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페이스북 코리아, 부적절한 콘텐츠 신고에 '방관'?
[IT동아 안수영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에서 벌어지는 인격모독 및 혐오발언 사례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매일 98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서도 특정인을 공격하는 페이지 및 게시글이 등장할 때가 많다.
페이스북에서 사용자를 괴롭히는 콘텐츠를 목격하거나 피해를 겪었을 경우에는 '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부적절한 페이지나 콘텐츠를 신고하더라도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을 때가 많다. 왜 그럴까.
먼저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규정이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페이스북은 커뮤니티 규정(https://www.facebook.com/communitystandards)을 통해 인종, 민족, 국적, 종교, 성적 취향, 성별 또는 성적 정체성, 신체적 장애 또는 질병을 이유로 편파적 발언을 할 경우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돌림 및 괴롭힘에 대한 보호 정책도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신원을 드러내거나 수치심을 주는 페이지, ▲개인을 모욕하기 위해 변경된 이미지,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물리적 괴롭힘에 대한 사진 또는 동영상을 게시한 경우,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괴롭히기 위해 공유한 개인정보, ▲원하지 않는 친구 요청이나 메시지 등 반복적인 접촉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정작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규정과 실제 신고 처리에는 온도차가 크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팔로워가 2만 명이 넘는 개인 계정에서 사용자들의 신상을 털고 모욕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피해자들을 비롯해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해당 가해 계정 및 콘텐츠를 신고했으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가해 계정은 아직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여성혐오 반대 커뮤니티 이용자라는 이유로 가해 계정과 팔로워들에게 인신공격, 프로필 사진 유출 및 도용, 모욕적인 사진 합성, 사칭 계정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 심지어 몇 년 전에 올린 신분증의 주소 일부를 본 악플러들로부터 "찾아오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A씨는 "악플러들이 실제로 찾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상이 털릴 만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일이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참담했다. 개인을 모욕하거나 협박하는 것은 페이스북에서 명백한 규정 위반인데,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피해를 겪은 B씨는 "굉장히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반응을 보이면 보일수록 가해자들에게는 더 재미있는 놀잇감이 되는 기분이었다.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울컥울컥 하기도 한다. 특히 '자살하지 그랬느냐'는 댓글을 보고 울기도 했다. 페이스북에서 해당 콘텐츠를 신고했지만 삭제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피해자 C씨는 "현재 문제적 계정에 대한 신고를 독려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페이스북 코리아의 대응도 문제지만, 사회적으로 혐오 및 차별 발언을 처벌하는 제도가 선진국 대비 미비한 것 같다. 혐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사회에서 공유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코리아 담당자는 "페이스북은 법률 기관이 아닌 사기업이다. 사기업이 사용자의 콘텐츠를 일일이 재단하고 차단할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욕설과 같은 단어 하나하나에 자동 금지를 걸어놓는다면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신고 승낙이 쉽게 이루어질 경우, 일부 사용자들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용도로 악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사용자가 전체공개한 글을 타인이 캡처해 올린 글은 무작정 제재하기가 어렵다. 본인이 공개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것을 우려해 편파적 발언 및 욕설을 소극적으로 검토하는 반면, 피해자의 콘텐츠 공개 범위에 대한 제약을 언급하는 뉘앙스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사용자가 전체공개 게시물을 올렸다 하더라도 인신공격에 대한 당위성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체공개를 원인으로 피해자에게 책임 일부를 돌리는 것은 피해자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위이자,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가계정 신고는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의 책임 있는 발언을 위해 실명 계정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문제보다 가계정 신고를 더 중요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실명으로 타인을 공격한 경우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측은 "법률 기관의 법적 판단이 있을 경우에는 수사에 협조할 수 있다. 다만 법적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사기업이 사용자에게 일일이 제약을 거는 것이 조심스럽다"라고 답변했다.
페이스북의 신고 처리에 대한 사용자들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여성혐오 발언을 일삼던 '김치녀 페이지'는 수많은 신고에도 불구하고 삭제되지 않았다. (김치녀 페이지는 해킹으로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즌2 페이지 및 기타 여성혐오 페이지들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 담당자는 "김치녀 페이지는 '김치녀'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비난한 것이므로 처벌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치녀는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한국여성을 비하, 혐오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가상의 캐릭터라고 간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페이스북이 공시한 '성별로 인한 편파적 발언을 삭제한다'라는 규정이 사실상 무색한 셈이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사용자가 올리는 콘텐츠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는 사기업이지만,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의무 역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보호받는 소수 그룹을 향한 적개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정작 뉴스피드에는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비난하는 콘텐츠들이 버젓이 게재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논쟁이 아니라 엄연한 폭력인 만큼, 마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우려된다. 페이스북 코리아가 조치를 미루는 사이에 피해자가 당하는 폭력이 더욱 커지거나,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개인이 동의할 수 없거나 자극적으로 느끼는 콘텐츠는 팔로우를 취소하거나 차단, 숨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신상에 대한 모욕이나 공격이 차단이나 숨김을 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만큼, 페이스북 코리아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