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승리를 위한 7.1ch 게이밍 헤드셋, 지스킬 SR910, SV710
[IT동아 김영우 기자] 그야말로 게이밍 기어의 전성기다. 게이밍 기어란 이름 그대로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된 PC 주변기기를 뜻한다. 키보드나 마우스, 헤드셋 등이 대표적으로, 일반 주변기기에 비해 한단계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어 한층 우수한 게임 성적을 기대할 수 있으며, 디자인도 화려해 눈길을 끄는 제품이 많다. PC시장에 활력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게이밍 기어 시장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지스킬(G.SKILL)도 게이밍 기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본래 지스킬은 오버클러킹(클럭 속도를 임의적으로 기준치 이상으로 조정해 성능을 높임)에 강한 메모리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었다. 고성능 PC를 선호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세를 가지고 있던 이 업체가 게이밍 기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립죠스(RIPJAWS) SR910과 SV710은 지스킬의 게이밍 헤드셋 제품군을 대표하는 모델로, 화려한 디자인에 7.1채널 서라운드(입체음향) 기술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SR910는 리얼 7.1, SV710은 가상 7.1). 특히 소리만으로 적의 위치를 감지하고 재빠르게 반응해야하는 FPS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SR910과 SV710, 기본적인 디자인은 거의 동일
지스킬 SR910과 SV710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유사한 점이 많다. 귀 전체를 덮는 두툼한 인조가죽 이어패드를 갖추고 헤어밴드 내부에 쿠션을 마련해 착용감을 높였다.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요즘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좌우 헤드폰의 내부에 붉은 색으로 빛나는 지스킬 로고 LED를 넣은 점도 동일하다.
좌측 헤드폰에 마이크 유닛을 달고 있다는 점도 같다. 평상시엔 본체 내부에 수납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뽑아서 쓸 수 있다. 마이크는 사용자의 음성과 주변의 소음을 구분, 소음을 차단하고 음성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ENC(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지원하므로 한층 깨끗한 음질로 음성 채팅이 가능하다. 이 기능은 제공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켜거나 끌 수 있다.
노이즈를 줄이기 위한 설계는 PC와 접속하는 인터페이스에서도 확인된다. 3.5mm 아날로그 오디오잭으로 접속하는 일반적인 오디오 기기와 달리, 지스킬 SR910과 SV710는 USB 포트를 통해 접속한다. 디지털 방식으로 오디오 신호를 전달하므로 아날로그 오디오 기기처럼 접속부에서 노이즈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 다만, USB 포트를 가진 PC 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기기에는 이용할 수 없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디테일, 그리고 7.1채널 구형 방식에는 제법 큰 차이 있어
하지만 SR910이 좀더 고급 제품인 만큼, 차별화를 위한 디자인 요소도 있다. 일단 양쪽 헤드폰의 가장 자리 및 헤어밴드 쿠션 가장자리의 봉제선 등을 붉은색으로 처리해 한층 더 강렬한 느낌을 주며, 지스킬 로고 LED 역시 SV710보다 SR910이 좀 더 밝게 빛난다.
노이즈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헤드폰 저항값(임피던스)은 두 제품 모두 32옴으로 동일하다. PC용헤드셋으로는 무난한 수준이다. 하지만 내부적인 구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 7.1채널 서라운드 음향을 구현한다는 것 자체는 같지만, 구현 방식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 7.1채널 서라운드란 홈시어터 기준으로 사용자 주변을 7개의 출력 유닛(7채널)으로 감싸고, 여기에 저음 전용 서브우퍼(0.1채널)을 더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청취 환경을 뜻한다.
SR910의 경우, 양쪽 헤드폰 내부에 각각 중앙(center), 전방(front), 후방(real), 측면(side), 그리고 서브우퍼(subwoofer)를 비롯한 5개의 드라이버가 탑재, 양쪽을 합쳐 총 10개의 드라이버를 통해 리얼 7.1채널을 구현한다. 8개의 유닛으로 7.1채널을 구현하는 홈씨어터와 달리, SR910에서 10개의 유닛으로 7.1채널을 구현한다. 그 이유는 본래 홈씨어터에서는 1개씩의 유닛으로 처리하는 중앙과 서브우퍼 유닛이 헤드셋에선 양쪽으로 나뉘어 달리기 때문이다.
반면, SV710의 경우는 각 헤드폰에 1개씩만, 총 2개의 드라이버 만으로 서라운드를 구현하는 가상 7.1채널 헤드셋이다. 이는 리얼 7.1채널 환경에선 각기 다른 유닛에서 출력되는 각 채널의 소리를 2개의 유닛으로만 처리하는 대신, 각 소리의 위상이나 타이밍을 조정해 사용자의 귀에는 마치 실제로 7.1채널 유닛에서 듣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가상 서라운드는 실제 서라운드만은 못하지만, 기존의 2채널 스테레오 환경에 비하면 한층 향상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서라운드를 구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헤드셋 케이블에 달린 오디오 컨트롤러(리모컨)의 구조도 전혀 다르다. SV710의 컨트롤러는 음량 증가와 감소, 그리고 마이크 ON/OFF 기능만 달려있지만, SR910의 컨트롤러에는 여기에 더해 각 채널 별 음량을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컨트롤러 자체의 크기도 SR910의 것이 한층 크다.
