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잘나가는 무한잉크 복합기 3종 써보니(브라더, 엡손, 캐논)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프린터 / 복합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바로 '무한잉크', 혹은 '무한리필' 이다. 이는 프린터 본체에 대용량 잉크 탱크를 달아 카트리지 교체 없이 수천 장 이상을 출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하며, 잉크가 떨어지면 비싼 카트리지를 교체할 필요 없이 저렴하게 잉크만 리필(보충) 하면 된다. 편한 데다 경제적이기 까지 하다.
본래 무한잉크 시스템은 프린터 제조사가 아닌 외부 업체에서 비공식적으로 공급, 장착하는 일종의 사제 옵션이었다. 잉크 카트리지를 많이 팔아서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프린터 제조사 입장에서 무한잉크 시스템이 달가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었다. 2012년 엡손을 시작으로, 프린터 제조사에서도 하나 둘 공식적으로 무한잉크 시스템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2016년 현재는 엡손 외에도 브라더, 캐논 등의 업체들이 무한잉크 시스템이 탑재된 프린터 및 복합기를 팔고 있다. 이러한 이른바 '정품 무한잉크'는 기존의 비공식 무한잉크 시스템 대비 디자인적인 완성도가 높고, 장기간 사용시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당연히 A/S 면에서의 불이익도 없다.
가격과 기능 비슷한 무한잉크 복합기 3종
2016년 2월 현재 팔리는 정품 무한잉크 복합기 중 대표적인 제품 3종을 골라 전반적인 특성 및 성능을 비교해봤다. 대상은 브라더 DCP-T300과 엡손 L220, 그리고 캐논 픽시마 G2900이다(가나다 순서). 2016년 1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브라더 제품이 16만 9,000원, 엡손 제품이 17만 9,540원, 그리고 캐논 제품이 18만 9,000원에 팔리고 있다. 브라더 제품이 가장 저렴하고 캐논 제품이 가장 비싸다. 물론 그 차이가 2만원 정도이므로 가격만으로 보면 모두 동급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 세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 비교(출처: 에누리 닷컴)>
그 외에도 세 제품은 구성적으로도 비슷한 점이 많다. 팩스 기능 없이 프린터 및 스캐너, 복사기의 기능을 갖춘 컬러 잉크젯 복합기라는 점, 흑백 잉크 1개와 컬러잉크 3개로 구성된 4색 구성의 무한잉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와이파이나 ADF(연속 문서 공급장치)와 같은 고급 기능을 갖추지 않은 보급형 제품이라는 점도 같다.
사양표 상의 수치는 참고 정도만 해야
하지만 차이가 있는 사양표 상의 수치도 있다. 출력 속도 면에서는 브라더 DCP-T300이 흑백 27ppm / 컬러 10ppm, 엡손 L220이 컬러 흑백 27ppm / 컬러 15ppm 으로 비슷해 보이고, 캐논 G2900이 흑백 8.8ipm / 컬러 5ipm으로 다소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브라더와 엡손은 ppm(Pages Per Minute), 캐논은 ipm(Images Per Minute)으로 표기 단위가 다르며, 동일한 ppm 단위라도 제조사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측정을 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진다. 사양표 상의 출력 속도는 그냥 참고 사항 정도로만 생각하자.
인쇄 해상도의 경우, 엡손 L220이 5760X1440dpi로 가장 높고, 브라더 DCP-T300이 6000X1200 dpi로 그 다음이고, 캐논 G2900이 4800X1200dpi로 가장 낮아 보인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수치상 세 제품 모두 고품질 출력을 무난히 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 인쇄물의 품질은 직접 출력을 해봐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세한 하드웨어 구성이 눈에 띄는 브라더 제품
사양표는 이 정도만 보고 이제부터는 직접 각 제품을 만져보자. 제품의 크기는 브라더 DCP-T300 (43.5 x 16.1 x 37.4cm)와 캐논 G2900(44.5 x 16.3 x 33cm) 제품이 비슷하고 엡손 L220(48.2 x 14.5 x 30cm) 제품이 살짝 작아 보이는데, 브라더와 캐논이 본체 내부에 잉크 탱크를 내장하고 있는 것이 비해, 엡손은 별도의 외장형 잉크 탱크를 이용하므로 실제 공간활용성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본체에 달린 조작 인터페이스의 경우는 브라더 제품이 확실히 우세하다. 브라더 제품이 13개에 달하는 버튼과 흑백 LCD를 갖추고 있어, 단순한 복사나 취소 외에도 복사 품질 및 매수 설정, 확대/축소 등의 다양한 부가 기능을 PC 연결 없이도 LCD를 보며 자체적으로 쓸 수 있다.
