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종의 미, AMD A10-7890K APU
[IT동아 김영우 기자] 14nm 신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APU의 등장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AMD는 여전히 기존 28nm APU를 개선한 신제품 역시 꾸준하게 내놓고 있다. 이런 신제품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기존 아키텍처(기반기술)을 이용하되, 동작 속도나 소음, 냉각 성능 등을 개선해 최대한의 성능을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참신한 느낌은 없지만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APU(CPU와 GPU의 통합 프로세서)인 AMD A10-7890K(코드명 고다바리) 역시 그런 제품이다. 현재까지 나온 데스크탑용 APU 중에 최상위급의 사양을 갖추고, 신형 쿨러를 통해 쾌적함을 더했다는 것이 이 제품의 키 포인트다. 현행 APU의 ‘유종의 미’가 기대되는 이 제품을 살펴보자.
칩 형태와 메인보드는 기존 그대로, 쿨러에 더 눈길
AMD A10-7890K의 칩 형태는 기존의 데스크탑용 APU와 완전히 동일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기존의 APU(코드명 카베리)와 동일한 FM2+ 규격의 소켓에 장착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존의 FM2+ 규격 메인보드 기반의 PC를 가지고 있다면 그대로 APU만 교체해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칩 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것이 쿨러(냉각장치)다. AMD A10-7890K에는 기본의 쿨러보다 냉각 성능은 높이면서 소음은 조용해진 '레이스(Wraith)' 쿨러를 동봉했다. 이는 지난 올 초부터 AMD FX 시리즈 CPU의 상위 모델에 동봉되기 시작했는데 이젠 APU에도 적용이 된 것이다.
레이스 쿨러는 기존의 AMD 쿨러에 비해 덩치가 확실히 커졌는데, 냉각팬의 지름이 70mm에서 92mm로 커지고, 방열판 증대에 따라 쿨러 전체의 높이도 55mm 정도에서 80mm 정도로 높아졌다. 기존 쿨러 대비 한층 낮은 회전 수에서도 동등하거나 더 나은 냉각성능을 내므로 소음 걱정 역시 덜 수 있겠다.
4GHz 넘는 CPU 클럭, 쓸만한 내장 GPU
내부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기본 4.1GHz, 최대 4.3GHz(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의 클럭(동작속도)으로 구동하는 쿼드코어 CPU에 라데온 R7 내장 GPU로 구성된다. 그 외에 2MB x 2 구성의 2차 캐시(임시 저장공간)을 갖췄다. 전반적인 사양은 다른 A10 APU 시리즈와 유사하지만 클럭 수치가 한층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TDP(열설계전력)이 96W(CPU-Z 상으로는 94.7W)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긴 하지만 동작 클럭 자체도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리고 라데온 R7은 여전히 CPU 내장 GPU 중 최상위급의 그래픽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그대로다. 메모리 역시 DDR3만 지원하는데, DDR4 메모리의 지원은 차세대 제품을 기대해 봐야 할 듯 하다.
그리고 모델명이 K로 끝나는 제품은 오버클러킹(클럭을 임의로 기준치 이상으로 높여 성능을 향상시킴) 제한이 풀린 제품이기 때문에 관련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용자라면 오버클러킹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본 성능 테스트
성능 테스트를 위해 에이수스 A88X 메인보드 및 PC3-12800 DDR3 8GB(4GB x 2) 메모리 기반의 윈도우10 64비트 PC를 이용했다. 그래픽 드라이버는 라데온소프트웨어: 크림슨에디션 16.32 버전이다. AMD A10-7890K APU 기반 시스템을 구동하며 인상적인 건 역시 레이스 쿨러다. 저온 상태에서는 기존의 AMD 쿨러 보다 약간 조용한 정도지만, 각종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해서 칩의 온도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차이가 확연하다. 기존의 쿨러는 상당히 시끄럽지만, 레이스 쿨러는 소음 변화가 거의 없었다.
기본적인 성능을 가늠하기 위해 패스마크 퍼포먼스 테스트 소프트웨어를 이용, CPU 마크 점수를 확인해봤다. 측정 결과는 6304점이었는데, 이는 경쟁사인 인텔의 4세대(코드명 하스웰) 제품 기준, 코어 i5 수준에 근접한 성능이라 할 수 있다. A10-7890K의 자매품이자 하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A10-7850K나 A10-7860K는 코어 i3 수준인 5500~5600점 수준이었으니 성능의 차이는 확실하다.
GPU의 게임 구동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3DMark 소프트웨어도 구동해봤다. 고사양 콘텐츠의 구동 상태를 상정한 'Fire Strike' 모드를 이용, 구동 후 측정된 점수를 비교했다. A10-7890K 시스템의 점수는 1587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A10-7860K나 A10-785 같은 하위 제품대비 5~10% 정도 더 우세한 수준이니 생각보다 차이는 크지 않다. 그래도 10만원 전후의 외장형 그래픽카드를 따로 달았을 때와 비슷한 성능은 나오는 것이니 의미는 분명히 있다.
그래픽카드 없어도 제법 괜찮은 게임 성능 기대할 수 있어
사실 이 정도의 기본 사양이면 일반적인 PC활용(인터넷 서핑, 동영상 감상, 문서 작성 등)을 할 때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그 정도야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쾌적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관심을 가질 만한 건 게임 구동능력이다.
국민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을 구동, 화면 해상도 1,920 x 1,080 및 그래픽 품질 '중간' 상태에서 '소환사의 계곡' 맵을 3:3 상태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해보니 초당 평균 프레임이 110~130 프레임 수준이다.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쾌적했다. ‘스타크래프트2’ 역시 비슷한 그래픽 품질로 구동해보니 60~70프레임 사이를 유지하며 원활한 진행이 가능했다.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을 하는 데는 그만이다.
다만, '메탈기어솔리드V'나 '더 위처3' 같은 본격적인 고사양 패키지 게임을 할 때는 그래픽 품질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고, 화면 해상도 역시 1,280 x 720(HD) 수준으로 떨어뜨려야 평균 20 프레임 전후로 간신히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그래픽카드를 따로 달지 않은 것 치고는 성능이 아주 좋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신선함 부족하지만 쓸 만은 하다
AMD A10-7890K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묘하다. 현행 APU 중 최상위급 제품답게 성능은 분명 쓸만하고, 특기인 내장그래픽의 가치까지 고려한다면 20만원대 초반(2016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의 가격도 터무니 없진 않다. 레이스 쿨러 덕분에 소음면에서도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다만, 늦어도 내년 안에는 향상된 공정의 차세대 APU가 등장할 예정인데, 이를 아는 상황에서 기존 기술 기반의 이른바 '끝물' 제품을 사는 것을 꺼려하는 소비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지금 당장 '돈 값'은 하는 제품이니 사도 손해는 아니며, 기존 APU 기반의 시스템을 이용하다가 메인보드 교체 없이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려는 사용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제품일 것이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몫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