를 적용해 4K 영상이나 고감도 대응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ISO 100부터 2만 5,600, 확장 시에 최대 5만 1,200의 감도 조절이 가능하다. ISO 감도 10만을 넘기는 DSLR 카메라들과 비교하면 조금 아쉽지만,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저감도에서의 화질은 DSLR 카메라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다. 하지만 렌즈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번들렌즈인 16-50mm f/3.5-5.6 렌즈는 전천후로 활용하기에 좋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다면 투자 역시 필요하다. 화질은 ISO 6,400까지도 비교적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1만 2,800 이후부터는 컬러노이즈가 증가하고 세밀함이 저하된다.
동영상은 4K(3,840 x 2,160) 해상도를 지원한다. 이미지 센서 전체를 활용하는 풀-픽셀 리드아웃(Full Pixel Read/Out) 방식으로 깔끔한 영상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영상 코덱은 XVAC-S를 지원하며, 풀HD 120매 기록과 S-가무트(Gamut)/S-로그(Log) 등도 제공한다. 영상 촬영 능력에서는 캠코더가 아쉽지 않은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참고로 고화질 영상을 기록하려면 메모리카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소니는 4K 및 XAVC S 촬영에는 SDXC 규격 메모리카드를 요구한다. 초당 30MB 연속 기록이 가능한 UHS-3 규격 메모리라면 더 좋다. 메모리카드 구매 시 고속 메모리카드인지 꼭 확인하자.
뷰파인더는 전자식이다. 기자 개인적으로 광학식을 선호하지만, 최근 전자식 뷰파인더도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A6300에는 약 236만 화소 XGA OLED 파인더를 제공한다. 시야율 100%에 1.07배율로 35mm 필름 환산 약 0.7배율이다. 어지간한 플래그십 DSLR 카메라에 준하는 시원한 화면을 볼 수 있다. 반응 속도나 시인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카메라에서 놀랐던 부분은 바로 초점 성능이다. 기존 A6000도 미러리스 카메라치고는 민첩한 초점 검출 실력을 보여줬었다. A6300은 425개의 위상차 측거점과 169개의 명암 검출식 측거점을 제공한다. 모든 측거점은 센서 영역의 85% 가량에 분포되어 있어 피사체가 프레임 외곽에 있어도 무난하게 초점을 잡는다.
동체 추적 시에도 활용도는 높다. 측거점 분포가 넓어 먼 곳에서 달려 오는 피사체를 외면 외곽부터 반대쪽 외곽까지 놓치지 않고 추적한다. 특정 환경 하에서 놓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 번 잡은 피사체는 가급적 놓치지 않는 끈기를 보여준다.
사진보다는 영상 촬영에 특화된 듯한…
DSLR 부럽지 않은 2,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에 4K 영상 기록 능력. 휴대성과 방진방적에 대응하는 카메라의 완성도까지 A6300은 A6000의 장점은 잇고 필요한 부분을 더한 만능 재주꾼이 되었다. 성능이나 기능을 보면 중급 DSLR 카메라와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다. 소니가 제시한 129만 8,000원이라는 가격표는 합리적이니 않나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다. 렌즈 키트는 149만 8,000원인데, 전동 줌렌즈 E PZ 16-50mm f/3.5-5.6 OSS를 함께 제공한다.
리뷰를 작성하며 생각해 보니, 이 카메라는 사진 촬영보다는 영상 종사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카메라가 아닐까 싶다. 4K 해상도를 지원해서가 아니라, 제한은 있어도 전반적인 기능이 영상에 최적화 되어 있음을 느꼈다. 가볍게 휴대하며 촬영하는 고화질 영상, 사진은 덤이고.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