< 브라더 DCP-T300의 조작 인터페이스>
< 엡손 L220의 조작 인터페이스>
< 캐논 G2900의 조작 인터페이스>
반면, 엡손과 캐논의 제품은 전원 및 컬러 복사, 흑백 복사, 취소 기능을 가진 4개의 버튼만 있으며 LCD도 없기 때문에 일부 단순 기능 외에 대부분의 조작은 PC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브라더 제품은 가정용 외에 사무실용으로도 무난히 쓰겠지만, 엡손과 캐논 제품은 주로 가정용으로 쓰는 것이 적합하겠다.
< 브라더 DCP-T300의 급지 구조>
용지함의 구조 역시 브라더 제품이 눈에 띈다. 브라더 제품은 최대 100매까지 급지할 수 있는 내부 삽입형의 용지함을 전면 하단에 갖췄다. 용지를 온전하게 보관하기에도 좋고, 먼지 침투의 걱정도 덜 수 있어 본격적인 사무 환경에도 무리없이 대응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엡손 L220의 급지 구조>
< 캐논 G2900의 급지 구조>
반면, 엡손과 캐논 제품은 보급형 제품에서 주로 쓰는 후면 급지 구조다. 이런 구조는 평소에는 접어 두었다가 출력을 할 때마다 펴서 용지를 넣곤 한다. 평소에 급지함을 펴서 용지를 급지해 두면 용지가 휠 수도 있고, 제품 내부로 먼지가 침투할 우려도 크다.
잉크 탱크 구조의 개선 필요한 엡손 제품
세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무한 잉크 탱크의 구조도 살펴보자. 브라더와 캐논 제품의 경우, 본체 내장형 잉크 탱크를 갖췄고, 엡손 제품은 외부에 잉크 탱크를 따로 단다. 덕분에 엡손 제품이 상대적으로 본체 크기를 줄일 수 있었지만, 디자인 면에서는 확실히 브라더와 캐논 제품이 보기 좋다.
브라더와 캐논 제품은 본체 전면의 투명 창으로 상대적으로 손쉽게 잉크의 잔량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엡손 제품은 잉크 잔량을 확인할 때마다 제품 측면을 쳐다봐야 한다는 점도 단점이라 할 수 있다.
< 브라더 DCP-T300의 잉크 공급 구조>
잉크의 주입 방법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브라더 제품은 전면 커버 및 고무 마개를 바로 열고 잉크의 주입이 가능하다. 캐논 제품은 제품 상단 전체를 올린 뒤, 잉크 탱크의 상단 커버 및 고무 마개를 열고 잉크를 주입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브라더 제품이 한 단계 더 간결하며, 캐논 제품의 잉크 주입구가 바로 위쪽을 향하고 있는 반면, 브라더 제품은 살짝 대각선을 향하고 있어서 잉크 주입 시 잉크를 흘릴 염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 캐논 G2900의 잉크 공급 구조>
엡손 제품은 잉크 주입 방식이 가장 독특하다. 잉크 탱크 전체를 잠시 본체에서 분리한 후, 탱크를 눕히고, 커버 및 고무 마개를 연 후 잉크를 주입한다. 잉크 주입구가 바로 위쪽을 향하고 있는데다 잉크 주입구 주변 양쪽이 벽으로 막혀있어 잉크를 주입하다 흘릴 가능성이 제법 높은 편이다. 향후 제품에서는 개선되었으면 한다.
