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선으로 느끼는 하이파이의 감동, 구글 크롬캐스트 오디오
[IT동아 강형석 기자] 아스텔엔컨 AK시리즈, 코원 플래뉴, 소니 ZX 시리즈, 어쿠스틱 리서치 AR-M2, 파이오니아 XDP 시리즈 등… 음질 하나에 올인하는 사람이라면 이름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휴대용 고해상 음원(HRA) 재생기다.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를 정도로 화끈한 몸값 자랑하는 기기들이다. 혹시 대충 들으면 되는 것을 이렇게 많은 돈 들여가며 할 필요 있느냐 묻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원음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그들의 지갑을 활짝 열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헤드폰이나 이어폰, 스피커 등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게다가 선재로 유입되는 전기적 잡음(노이즈)을 잡겠다며 고급 선재를 과감히 쓰는 일은 이제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감상하겠다는 노력에 찬사를 보내지만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세계임에 틀림 없다. 그렇게 상상을 초월할 비용 들일 각오를 가진 용자가 얼마나 될까?
구글 크롬캐스트 오디오(Google Chromecast Audio)는 음원 재생에 있어 작은 해법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와이파이로 연결해 스피커나 헤드폰 등에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이 장치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이나 팟캐스트 채널 감상에 최적화 되어 있으니 말이다. 평범한 MP3 음원은 기본이고 고해상 음원 재생도 거뜬했다.
이 작은 것으로 무엇을? 네… 음악을 듣습니다.
크롬캐스트는 모니터 HDMI 단자에 연결해 무선 네트워크(와이파이)를 통한 유튜브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무선 디스플레이 기술을 체험하기에 좋은 제품이었다. 볼 수 있는게 제한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크롬캐스트 오디오는 이름처럼 오디오에 특화된 장치다.
생김새를 보니 매우 단순하다. 원반형 장치에 있는거라고는 전원 연결 케이블 하나와 스테레오 연결 단자, 전원버튼 하나 뿐이다. 크롬캐스트도 단순했는데, 이것 또한 그에 버금가는 단순함을 자랑한다. 더 이상 설명해 줄 것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참고로 크롬캐스트 오디오는 전원 입력도 받지만 보조배터리에 연결해도 잘 작동한다. 용도를 실내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단, 와이파이 접속은 필수이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할 필요는 있다. 와이파이 연결만 가능하다면 일단 큰 고비 하나 넘긴 셈이다.
스테레오 단자는 스피커나 헤드폰, 이어폰 등에 연결할 때 쓴다. 3.5파이 규격으로 일반적인 오디오 제품은 대부분 대응한다고 보면 된다. 구글은 RCA와 일반 3.5파이 스테레오, 광출력(옵티컬)에 대응한다고 하는데, 즉시 쓰는 구조가 아닌 별도의 전환 장치를 달아야 한다.
크롬캐스트 오디오와 스마트폰 연결은 애플과 안드로이드 모두 지원한다. 다만, 애플보다 안드로이드 쪽이 조금 더 사용이 간편하다. 먼저 애플이건 안드로이드건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사용하려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각 앱스토어에서 크롬캐스트(Chromecast)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설치하자. 가급적이면 미리 와이파이를 활성화해 두자.
연결은 각 스마트폰 설정-와이파이가 아닌 크롬캐스트 애플리케이션에서 진행한다. 와이파이가 켜져 있고 앱을 실행했다면, 기기간 연결은 자동으로 진행되어 귀차니즘을 줄여준다.
와이파이 연결을 하지 않았다면, 기기간 연결이 불가능하다. 실제 와이파이를 끈 상태에서 크롬캐스트 애플리케이션에 접근하니 와이파이를 활성화하라는 메시지를 내보낸다. 접속하면 크롬캐스트냐 크롬캐스트 오디오냐를 놓고 설정하는 화면으로 이동하게 된다.
