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게이머라면 혹할 모니터, 델 S2716DG
[IT동아 강형석 기자] 게임 한 번 제대로 하려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더 부드러운 게임 화면을 위해 고성능 프로세서(CPU)와 그래픽 프로세서(GPU)로 중무장하고, 불러오는 시간 1초라도 더 줄여보겠다고 고가의 SSD까지 동원한다. 더 빠르고 부드럽게 한다고 내 승리를 100% 장담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PC 사양을 슈퍼컴퓨터처럼 꾸며 놓고는 정작 모니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저 그런 모니터도 게임을 즐기고 영화를 감상하는 데 전혀 문제 없다. 그러나 모니터의 구조를 이해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게이밍 모니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평범한 모니터를 그냥 쓰고 있는 것도 이해는 된다. 게이밍 모니터들을 보면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PC보다 모니터로 더 친숙한 델의 게이밍 모니터 S2716DG도 마찬가지다. 가격은 100만 원대로 제법 높은 편이지만 게이머라면 혹할 성능과 기능을 제공한다.
게이밍 모니터 존재의 이유
먼저 게이밍 모니터가 왜 필요한지 여부가 중요하다. 흔히 게이밍 모니터는 120Hz 보다 더 높은 144Hz 주사율을 갖는다. 주사율은 1초에 얼마나 많은 영상을 보여주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예로 60Hz 주사율이라면 1초에 최대 60매로 나눠 표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PC나 영상 출력장치에서 1초에 60프레임을 계속 유지하며 출력한다면 모니터는 그 움직임을100% 표현해낸다.
이 주사율은 높으면 높을수록 1초에 더 많은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120Hz라면 1초에 120장의 그림을 흘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144Hz 주사율은 1초에 144장 화면을 표시할 수 있다. 이를 100% 표현하려면 엄청난 PC 사양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표현 가능한 PC를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한 만큼 부드러운 화면을 경험하게 된다.
높은 주사율은 모니터 반응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게임은 영화와 달리 그냥 보는게 아니라 내가 직접 명령을 입력한다. 1인칭 슈터(FPS) 게임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움직이고 상대방을 본 다음 사격을 위해 마우스를 누른다. 이 행동이 PC에 전달되고 화면에 표시되는 과정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이라면 그 반응 속도가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주사율이 높다는건 그만큼 반응속도가 높음을 말한다. 화면이 표시되는 1초 사이에 명령 입력을 받는 기회가 더 많으니 말이다. 1초에 60회 또는 그 이하인 상황에서 한 장면을 골라 잡는 것과 120회 또는 그 이하인 상황에서 한 장면을 골라 잡는다면 어떤 것이 더 빨리 잡을 수 있을까? 게이밍 모니터 존재의 이유는 더 빠른 반응속도와 부드러운 움직임 두 가지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초슬림 베젤
그동안 델은 다양한 모니터 라인업을 선보여 왔다. 그 중 돋보이는 제품은 단연 울트라샤프(Ultrasharp)일 듯 하다. 고급 라인업으로 뛰어난 사양과 패널, 확장성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 지금 소개할 S2716DG는 S 시리즈로 게이밍 및 멀티미디어 환경에 특화되어 있다.
흔히 게이밍 모니터라고 하면 화려한 형태를 떠올리기 쉬운데, S2716DG는 매우 평범하게 생겼다. 여느 델 모니터와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이 부분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내포한다. 델 모니터 라인업의 일원(패밀리룩)임을 알게 해주지만, 게이밍 제품 특유의 개성이 없어 보인다는 아쉬움도 함께 든다.
모니터 자체의 매력은 충분하다. 일단 디스플레이 주변을 감싸는 베젤의 두께가 얇기 때문. 일반 모니터들이 1~1.2cm 가량 베젤 두께를 가졌다고 하면, 이 모니터는 8mm 내외 정도다. 불필요한 영역이 거의 없으므로 화면에 집중할 수 있으며, 여러 모니터를 붙여 쓸 때에도 위화감이 적다.
후면은 깔끔하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유광 재질을 썼다는 것. 잠깐 보기에 좋을지 몰라도 장시간 사용하면 먼지나 지문에 의해 오염된다. 물론, 뒤라서 매일 확인할 일은 없겠지만 가끔가다 한 번씩 뒤를 볼 때면 기분 상할지 모를 일이다.
델 모니터는 스탠드와 모니터 체결이 쉽다. 다 보급형 모니터는 스탠드 기둥 고정하고, 바닥 고정하고 나사로 조여줘야 쓸 수 있다. 반면, 델 모니터 스탠드는 본체와 연결부를 맞춰 끼워 주기만 하면 끝이다, 고정도 잘 되고 간단하니 초보자도 당황할 일이 없다.
스탠드 지지대 중앙에 있는 구멍은 케이블 정리에 쓴다. 영상 출력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을 꽂고 나면 지저분한데, 저 구멍 안에 넣으면 깔끔하게 정리 가능하다.
단자 구성은 단순하다. 전원 외에 영상 입력단자는 HDMI와 디스플레이 포트(DP) 뿐이다. DVI나 D-Sub 같은 단자는 없으니 참고하자. 이는 144Hz 출력과 엔비디아 모니터 동기화 기술인 지싱크(G-Sync)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영상단자 옆에는 별도로 USB 3.0 연결 단자가 있다. 정사각형 형태의 단자는 PC와 연결하는 주 연결단자로 이를 연결해야 옆에 있는 USB 3.0 단자 2개와 측면의 단자 2개를 쓸 수 있다. 총 4개의 USB 단자를 쓸 수 있으니 허브로써 활용도는 높은 편이다.
