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프린터까지, '비포서비스'의 경제학
[IT동아 김영우 기자] 어떤 제품을 사건,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에는 제품 가격 외에 애프터서비스(after service)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을 이용하는 중에 발생하는 각종 장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받아야 하는, 그리고 기업에 제공해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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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익숙한 애프터서비스 외에도 최근에는 이른바 비포서비스(before service)라는 용어가 제법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애프터서비스가 문제가 발생한 후의 사후 조치라면, 이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미리 예방하는 사전 조치를 의미한다. 비포서비스라는 단어는 아직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공식적인 용어 라기 보다는 일부 기업에서 강조하는 마케팅 문구에 가깝지만,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서서히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비포서비스를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들이 광고에서 말하는 대로 이른바 '고객 감동'을 주려는 목적도 없지는 않겠지만, 어떠한 기업이건 마케팅 활동의 최종적인 목적은 매출 증대 및 인지도 상승이다. 이는 비포서비스라고 하여 예외는 아니다. 일단, 현재 기업들에 제공하는 비포서비스의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정기적으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만나 제품의 상태를 점검, 이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해당부분을 정비하거나 소모품을 교체 해주기도 한다. 비용의 경우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부분은 무상으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와 기업은 각각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일단 소비자의 경우는 자기 제품의 컨디션을 늘 양호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는 특히 제품을 이용해 중단 없는 업무를 이어가야 하는 사무실이나 점포 같은 곳에서 환영할 만 하다.
애프터서비스와 비포서비스, 단순한 반대말 아니야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기업 입장에서 얻는 이득이 더 클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 수리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 외에 비교적 수월하고 부담없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크다. 애프터서비스의 경우는 제품 이상이 발생한 후에 이루어진다. 때문에 기업에서는 언제 어떻게 이를 대처해야 할지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기본적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소비자와 만나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잘 처리를 한다고 해도 '본전'일 수밖에 없다.
반면, 비포서비스의 경우는 이미 정상적으로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므로 갈등없이 비교적 손쉽게 기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데다 기업측에서 미리 서비스 시기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이런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소비자와 접촉하면서 자사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전할 수 도 있다. 애프터서비스가 말 그대로 '서비스'라면, 비포서비스는 이에 더해 마케팅 활동의 성격도 있다는 의미다.
예방 정비 및 소모품 무상 교환 해주는 현대자동차 비포서비스
2016년 현재, 비포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 그리고 프린터 제조사인 브라더를 들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대략 주 단위로 아파트 단지나 대형마트, 공원과 같이 자동차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임시 서비스 거점을 설치, 자사 차량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고장 전 예방 점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기본적인 성능 점검 및 정비, 항균 탈취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에어컨 필터나 와이퍼블레이드, 워셔액이나 부동액과 같은 소모품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동안 신제품에 대한 소개 행사나 캠페인 등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품질 만족도 및 브랜드 인지도 동반 상승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현대자동차는 밝힌 바 있다.
구매부터 제품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브라더 비포서비스
브라더의 비포서비스는 좀더 적극적이고 본격적이다. 이는 개인 고객이 아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제공되는데, 아예 제품 구매 전부터 전담 에이전트가 사무실을 방문, 프린터의 사용 환경을 분석해 제품을 추천하기도 하고, 이미 제품을 이용 중이라면 제품의 사용 현황 및 패턴을 파악해 정기적인 보고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전용 솔루션을 통해 제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품 고장이 발생하거나 잉크나 토너 등의 소모품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사용자에게 미리 연락을 주어 문제 해결을 돕는 등, 중단 없는 업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브라더에서는 자사의 비포서비스가 일반 구매 고객뿐 아니라 렌탈(임대) 고객들에게 특히 유용하다며, 비포서비스와 정품렌탈 서비스를 결합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포서비스, 대세가 될까?
이러한 비포서비스가 앞으로 어느 정도 활성화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서비스를, 기업에게는 유용한 마케팅 도구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 두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점점 빠르게, 그리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재 시장의 상황에서 기업들이 차별화된 서비스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비포서비스는 그 중에서도 제법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