어떤 애플리케이션과 호흡 맞추나
아쉽게도 유튜브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일단 엠넷(Mnet), 지니(Genie), 벅스(Bugs), 에브리싱(Everysing) 등이다. 해외에서는 스포티파이(Spotify), 판도라(Pandora), 구글 플레이 뮤직(Google Play Music),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 엔피알 원(NPR One) 등 앱이 크롬캐스트 오디오에 대응한다. 국내외를 포함하면 100여 개가 넘는 앱이 크롬캐스트 오디오와 호흡을 맞춘다.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쓸 수 있다면, 애플리케이션 메뉴에 관련 아이콘이 마련되어 있다. 직사각형에 와이파이 로고가 그려져 있는 것이 크롬캐스트 연결 관련 아이콘이다. 이걸 클릭하면 장치를 선택하거나 자동으로 연결되고 음악 출력을 시작한다.
테스트를 위해 지니 앱을 설치하고 음악 감상을 실시했다. 헤드폰은 소니 MDR-1RBT(유선 연결)와 비츠 스튜디오 2.0 등을 사용했다.
< 크롬캐스트 오디오 활성화 아이콘은 이미지 속 붉은 원과 같고, 터치 후 기기만 지정하자. >
참고로 지니는 고해상 음원(FLAC) 재생을 지원한다. 실시간 재생도 가능하다. 메뉴 설정에서 음질을 FLAC에 설정하면 끝이다. 이후 듣고 싶은 음악에 FLAC 아이콘이 있다면, 재생은 고해상 음원으로 이뤄지고 더 세밀하고 깔끔한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들어봐도 그럴 듯하다. 흔히 온라인 음원 재생은 압축으로 용량을 줄인 AAC+(나 MP3 등으로 서비스하는데, MP3만 들어 온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고해상 음원을 듣는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고해상 음원의 용량이 제법 크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겠다. 물론 와이파이 연결이기 때문에 데이터 걱정은 조금 덜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와이파이 통신 감도가 원활해야 한다는 것. 원활하지 않으면 한 곡 이동할 때마다 초기 데이터를 받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크롬캐스트 오디오에 앰프를 연결해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제약이 따르는 만큼, 한계는 있다. 실제로 광출력 연결을 지원하는 코드 모조에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연결한 다음, 고해상 음원을 재생했는데 조금 더 공간감이 느껴지는 소리를 들려준다. 대신 음원은 직접 연결이 아니기 때문에 44kHz로 인지된다는 점은 아쉬웠다. 고해상 음원 온라인 실시간 재생이 가능하더라도 용량에 의해 재생 품질은 제한된다.
이와 함께 무선 재생이기 때문에 플레이어 자체에 내장된 효과(이퀄라이저)를 사용할 수 없으니 참고하자. 이 부분은 크롬캐스트 오디오 뿐만 아니라, 일반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 시에도 동일하니 큰 문제는 아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활용도는 높다
크롬캐스트 오디오는 실내나 야외(와이파이 잘 터지는 곳)에서 조금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도구다. 본격적인 나홀로 고해상 음원 감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와이파이가 항시 있는 곳이어야 쓸 수 있다는 점도 아쉬움이다. 반면,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한정된 환경에서 크롬캐스트 오디오로 고해상 음원 맛을 보고 싶다면 충분히 이상적이기도 하다.
가격은 5만 4,900원이다. 한정된 장소에서 고해상 음원을 듣는 사람이라면 고급 플레이어에 이어폰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먼저 인정하는 부분은 집요하게 음질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큰 의미 없다는 것. 맞다. 이 제품은 MP3나 다른 저용량 매체로 음악을 듣다, 이제 조금씩 소리에 천연조미료를 첨가하고 싶은 사람을 겨냥했다. 그것도 와이파이가 될 때의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배터리의 부재다. 크기가 작은 것은 긍정적인데 덩치를 살짝 키우더라도 야외에서 그럭저럭 쓸 수 있게끔 배터리를 내장했으면 어땠을까? 아마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