곧장 이용할 수도 있지만 되도록 전용 프로그램 설치를 추천
SR910과 SV710을 PC의 USB 포트에 꽂으면 자동으로 인식하며 곧장 기본적인 사운드의 출력이 가능하다. 다만, 제품의 모든 기능을 본격적으로 이용하려면 지스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전용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이를 설치하면 세부 기능 설정용 콘솔을 이용할 수 있으며, 윈도우 작업 표시줄 아이콘을 통해 간단히 실행할 수 있다.
이를 실행해보면 두 제품이 메인 음량 조정 및 EQ 모드의 구성, 그리고 ENC(노이즈캔슬링) 기능 메뉴의 구성 등은 동일하지만 그 외에 세부 조절 가능은 약간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SR910의 경우, 출력 모드를 스테레오 / 4채널 / 5.1채널 / 7.1 채널의 4단계로 구분하는 반면, SV710은 스테레오 / 돌비 프로로직II(가상 5.1채널) / 가상 7.1채널 모드로 구분하면서 돌비 프로로직II 모드와 가상 7.1채널 모드에 각각 다른 하위 설정 메뉴가 제공된다.
특히 SV710의 경우, 돌비 프로로직II 모드에서 스튜디오 / 시네마 / 홀 모드로 공간감을 바꿀 수 있으며, 가상 7.1채널 모드의 경우, 각 가상 스피커 유닛의 위치를 변경하거나 각 채널의 음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스피커 출력 방식을 선택한 뒤 게임 / 음악 / 레이싱 / 레코딩 / 수동 모드로만 바꿀 수 있는 SR910보다 설정 기능은 더 세세하다.
게임 플레이에서 리얼 7.1채널의 장점 부각
제품의 전반적인 구성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직접 체험을 해볼 차례다.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제품의 정체성에 어울리게 일단은 게임을 구동하며 소리를 들어봤다. 헤드셋의 출력 모드를 7.1채널(SV710은 가장 7.1채널)로 설정한 후, 게임 내의 오디오 옵션 역시 7.1채널 모드로 지정해 테스트를 했다.
액션 RPG인 '디아블로3'를 플레이 해보니 입체감 면에서는 가상 7.1채널인 SV710에 비해 리얼 7.1채널인 SR910 쪽이 앞선다. 필드의 각도가 고정되는 디아블로3의 특성 상, 각종 효과음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따로 출력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음성 및 효과음, 배경음악 등의 분리도 면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각종 효과음이 상당히 디테일하게 전달되며, 저음의 묵직함도 제법이라는 점은 같기 때문에 SV710 역시 만족도는 낮지 않다.
FPS인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도 플레이해봤다. 플레이어의 시점이 계속 바뀌는 게임이라 그런지 확실히 7.1채널의 효과가 디아블로3에 비해 크게 와 닫는다. 특히 총소리나 발자국 소리의 방향을 감지해서 적의 위치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얼 7.1채널 제품인 SR910를 사용하는 편이 한층 유리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가상 7.1채널인 SV710 역시 일반 스테레오 헤드셋에 비하면 확실히 낫긴 하지만, FPS를 주력으로 플레이한다면 역시 SR910를 추천할 만하다.
음악이나 영화 감상에서는 SV710도 충분히 쓸 만
반면, 게임이 아닌 음악을 감상할 때는 SR910과 SV710의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어차피 시중에서 서비스되는 음원의 절대 다수가 2채널 스테레오 기반이기 때문일 것이다. SR910과 SV710의 보정 기능을 통해 어느정도 입체감을 가미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이렇게 하면 원음을 왜곡할 수도 있으니 추천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고음부터 무거운 저음까지 골고루 안정적인 전달 능력을 갖추고 있어 무난한 감상이 가능했다. 음악 감상의 비중이 크다면 SV710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영화를 감상 할 때도 음악 감상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돌비디지털(AC3)나 DTS와 같은 서라운드 오디오를 담은 영화를 재생할 때 SR910이 좀 더 나은 음 분리 능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SV710의 가상 서라운드도 제법 현장감 있는 소리를 들려주며, 2채널 스테레오 오디오를 담은 일반적인 동영상 감상 시엔 차이가 그다지 없다. 실제 홈씨어터 환경에서 영화를 감상할 때는 리얼 7.1채널과 가상 7.1 채널의 차이가 제법 있지만, 헤드셋 환경에선 상대적으로 차이가 줄어드는 것 같다. 효과음이 강조되는 게임에선 이런 작은 차이도 도드라지지만, 대사와 배경음악이 강조되는 영화에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스킬의 첫번째 게이밍 헤드셋, 과연 시장의 반응은?
지스킬의 립죠스 SR910과 SV710은 그들이 내놓은 첫번째 게이밍 헤드셋인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제법 잘 만들었다. 음향기기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음질 면에서 기존의 전문업체 제품 못지 않으며, 특히 SR910은 7.1 채널 서라운드 기능을 충실하게 지원해 FPS와 같이 소리만으로 적의 위치를 재빨리 파악해야 하는 게임을 할 때 특히 유용했다.
가상 7.1 채널 제품인 SV710은 아무래도 리얼 7.1채널 제품인 SR910에 비해 입체감이나 음 분리 능력 면에서 떨어지는 편이지만,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할 때는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가격 부담은 더 적다. 2016년 2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SR910은 19만원 정도, SV710은 11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저가형 제품이 아닌 만큼, 음향기기 시장에서 지스킬의 이름값이 어느 정도 통할지가 관건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