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리미엄 2-in-1 PC의 모든 것, HP 스펙터X2
[IT동아 이상우 기자] 프로세서의 발전은 PC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한 5세대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등장은 7인치 크기의 윈도우 태블릿PC를 등장하게 했고, 그래픽 성능을 높이고 소모 전력과 발열을 낮춘 6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노트북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게 했다.
5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부터 추가된 코어 m 프로세서 역시 이러한 변화를 가져왔다. 코어 i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전력 소모를 구형 아톰 프로세서 수준으로 낮췄다. 이를 통해 초박형 노트북은 물론, 태블릿PC나 2-in-1 PC 등의 제품이 시장에 대거 등장했다.
HP가 출시한 스펙터X2(모델명: 12-a015TU) 역시 이런 맥락의 제품이다. 스펙터X2는 코어 m 프로세서(m3-6Y30)를 탑재한 2-in-1 PC로,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는 물론 업무용으로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성능을 갖춘 제품이다.
키보드를 제외한 본체의 두께는 약 8mm 정도로 얇지만, 성능은 제법 준수하다. 4GB 메모리, 128GB M.2 SSD 등의 부품을 갖췄다. 특히 저발열 모델인 코어 m 프로세서를 탑재했기 때문에 별도의 냉각 장치도 필요 없다. 즉 스펙터X2는 냉각 팬이 없는 '팬리스' 제품이다. 냉각 팬이 없기 때문에 소음도 없다. 따라서 조용한 사무실이나 도서관 등의 장소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성능도 나쁘지 않다. 온라인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화면 해상도를 제품 최대 해상도인 1,920 x 1,280으로 설정하고 그래픽 설정을 다소 높음으로 맞췄을 때 초당 화면 표시 수는 약 55~60프레임 정도로, 아주 쾌적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탈착식 키보드는 자석을 이용해 타건 각도를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키보드를 바닥에 밀착한 형태나 조금 기울인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키 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누르는 감촉은 저가형 노트북보다 좋다. 터치패드는 넓은 편이라 조작이 쉽다. 자판 입력 중 손바닥을 잘못 인식해 입력되는 일은 드물다.
커버형 키보드로는 드물게 백라이트도 갖췄다. 이를 통해 어두운 곳에서도 자유롭게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백 라이트의 밝기를 여러 단계로 조절할 수는 없고, 켜고 끄는 것만 가능하다. 커버 바깥쪽은 직물 소재를 사용했다. 가죽 등의 소재와 비교하면 고급스러운 맛은 덜하지만, 유분 등으로 더러워지는 일은 적다.
스펙터X2의 키보드 커버에는 독특한 부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피커다. 일반적으로 2-in-1 PC는 분리했을 때도 태블릿PC에서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키보드가 아닌 본체에 스피커를 내장한다. 그런데 스펙터X2는 본체 내장 스피커 외에도 키보드에 별도의 스피커를 갖췄다. 키보드와 본체를 연결하면 본체 스피커와 키보드 스피커가 함께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출력이 낮은 내장 스피커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음질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4개의 스피커로 소리를 내는 만큼 소리가 더 커진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키보드를 연결하면 더 유용할 듯하다.
키보드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키보드와 본체가 조금 약하게 연결되는 점이다. 키보드를 잡고 거꾸로 들어서 가볍게 흔들기만 해도 분리될 정도다. 사실 2-in-1 PC를 이런 방식으로 집어 드는 경우는 드물기는 하지만,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손에서 놓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결합 부위가 조금 더 견고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후면에는 본체를 세우기 위한 스탠드가 내장돼 있다. 접었다 펴는 기존 제품과 다르게 스위치를 눌러 스탠드를 꺼내는 방식이다. 타사의 제품과 비교하면 스탠드를 펴고 잡는 것이 쉬운 편이다. 또한 스탠드가 움직이는 범위도 넓어, 화면을 보는 각도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후면 카메라는 인텔 리얼센스 기술을 탑재했다. 인텔 리얼센스는 입체적인 사물과 공간을 인식하는 3D 이미지 렌더링 기술이다. 이 카메라는 콘텐츠 생산은 물론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D 스캐너 대신 리얼센스 카메라와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실제 사물을 PC에 3D 모델로 저장할 수 있다. 인물을 촬영한다면 인물과 배경을 분리해, 배경에 다른 그래픽을 합성하는 등의 작업도 가능하다.
스펙터X2의 입출력 단자는 상당히 간소하다. 양쪽에 USB C형 단자를 각각 하나씩(총 두 개)를 갖췄으며, 이밖에 음성 입출력 단자와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하나씩 갖췄다. 사실 USB C형은 차세대 표준이지만, 시중에는 USB A형이나 B형을 사용하는 기기가 더 많다. 따라서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A형이 없는 것은 아쉽다. 다만 기본 액세서리로 C형을 A형으로 바꿔주는 어댑터를 제공하니, 외부 기기가 필요하면 이를 이용해 연결하면 된다.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은 마치 유심 트레이를 뽑는 것처럼 길고 뾰족한 막대기로 찔러야 열린다. 슬롯이 외부에 직접 노출된 방식과 비교하면 안전하고, 카드를 분실할 우려도 적지만, 카드를 자주 뺐다 끼우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다만 가격은 비슷한 폼팩터나 성능의 제품과 비교해 조금 비싸다. 2016년 4월 중순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13만 원 정도다. 하지만 비싼 만큼 장점도 많다. 키보드에는 다른 제품에서는 보기 드문 백라이트와 스피커가 있고, 거의 사용하지 않던 후면 카메라는 인텔 리얼센스 기술을 통해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게 됐다. 여기에 HP가 제공하는 각종 보안 솔루션까지 탑재했다. 기본적인 기능에 일종의 프리미엄 기능이 추가됐다고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가격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