번들 잉크 용량은 캐논 제품이 가장 넉넉해
무한잉크를 강조하는 제품인 만큼, 본체 구매 시 포함된 잉크의 양, 그리고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 잉크의 가격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브라더 제품의 경우, 최대 6,00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는 블랙 잉크(BT6000BK)와 최대 5,00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는 컬러 잉크(BT5000C, BT5000M, BT5000Y)가 1병씩 들어있다. 병에 정확한 용량이 써 있지 않은데, 병의 크기나 무게로 미루어 볼 때 블랙 잉크가 100ml, 컬러 잉크가 50ml 정도로 추정된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 블랙 잉크와 컬러 잉크가 각각 9,5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엡손 제품의 경우는 블랙, 컬러 동일한 70ml 용량의 잉크(664 규격)를 1병씩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흑백 문서 최대 4,000매, 컬러 문서 최대 6,50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엡손 664 규격의 잉크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 병당 7,500원 정도에 팔린다. 잉크의 용량이나 구성이 흑백 보다는 컬러 출력에 더 적합하다.
캐논 제품의 경우는 GI-990 규격의 잉크를 사용하며, 최대 6,000매를 출력할 수 있다는 135ml 블랙 잉크와 최대 7,000매를 출력할 수 있다는 70ml 컬러 잉크를 1병씩 제공한다. 이 잉크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 병당 9,500원 정도에 팔린다.
단순히 포함된 번들잉크의 총량 및 최대 출력 가능 매수로만 따지면 흑백 + 컬러 모두 합쳐 14,000매를 출력할 수 있는 총 345ml의 잉크가 들어있는 캐논이 가장 넉넉한 잉크를 번들로 제공한다 할 수 있다. 브라더는 총 250ml(추정)의 번들 잉크를 제공해 엡손(280ml) 보다도 적은 양이지만, 최대 출력 가능 매수는 11,000매로 엡손(10,500매) 보다 약간 많았다.
그리고 흑백 문서 기준, 1장 출력 시 소모되는 잉크 값은 브라더와 캐논이 장당 1.583원으로 같았으며, 엡손이 1.875원으로 약간 더 높았다. 다만, 각 제조사의 잉크 분사 방식이나 설정에 따라 동일한 잉크의 양이라도 출력 가능한 매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사 모두 기존의 잉크 카트리지 방식 제품에 비하면 월등히 우수한 경제성을 제공한다.
일반 A4 문서 출력 속도 및 품질 테스트
제품의 대략적인 특성 및 차이점을 살펴봤으니 다음은 출력 속도 및 품질을 비교해 볼 차례다. 이번 테스트는 최대한 설치 초기 설정을 유지하며 진행했다. 인쇄 품질을 ‘표준’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A4 사이즈의 일반 문서를 출력해보며 시간을 측정해봤다.
측정 결과, 브라더 DCP-T300이 최초 1매를 출력할 때 17초 정도로 약간 주춤하다가 이후부터는 5.5초 당 1매씩 가장 빠르게 출력이 이어졌다. 엡손 L220과 캐논 G2900의 경우, 최초 1매의 출력은 약 15초 정도로 빠른 편이었지만, 이후부터는 1매당 8.5초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약간 답답했다.
출력 품질은 브라더 제품이 약간 진하고, 엡손 제품이 약간 흐리며, 캐논 제품이 상대적으로 약간 선명한 듯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았다. 세 제품 모두 무난한 문서 출력 품질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 브라더 DCP-T300 일반 문서 출력 품질>
< 엡손 L220 문서 출력 품질>
< 캐논 G2900 문서 출력 품질>
인화지 사진 출력 속도 및 품질 테스트
4 x 6 규격 인화지를 이용한 사진 출력 테스트도 해봤다. 사진 출력의 경우, 시안 확인용이나 배포용으로 쓰는 표준 품질 모드와 확실하게 고품질 사진을 감상할 용도로 쓰는 고급 모드로 나누어 테스트했다. 브라더 DCP-T300의 경우, 표준 모드에서 55초, 고급 모드에서 2분 20초 정도가 걸렸다. 표준 모드에서 가장 빠르지만 고급 모드에선 가장 느렸다.
