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융합한 '블렌디드 러닝'형 영어학습법 주목
[IT동아 이문규 기자] 인터넷의 발달과 컴퓨터/스마트기기의 보급은 세계 시장경제를 넘어 일선 교육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법이 인기를 끌면서 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의 미국 내 '온라인 러닝(Online Learning)’과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시장은 30% 이상 성장했다.
여기서 블렌디드 러닝이란 온라인(인터넷, PC 등) 학습의 강점인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학습 방향 설계>와 오프라인(학교, 학원 등) 학습의 장점인 <교사의 세밀한 학생 지도 관리>를 적절히 혼합해 적용하는 교육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기술 발달에 따라 미국 교육부는 온라인 교육의 획일한 방식에서 벗어나 각 학생의 학습 수준과 흥미에 맞춘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길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학생마다 수업 이해도, 성취도 등이 모두 다른 점을 감안할 때,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1:1 지도에 한계가 있던 부분을 인터넷/데이터 기반의 온라인 교육이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학교에서는 영어교육을 위해서 어떤 형태로 온/오프라인 교육을 융합해 활용하고 있을까? 실제로 미국 각 주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학습지도를 하기 위해, 관련 온라인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정식 도입하여 교사/학생의 만족도와 학습 효과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르네상스러닝의 ‘스타리딩(STAR Reading, SR/독서수준진단 프로그램)’과 ‘액셀러레이티드 리더(Accelerated Reader, AR/독서학습관리 프로그램) 프로그램 등이 있다.
공통핵심교육과정 기반의 SR 빅데이터로 학생의 읽기능력 진단
미국 46개 주에서는 공통핵심교육과정(Common Core State Standard, CCSS)에 기반하여 K-12학년까지의 교육 과정을 진행한다. 한국 학생들이 매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받는 것처럼, 미국도 매년 총괄평가를 통해 CCSS에 비추어 학생별 학습 성취 추이를 파악한다.
르네상스러닝 SR은 영어 읽기의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용 테스트로, 이미 미국 6만 개 이상의 학교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 교육부 산하기관으로부터 평가 실효성을 입증 받았다. 또한 매년 시행되는 학업성취도 평가와 연계성이 높은 것으로 증명되면서 미국 교육계에서는 공신력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식됐다.
특히 각 학생의 학습 수준에 맞게, 컴퓨터가 문제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CAT(Computer Adaptive Test) 방식을 도입하여 정확한 레벨 진단이 가능하다. 이렇게 진단된 학생 학습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축적되고, 수천만 명 이상의 빅데이터에 근거하여 향후 주간/월간 단위로 목표 및 학습 성장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영역별로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학습지도 계획을 세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독서’
미국 학생들의 영어교육에 있어서 독서는, 모든 언어 학습의 기본인 읽고 쓰는 능력, 즉 문장해석 능력(문해력) 향상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적극 장려되고 있다. 르네상스러닝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4-2015년 사이에 집계된 980만 명의 학생 데이터를 토대로 했을 때, 읽기 및 문해력 능력 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독서시간과 난이도, 이해도다.
독서 시간의 경우 최소 15분 이상, 매일 30분 간 책을 읽었을 때 어휘 노출이 극대화되어 영어실력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고 분석됐다. 하루에 15분 미만 독서, 15-30분 미만 독서, 30분 이상 독서 하는 학생을 각각 비교했을 때 그룹별 학생의 어휘 습득량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이를 테면, 하루 15분 독서 1학년 학생이 동일한 방식으로 12학년까지 책을 읽는다면, 평균 노출되는 어휘의 수는 약 570만 개이고, 30분 이상 독서 학생은 1,370만 개의 어휘를 익히게 된다. 12학년까지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쳤을 때, 15분 미만 독서 학생과 30분 이상 독서 학생의 어휘습득량 차이는 수백 만개 이상이 되는 셈이다.
르네상스러닝 빅데이터는 또한, 우리나라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의 학생들도 하루 평균 15분 이상의 책을 읽는 경우, 책을 읽지 않는 학생 보다 읽기실력 달성률이 약 5배 정도 높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 12학년(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의 전체 학제를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라 할 만하다.
독서의 중요한 두 번째 요소는 적절한 난이도다. 학생이 자신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책을 선택해 자발적으로 읽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내 학교에서는 교사가 특정 권장도서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읽기 수준(SR 측정치)에 근거하여 자유롭게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사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학생에게 제공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학교 교실이나 도서관에 비치된 책에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수준(레벨)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 레벨 스티커는 학생들의 읽기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구분한 지표다. 따라서 학생은 책 내용을 훑어 보지 않더라도 이 레벨 스티커만 확인하고 책을 읽으면 된다. 더불어, 책 내용의 이해 정도를 측정하는 퀴즈 프로그램이 AR에 들어 있는데, 약 17만 권 이상의 퀴즈 데이터베이스와 각 학생의 AR 퀴즈 측정 결과를 취합, 분석하여 개인의 독서패턴과 흥미에 맞는 책을 제시한다. ‘톱북 포유(Top Books For You)’라는 메뉴다.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읽은 책에 대한 이해도다. 미국 학생들은 책을 읽은 후 교실에 비치된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을 활용하여 AR 독서 퀴즈를 푼다. ‘시험’이 아니라 ‘측정’이다. 정답률이 85% 이상이면 실제로 읽기실력이 향상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AR을 도입한 학교에서는 최적의 독서활동을 위해 학생 수준, 이해도, 독서시간을 종합하여 목표를 수립한 다음 이를 학생에게 제시한다.
온/오프라인 교육 방식을 혼합한 블렌디드 러닝형 독서교육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교육 트렌드가 IT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기존 오프라인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사의 경험치에 의해 학습지도 및 학생관리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정확하고 풍부한 빅데이터에 근거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미국 교육부 연구를 봐도,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에 토대로 해 각자의 목표를 세워주고 꾸준히 학습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학업 성취도 향상에 매우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수의 미국 내 학교가 르네상스러닝 AR, SR과 같은 블렌디드 러닝 프로그램을 도입, 적용한 이유는, 빅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 응용하여 학생 각각의 수준과 독서패턴을 개선할 뿐 아니라, 정확한 학습 목표를 세워주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자기주도형 독서 학습을 몸에 익히도록 지도한다는 점에서 미국 교육당국과 학부모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블렌디드 러닝 교육 방식은 현재 우리나라 일부 초중고등학교나 학원 등도 도입해 국내 교육 실정에 맞춰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 내 학교와 마찬가지로 AR, SR 프로그램을 독서 지도에 활용하고 있으며, 독서의 중요성과 학습 효과가 알려지면서 이를 도입하는 교육기관이나 학교, 공공도서관 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