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랩스데이] '데어데블 시즌2' 전 세계 동시 출시의 비결
[로스가토스=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3월 18일(현지 시각)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 가운데 수위의 인기를 자랑하는 드라마 '데어데블'의 2번째 시즌이 전세계에 동시 공개되었다. 18일 자정부터 전 세계 모든 사용자가 넷플릭스 시즌2를 감상할 수 있었다. 높은 기대를 반영한 듯 공개와 함께 수십 만명의 사용자가 넷플릭스에 접속해 콘텐츠를 감상했다. 수십 만명이 동시에 몰렸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아무런 문제 없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7,500만 명의 회원에게 매일 1.25억 시간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인기 콘텐츠를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하기 위한 넷플릭스 기술진들의 노력. 켄 플로랜스(Ken Florance) 콘텐츠 전달 부사장이 들려줬다.
데어데블 시즌 2 전 세계 동시 출시를 위한 넷플릭스의 노력: 자체 CDN 구축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 세계 서비스를 위해 2012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많은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그 성과가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 Open Connect Appliance)'를 활용한 자체 CDN(Contents Delivery Network)이다.
OCA는 콘텐츠의 전 세계 배포를 위해 넷플릭스가 전 세계 ISP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장비다. 인텔의 하드웨어(제온 프로세서)에 넷플릭스가 자체 변경한 FreeBSD(유닉스와 유사한 무료 운영체제, 애플 OS X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4 등에 이용되고 있다) 기반 운영체제를 더해 만들었다. 서버 장비에 널리 사용되는 리눅스 대신 FreeBSD를 이용한 이유는 대용량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서비스 제공에 앞서 2012년부터 OCA를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요하네스버그 등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ISP(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데이터 센터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OCA의 위치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치우친 이유는 간단하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위치한 AWS의 거점(리전)이 버지니아, 오리건, 아일랜드 등 북미와 유럽 중심이기 때문이다.
OCA의 역할은 사용자들에게 넷플릭스의 동영상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모든 서비스가 아마존 AWS 상에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조금 다르다. 사용자가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선택하면 AWS 상의 넷플릭스 서비스가 사용자와 제일 가까운 OCA에 신호를 보내고, OCA는 보관 중인 동영상을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넷플릭스 > (OCA를 보유 중인) ISP 파트너 > 사용자가 이용 중인 ISP > 사용자'라는 순서로 콘텐츠가 전달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구조를 통해 넷플릭스는 전 세계 모든 사용자에게 4K 또는 풀HD 급 고화질 영상을 300ms(밀리세컨드) 이내의 반응 속도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데어데블 시즌2가 OCA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전세계 동시 출시를 한 사례다. 넷플릭스는 출시 1주일 전에 데어데블의 자막 현지화를 완료한 후 전 세계 수십 군데의 OCA에 콘텐츠를 전송했다. 수십 만명의 사용자가 데어데블 시즌2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OCA가 콘텐츠 전송을 분산 처리해 아무런 문제 없이 성공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가 OCA를 개발해서 자체 CDN을 구축한 이유는 뭘까. 사용자와 가까운 지역 ISP에서 콘텐츠를 제공해 콘텐츠의 품질과 감상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넷플릭스는 아카마이 L3를 활용해 CDN을 구축했지만, 미국 다운로드 트래픽의 37%를 점유할 정도로 넷플릭스가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넷플릭스 자체 CDN 개발에 나섰다. 전 세계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발했지만, 상용 CDN을 이용할 때보다 유지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도 거뒀다.
OCA 속에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가 보관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부터 우선 배치된다. 특정 지역에서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는 반드시 해당 지역의 OCA에 배치한다. 때문에 많은 사용자가 한 콘텐츠에 접속해도 콘텐츠 접근 속도가 느려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선호도가 낮은 콘텐츠는 멀리 떨어진 OCA 또는 넷플릭스의 메인 데이터센터에서 전송되지만, 애당초 찾는 사용자가 적기 때문에 이 역시 빠른 속도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주황색 ISP, 녹색
인터넷 상호접속점. 이 그림의 의미는 간단하다.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가 보는 콘텐츠는 일본에서 전달된다>
넷플릭스에는 OCA 제작을 위한 전담 R&D 인력만 85명이 존재한다. 이들이 1년에 두 번 새로운 OCA 하드웨어를 개발한다. OCA는 저장 및 동시 처리 용량을 늘리고,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 지속적인 개량으로 구형 OCA는 초당 10Gbps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지만, 신형 OCA는 초당 100Gbps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됐다. 또 하나의 랙에 최대한 많은 OCA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커스텀에도 신경썼다. 현재 OCA 1대 당 175TB의 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2~3년 내로 모든 OCA를 HDD에서 올 플래시(SSD)로 전환할 예정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