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카메라는 더 이상 없는 건가요?
[IT동아 강일용 기자] 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시장에서 그러한 흐름이 하나씩 감지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해 컴팩트 카메라 시장이 대폭 축소되었고, 기대했던 미러리스 카메라마저 원하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대신 카메라 사업부에서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의 '폰카' 성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을 마지막으로 1년 동안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 'NX500'과 컴팩트 카메라 'DV180F'가 가장 최근 공개된 제품이다.
<삼성전자
NX500, 어쩌면 삼성전자 카메라 사업부의 유작이 될지도 모른다>
카메라 관련 홍보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열린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 2015)에도 불참했고, 이달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의 카메라 전시회 씨피플러스(CP+ 2016)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카메라 전시회인 포토키나(Photokina)에도 불참할 것이라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게다가 카메라 개발에 관련된 인력의 상당수가 삼성전자를 떠났다. 스마트폰의 핵심 경쟁력인 광학 센서(CMOS) 관련 인력은 내부에 남아있다. 반면 삼성테크윈 시절부터 광학 장비(렌즈)를 개발했던 인력 대부분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했거나 이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삼성전자의 렌즈 관련 인력 상당 수가 삼양옵틱스 등 국내 렌즈 기업에 합류했다. 광학 센서는 스마트폰 개발에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광학 장비는 부차적인 부분이다. 카메라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렌즈 개발 관련 인력은 설 자리가 없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신규 카메라 개발을 중단하면서, 관련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까지 미러리스 카메라 전세계 1위를 달성할 것임을 천명하고 다양한 신규 제품과 렌즈를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면서 그 반대 급부로 삼성전자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컴팩트 카메라 시장이 쪼그라들었고, 기대했던 미러리스 카메라마저 소니에게 밀려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을 사실상 중단함에 따라 국내 카메라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그동안 소니와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였다. 신제품을 출시한 업체가 1위를 차지하는 양상을 반복했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는 캐논에게 밀려 시장점유율 3위로 내려앉았다. 소니의 독주체제(57.2%, 판매량 기준)가 확고한 가운데 캐논이 18%를 점유해 16%를 점유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현재는 이러한 간극이 더욱 벌어진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갤럭시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카메라 사업부에서 얻은 이미징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대폭 적용되어 아이폰을 제치고 '폰카'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의 IT 매체 '폰아레나'는 작년 공개된 하이엔드급 스마트폰 가운데 갤럭시S6와 갤럭시노트5의 사진 품질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한 바 있다. MWC 2016에서 공개될 '갤럭시S7'은 폰카의 수준을 뛰어넘어 컴팩트 카메라와 대등한 품질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기존 판매된 제품의 A/S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전망. 하지만 관련 액세서리(렌즈, 외장 플래시 등)의 중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 올해 카메라 관련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