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인프라, 구글처럼, 데이터, 머신러닝... GCP의 4가지 비전

강일용 zero@itdonga.com

[샌프란시스코=IT동아 강일용 기자]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이하 클라우드)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구글이 반격에 나섰다. 구글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48(48번 부두)에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넥스트 2016 행사를 개최하고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GCP(구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구글이 제시한 GCP의 발전방향은 '인프라 확대', '구글과 대등한 서비스', '데이터 분석 및 관리', '머신러닝' 등 크게 네 가지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클라우드 시장에선 고전

구글은 명백히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구글 검색, 유튜브, 지메일 등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인터넷 서비스를 세 가지나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B2B(기업 대상) 시장, 그 가운데 특히 클라우드 시장에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GCP, IBM 소프트레이어의 4파전이다. 사실 4파전이라기에는 많이 민망하다. AWS가 압도적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애저, 소프트레이어, GCP가 이를 뒤따르고 있다. 시너지리서치그룹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클라우드 시장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AWS가 31%, 애저가 9%, 소프트레이어가 7%, GCP가 4%를 점유했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도 GCP의 수익은 4억 달러 내외이며, AWS의 1/2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천하의 구글이 4위에 불과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혼자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다. 세계 최초의 클라우드 서비스 AWS가 2006년에 공개되자 기업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내로라하는 IT 기업은 자사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외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흥미롭게도 이에 가장 빨리 대응한 곳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은 자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지탱하는 플랫폼 '구글3'를 API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PaaS '구글 앱 엔진'을 2008년 공개했다. 애저가 2010년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한 점을 감안하면 정말 발 빠른 대응이었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었다. IaaS조차 생소했던 당시 시장 환경에 IaaS보다 더 구체화된(쉽게 말해 난해한) 서비스 PaaS가 통할리 없었다. 구글3는 2003년에 개발된 기술이지만, 5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시장은 이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문제를 깨달은 구글은 2012년 IaaS '구글 컴퓨트 엔진'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의 주도권은 AWS와 애저로 넘어간 상태였다.

구글 특유의 불친절함도 한몫했다. 설령 앱 엔진이 PaaS라 하더라도 구글이 기업 관련 지원을 강화했다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기술만 공개하고 사후지원을 소홀히했다. 기업이 알아서 구글에게 다가오길 기다린 것이다. 기술력 못지 않게 사후지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시장에서 통할리 없는 전략. 다행히 구글은 이를 반성하고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 기조연설에서 "구글 앱 엔진을 공개하고 고객들이 구글의 아키텍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때문에 고객의 단계를 보고 구글이 고객들에게 다가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B2C는 구글 I/O, B2B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는 B2C 위주였던 구글의 서비스를 B2C와 B2B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 바꾸겠다는 신호탄이다. 구글은 원래 구글 I/O에서 클라우드 관련 기술과 전략을 함께 공개했다. 구글의 온라인분석처리(OLAP) 시스템 '빅쿼리'도 구글 I/O에서 공개된 서비스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출시 이후 구글의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구글 I/O는 B2C 위주의 행사로 흘러갔다. 이에 B2B와 클라우드 위주의 행사인 클라우드 넥스트를 신설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를 개최하며 "2020년까지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글 검색과 대등한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AWS와 대등한 수준으로 글로벌 인프라 확대

구글은 지역별로 4개의 GCP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한 클라우드 서비스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중순 미국 오리건, 올해 말 일본 도쿄 리전을 신설해 GCP 리전의 수를 총 6개로 확대하고, 이어 2017년까지 8개 이상의 리전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인프라 확충 속도다. 인프라 확충이 마무리되면 GCP는 총 14개의 리전을 갖추게 된다. 현재 클라우드 1위 사업자인 AWS의 리전이 12개이고, 2년 동안 리전을 추가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인프라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에 리전이 설립되는지 여부다. 로컬 서비스를 손쉽게 글로벌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고, 로컬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 10개의 추가 리전 가운데 한국 리전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질문에 그렉 드미첼리 구글 클라우드 PM은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작이며, 많은 한국 고객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GCP를 한국 시장에 보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쟁사인 AWS는 얼마 전 서울 리전을 설치했고, 애저 역시 국내 리전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이미 일본과 대만에 리전을 설치했고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 리전 설치가 어려운만큼, 아시아 지역에 리전을 설치 가능한 곳은 한국과 호주만 남은 상황이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데이터 센터의 전경>