별도의 오디오 입력도 받는다. 영상단자 옆에 스테레오 연결 단자가 있는데, PC 후면과 연결하면 된다. 단, 스피커 자체에는 스피커가 없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실제 S2716DG와 PC를 연결했을 때 음성출력이 되질 않았다. 대신 모니터 측면에 있는 오디오 출력 단자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하도록 했다.
스탠드 기능은 유용하다. 들어서 옮길 필요 없이 모니터 화면만 좌우로 회전(스위블)하거나 90도로 꺾을 수(피벗) 있다. 모니터가 무겁기 때문에 이런 편의성 넘치는 기능은 환영이다.
모니터 기능 설정은 화면 우측 아래에 있는 버튼 4개를 활용하면 된다. 이것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한 번씩 눌러봐야 안다. 안타깝게도 깔끔함을 강조한 나머지, 친절함은 잊은 듯 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가장 우측에 있는 전원 버튼을 시작으로 메뉴 활성화, 음량 조절, 입력단자 선택 등이다. 설정 화면이 활성화된 성태에서는 뒤로 가거나 선택하는 등의 역할로 바뀐다. 그 부분은 화면 상단에 따로 나오기 때문에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게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27인치 디스플레이
HDMI 케이블을 이용해 델 S2716DG와 연결했다. 전원을 인가하니 차분하면서 선명한 화면이 반겨준다. 화사함과 거리가 멀지만 과장되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해상도는 QHD(쿼드-HD)로 2,560 x 1,440이다. 게이밍 모니터라 해서 화사한 화면을 생각했는데, 조금 거리가 있음을 참고하자.
게이밍 모니터라 하니 바로 게임을 실행해 즐겨봤다. 확실한 것은 일반 60Hz 주사율 모니터와 비교하면 움직임이 부드럽다는 것. 이는 더 많은 화면을 그려낼 수 있으니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 60Hz 모니터는 최대 60프레임을 그려낼 수 있다. 1초에 60개의 정지화면이 연속 재생되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부드럽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델 S2716DG의 144Hz는 1초에 최대 144장의 정지화면이 연속 재생된다는 의미. 2배 이상 화면을 표시할 수 있으니 그만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당연히 엄청난 PC 사양이 필요하지만 충족만 한다면 만족감은 최고다. 디아블로3나 다른 평면 형태의 게임은 티가 잘 안 나지만, 화면 흐름이 빠른 1인칭 슈터(FPS) 게임이나, 액션 게임은 효과가 두드러진다.
이 모니터는 엔비디아 지싱크(NVIDIA G-Sync) 모니터 동기화 기술을 쓴다. 이 기술은 그래픽 프로세서와 모니터를 1:1로 연동해 PC의 성능만큼 모니터가 표시해 주는 기술이다. 30 프레임이면 그에 맞는 부드러운 화면을 그려주는 구조다. PC가 항상 똑같이 작동할 수 없다. 움직임이 부드럽다가도 끊길 때가 있다. 그 상황에 맞춰 모니터 주사율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면서 사람이 끊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 하도록 만든다.
모든 지포스 그래픽카드가 이 기술을 쓰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포스 GTX 650 Ti 부스트(Boost)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전 그래픽카드는 아쉽게도 쓸 수 없다. 어떤 그래픽카드인지 알 수 없다라고 한다면 하드웨어인포(HWiNFO)나 GPU-Z 같은 하드웨어 정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실행하면 확인 가능하다.
모니터의 주요 기능은 화면 우측 하단에 있는 설정 버튼을 활용하면 된다. 다양한 색감부터 반응 속도(기본/빠름) 등을 사용자가 직접 다루게 되는데, 확인을 해보니 한글 지원이 되지 않는다. 언어는 영어, 스페인,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데 한글이 없다. 덕분에 어떤 기능인지 알아보려면 열심히 배워 둔 영어단어를 떠올리거나 사전을 찾아야 한다.
비싸지만 게이머에게는 딱 좋아!
공식 소비자 가격은 102만 5,200원. 인터넷 최저가는 이보다 더 저렴한 80만 원 선이다. 중소기업 브랜드의 27형 QHD 해상도 모니터가 적게는 20만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게임 몰입감 향상을 위한 기능과 성능은 어느 정도 가치를 준다, 특히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와 호흡을 맞추는 지싱크 기술은 게임을 항시 부드럽게 표시해 준다.
화질이나 성능은 만족스럽지만 역시나 가격이 마음에 걸린다. 중소기업 27인치 모니터 3개 정도는 구매 가능한 가격이다. 심지어 4K 해상도 40인치 모니터도 구할 수 있다. 물론 중소기업 제품이다. 144Hz 주사율에 따른 게이밍 이점 및 지싱크 기술 활용이 아니라면 고민해 볼 일이다.
델 S2716DG는 열정적인 게이머라면 혹할 기능과 성능을 품었다. 반면, 그게 아니라면 조금 더 저렴한 모니터 여럿 연결해서 여유롭게 쓰는 방법이 더 좋을 수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