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과 연동 안되는 삼성 기어S2, 어째서?
[IT동아 김영우 기자] 직장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최신 스마트워치인 '삼성 기어 S2'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 고장이나 초기 불량은 아니었다. 스마트워치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의 연동이 사실상 필수적인데, 삼성 기어S2는 A씨가 쓰고 있는 태블릿과 연동이 되지 않았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의 연동을 통해 대부분의 주요 기능(간편 결제, 교통카드, SNS 메시지 확인, 헬스 케어 등)이 발휘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냥 좀 비싼 '시계'일 뿐이다.
A씨가 가진 태블릿은 삼성 제품인 '갤럭시탭S2 8.0 LTE' 모델이었다. 다른 회사 제품도 아니고 같은 회사의 태블릿과 스마트워치 사이에 연동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A씨는 제품을 사고 한참을 고생을 한 뒤에야 두 제품이 연동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작에 제조사 홈페이지에는 '기어S2는 태블릿과 호환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항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는 IT동아에 A씨가 실제로 제보한 내용이다. 물론 제품을 개발하며 외부기기와의 연동 범위를 정하는 건 제조사의 자유다. 이는 양쪽 제품이 갖춘 성능이나 기능이 어울리지 않아서, 혹은 충분한 호환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동을 제한할 수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기어S2를 출시하며 '더 많은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열린 호환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기어S2는 자사의 스마트폰(갤럭시 S3 이후에 나온 대부분의 주요 제품 포함)뿐 아니라 타사의 스마트폰(LG G3, 팬택 베가아이언2, 소니 엑스페리아Z3 등)도 상당수가 호환이 된다.
그렇다면 유독 태블릿이 호환이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사실 시스템적으로 호환이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동일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하고 있다면 어차피 태블릿과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의 구조 차이도 거의 없다. 심지어 위와 같은 문제를 제기한 A씨의 경우, 기어S2와는 연동이 되지 않던 삼성 태블릿이 중국산 저가형 스마트워치와는 문제 없이 연동이 되었다면서, 제조사 측에서 임의로 연동을 막아놓은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삼성 태블릿을 이용하는 동호회의 게시판을 살펴보면, 상당수 사용자들이 동일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도 찾았다. 순정 운영체제 상태의 태블릿에서는 기어S2가 연동 되지 않지만, 루팅(rooting)을 하고 기기의 등록정보를 바꾸면 비로소 연동이 된다. 루팅이란 사용자가 임의로 해당 기기의 시스템적인 제한을 푸는 것으로, 일종의 간이 해킹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루팅이 된 기기는 A/S 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추천하기 힘든 행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에서는 '태블릿 이용자의 경우, 스마트폰을 동시에 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어 S2는 동시에 2대의 기기(스마트폰, 태블릿)과 연동을 할 수 없다. 연동 기기를 바꾸려면 그 때마다 기어S2의 전원을 껐다 켜고, 일부 기능을 초기화해야 하는 등의 불편이 있기 때문에 태블릿 연동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2016년 3월 현재 기어S2와 호환되는 유일한 삼성 태블릿은 7인치 모델인 '갤럭시W' 뿐이다.
위의 답변을 요약하자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번갈아 연동시키려면 불편할 테니, 아예 태블릿 쪽은 못 쓰게 막아 두었다는 의미다. 다만, 시중에는 스마트폰처럼 유심카드를 꽂아 음성 통화나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3G나 LTE 기반 태블릿도 만만치 않게 많이 팔리며, 그 중 상당수는 이런 태블릿에 스마트워치를 연동하여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문제를 제기한 A씨나 삼성 태블릿 동호회원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태블릿보다는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아예 삼성 태블릿 연동을 하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삼성전자의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고 A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기어S2에 타사의 태블릿을 연동할 때는 문제 없이 작동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을 들어 '역차별'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게 과연 그냥 무시할 만한 목소리인지 삼성전자는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