엡손 L220의 경우는 표준 모드에서 1분 12초로 가장 느렸지만 고급 모드에선 2분 7초가 걸려 보통 수준이었다. 한편, 캐논 G2900는 보통 모드에서 1분 4초로 무난한 수준, 고급 모드에선 가장 빠른 1분 42초 만에 출력을 마쳐 전반적인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 원본 이미지>
출력된 사진의 품질을 살펴보니 출력 속도가 가장 빨랐던 브라더 DCP-T300의 보통 모드가 출력 품질 면에선 가장 좋지 않았다. 특히 노이즈나 선명도 면에서 만족도가 낮았다. 반면, 속도가 가장 느렸던 고급 모드에선 확연하게 품질이 향상되었는데, 무난한 선명도에 원본 이미지의 색감을 가장 비슷하게 재현한 결과물을 출력했다. 좀 심심하더라도 원본에 충실한 사진을 좋아한다면 관심을 가질만 하다.
< 브라더 DCP-T300 보통 모드 인화지 사진 출력 품질>
< 브라더 DCP-T300 고급 모드
인화지 사진 출력 품질>
엡손 L220로 출력한 사진은 테스트 제품 중에 가장 화사한 색감을 자랑한다. 표준 모드와 고급 모드의 품질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고, 표준 모드의 품질도 수준급이라 굳이 느린 고급 모드를 쓸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가장 화사하고 보기 좋긴 하지만 원본 이미지와의 색감 차이가 너무 크고, 이번 테스트 제품 중에 유일하게 용지 여백없이 출력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원본 왜곡이 좀 있더라도 이른바 '뽀샤시'한 인물사진을 좋아한다면 선호할 만하다.
< 엡손 L220 보통 모드 인화지 사진 출력 품질>
< 엡손 L220 고급 모드 인화지 사진 출력 품질>
캐논 G2900으로 출력한 인화지 사진은 브라더와 캐논의 중간 정도 특성을 가진 것 같다. 브라더 수준으로 심하진 않지만 보통 모드와 고급 모드의 품질 차이가 다소 있으며, 거의 원본 왜곡 수준으로 지나치게 화사한 엡손과 달리, 원본의 색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다소의 화사함을 가미했다. 고급 모드에서 느껴지는 사진의 디테일이 제법 우수한 것도 매력이다. 여러 사람의 취향을 무난하게 만족시킬 것 같다.
< 캐논 G2900 보통 모드 인화지 사진 출력 품질>
< 캐논 G2900 고급 모드 인화지 사진 출력 품질>
테스트를 마치며
이번 테스트에 이용한 브라더 DCP-T300과 엡손 L220, 그리고 캐논 픽시마 G2900는 모두 기본적인 성능 및 활용성, 그리고 경제성 면에서 평균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10 만원대의 가격에서 이런 제품들을 살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다만, 그렇다고 이들 세 제품의 특성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특히 브라더 DCP-T300는 용지함의 구성이나 본체 조작 인터페이스의 충실함, 그리고 잉크 탱크의 편의성 등, 동 가격대의 경쟁 제품에 비해 사실상 한 등급 위의 하드웨어 구성을 갖추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보통 모드에서 인화지 사진을 출력할 때의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만 빼면 가격대비 상품성은 가장 높게 느껴진다. 캐논 G2900 역시 구매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개성이 부족하고 하드웨어도 평범하지만, 크게 뒤떨어지는 면도 그다지 없다.
반면, 가장 많은 아쉬움을 드러낸 제품은 엡손 L220이다. 불편한 잉크탱크, 여백 없는 출력 불가, 미묘하게 떨어지는 경제성 등이 경쟁사 제품 대비 약점이다. 정품 무한잉크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업체이지만, 이제는 전반적인 리뉴얼이 필요할 것 같다. 엡손에서 다음 제품을 개발할 때는 딱히 개성은 없지만 여러 방면에서 무난한 성능을 발휘하는 캐논 G2900, 가격 대비 상당히 충실한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브라더 DCP-T300의 특성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