인터넷 서비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드미첼리 PM은 GCP의 강점으로 "기업이 구글이 이용하는 것과 동일한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구글의 인프라와 기술 그리고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주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클라우드의 발전 단계를 3단계로 나누고 GCP의 수준이 3단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1단계는 '코로케이션(위탁관리)'이다. 기업이 자사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직접 구축한 후 관리를 타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2단계는 '가상화된 데이터센터'다. 기업이 타사에게 인프라를 임대한 후 이 위에 서비스를 구축하는 형태다. 서비스 관리는 직접하거나, 타사에게 위탁할 수 있다. 현재 시중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 수준에 머물러 있다.

3단계는 '서버없는 아키텍처'다. 모든 서비스를 인프라 위에 생성하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다. 인프라와 기술을 개발자가 의도한대로 바로 작동시킬 수 있어, 따로 관리가 필요없다. 서버없는 아키텍처를 대표하는 기술이 바로 컨테이너다. 컨테이너는 호스트 운영체제가 가상 운영체제를 거쳐 서비스와 데이터에 도달하기 때문에 무겁고 관리가 어려운 가상머신(VM)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 서비스와 데이터를 패키지화(이른바 컨테이너)해 호스트 운영체제 위에 바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가볍고, 서비스 구축 시간이 한층 빨라진다.

구글은 컨테이너화된 앱과 서비스를 배포 및 확장하고 운영 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쿠버네티스(Kubernetes)'라는 오픈소스 기술을 발표했다. 16주에 한 번씩 새버전이 공개되는 쿠버네티스를 활용하면 레거시 앱 지원 강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클러스터 구축, 클러스터 오토스케일링(자동 서비스 규모 관리), 개발 및 런칭 스케줄 관리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GCP의 '구글 컨테이너 엔진'을 이용하는 기업은 이러한 쿠버네티스의 최신 기능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통합 데이터 분석 및 관리

구글은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스택 드라이버' 기술을 공개했다. 스택 드라이버는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분석 및 관리할 수 있는 도구다. GCP 뿐만 아니라 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나 자체 구축 서비스(온프레미스)까지 한 군데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스택 드라이버를 활용하면 하나의 서비스를 여러 클라우드에 올려도 하나의 클라우드에 올린 것처럼 관리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클라우드+온프레미스)의 관리도 한층 편리해진다. 구글은 스택 드라이버를 상용화하기 위해 스택 드라이버를 개발하던 스타트업을 지난 2014년 인수한 후 구글 애널리틱스 같은 자사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더했다. 구글은 스택 드라이버에서 애저도 관리할 수 있도록 MS와 협의 중이다.

구글의 온라인분석처리시스템 '빅쿼리'는 더욱 많은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여러 데이터 분석 신 기술을 추가했다.

구글의 머신러닝을 기업 서비스에 접목

구글 검색, 구글 번역, 구글 포토 등 구글의 주요 서비스에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적용되어 있다. 이 기술을 GCP 고객을 위해 모두 공개했다. GCP의 머신러닝 기술은 클라우드 번역 API(문자 번역), 클라우드 비전 API(이미지 인식), 클라우드 스피치 API(음성 번역)처럼 머신러닝 모델이 정해져있는 것과 '클라우드 머신러닝 서비스'처럼 모델이 정해져있지 않은 것으로 나뉘어 있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비저닝 API>

클라우드 번역 API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다. 구글 번역에 적용되어 있다. 클라우드 비전 API는 사진에 담긴 피사체를 분석해서 이를 키워드별로 분류하는 서비스다. 구글 포토에 적용된 것과 동일하다. 클라우드 스피치 API는 사람의 음성을 분석한 후 이를 문자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다. 구글 번역 및 구글 나우에 적용되어 있다. GCP를 활용하면 기업은 구글이 자랑하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번역 및 분석을 모두 자사의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다.

클라우드 머신러닝 서비스는 지난해 구글이 공개한 머신러닝 오픈소스 기술 '텐서플로'를 GCP 기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음성, 사진 등 특정 분야의 머신러닝 모델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머신러닝 모델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클라우드 머신러닝 서비스와 텐서플로는 이제 막 시작된 기술이라 기업이 직접 머신러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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