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PC방들과 차별화하려고 '라데온'을 선택했습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소재한 퍼플펍 PC방. 200여 대 남짓한 규모의 PC방은 오전이라 그런지 한산했지만, 금세 게임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북적댔다. 그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찾은 뒤 게임을 실행했고, 대기 화면이 전환되기 무섭게 게임 속 세상에 몰입했다. 이렇게 보면 여느 PC방과 전혀 다를 것 없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 PC방은 다른 곳과 다르단다. 무엇 때문일까?
눈이 펑펑 쏟아지던 지난 2016년 1월 13일, 퍼플펍 PC방을 운영하는 손형국씨를 만났다. 7년간 PC방 관리 업무로 경험을 쌓은 그는 3개월 전, 지금의 PC방을 개업했다. 경험은 많지만 이제 막 자영업의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질주는 거침 없다. 현재 일산에 운영 중인 PC방 외에 서울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준비 중이니 말이다.
이제 이 PC방이 특별한 이유를 알아야겠다.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 PC방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래픽카드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픽카드가 왜 특별한가 물으니, 대답이 돌아왔다.
"AMD 그래픽카드니까요."
퍼플펍 PC방에 설치된 193대의 PC 대부분에는 AMD 라데온 R9 380 그래픽카드가 장착됐다고 한다. 다른 그래픽카드도 많을텐데 왜 AMD 그래픽 프로세서를 선택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못했던 것 해보자는 생각으로 꾸민 PC방
IT동아 : 만나서 반갑다. 먼저 도착해 PC방을 둘러봤는데 규모가 꽤 크다 생각됐다. 현재 어느 정도 규모이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손형국 : PC방과 인연이 닿은 것은 7년 전부터다. 관리 업무로 시작했는데, 많을 때는 약 15개 정도 매장을 직접 관리했다. 지금 PC방을 준비하기 전에는 9개 매장을 관리했다. 지금의 PC방은 3개월 전에 문을 열었다. 너무 급하게 준비한건데, 193석 규모다. 과거 관리했던 매장과 비교하면 소형에 속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정도의 크기라 만족한다.
IT동아 : 지금 규모가 소형이라고?
손형국 : 현재 PC방 규모는 줄고 있는데, PC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PC방을 관리하던 시절에는 400~500석 규모의 매장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소형 아니겠는가?
IT동아 : 음… 듣고 보니 그렇다. 지금 PC방 콘셉트에 대해 듣고 싶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준비했나.
손형국 :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하고자 했다. 실전이 되니 관리와 운영은 분명 다르더라. 그 동한 못했던 것 해본다는 생각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자 했다. 아쉬움이 조금 있는데 계속 개선해 가는 중이다.
IT동아 : 준비하는데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손형국 : 아무래도 시간적인 부분이 큰 걸림돌이었다. PC방 창업을 준비할 때는 아직 관리 업무를 지속할 때였다. 매장 확인하고, 집기 보고, 임대료 확인하고 등등 모든 것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집기나 매장 임대료 등이 곳곳마다 다르니 혼동스럽기도 했다. 지금 매장과 집을 계속 오가니 차량 이동거리가 엄청나게 늘더라. 1개월간 약 8,000km를 오간 것 같다.
IT동아 : 입구에 보니 GTA5 패키지가 있는 것을 봤다. PC방에 패키지 게임이 있다니 놀랐다.
손형국 : GTA 말고도 배틀필드4나 레프트 포 데드, H1Z1 같은 패키지 기반 1인칭 슈팅 게임도 보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패키지 게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추가해 봤는데, 반응이 좋더라. GTA 같은 경우는, 우리 PC방 내 10% 이상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리그오브레전드(LOL)가 40% 정도 하니까 패키지 게임 치고는 선방한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 패드를 지원하는 게임들을 위해 엑스박스 컨트롤러도 구비해 놓았다. 손님이 원하면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 대여해 준다.
오히려 라데온을 선택한게 '차별화' 포인트라 생각했다
IT 동아 :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이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선택한 이유는 아닐 듯 하다.
손형국 : PC방 업주 대부분이 엔비디아를 선택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라데온 R9 그래픽카드는 충분히 경쟁력 있다. 성능도 좋다. 우리 PC방은 검은사막을 즐기는 고객들이 많다. 이 게임은 화면에 보여지는게 화려해서 사양이 높은 편인데,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이 불만을 얘기하지 않고 오히려 좋다고 말씀 하시더라.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난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말해서 PC방 사업주들은 비용적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 엔비디아 중급기를 주력으로 선택한다. 현재 지포스 GTX 960 정도 되겠다. 그런데, 최근 3세대 제품군을 보면 큰 차이가 없다. 660, 760, 960으로 이어지는 제품들의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메모리도 2GB 정도고. 반면, 내가 선택한 라데온 R9 380은 4GB다. 풀HD 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이라면 차이가 느껴진다.
나는 오히려 라데온을 선택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생각해 접근했다.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앞세워 오히려 선택에 제약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편견보다는 사람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을 뿐, 더 좋은 게이밍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겠다고 봤다.
IT동아 : 성능말고 다른 부분에서의 차별화는 없나?
손형국 : PC방 사업주들도 결국 운영하려면 비용과의 싸움이다. 가격에 매우 민감해 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단순히 성능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고 생각도 많이 했다. 결국,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PC방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 윈도 7이 PC방에서 오래 쓰이겠지만 앞으로 도입될 윈도 10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매체에서 봤는데, 라데온이 윈도 10에서 성능이 괜찮다고 하더라. 아무튼, 단기적 수익이 아니라 길게 내다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패키지 게임 비중을 높게 잡은 것도 잘 맞는다고 봤다. 최근에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도 들여와 서비스 중이다. 대체로 고해상도 그래픽의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이 만족해 하는 듯 하다.
드라이버 문제? '어떤 것이든 비슷해'
IT동아 : 그래픽카드가 전략적인 선택이라니 놀랍다. 하지만 다른 선택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손형국 : 안 했던 것은 아니다. 흔히 라데온은 다 좋은데 드라이버가 문제라고 하지 않나(웃음)? 그런데, 직접 적용해 보고 3개월간 열심히 써 본 결과는 놀랍게도 '문제 없음'이었다. 우리 매장이 600~1,000여 명이 오가는데, 드라이버 문제로 속을 썩인 적은 없었다.
심지어,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구성된 PC 60대를 친한 매장에 따로 설치해준 적도 있었다. 혹시나 문제가 있어 항의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 업주는 아무 문제 없이 완벽하다 하더라. 게임이 실행되지 않는다거나, 내부 문제도 전혀 없다고 말한다.
내 생각인데, 드라이버 관련 내용은 인지도 문제인 것 같다. 아무래도 점유율이 낮으면 뭔가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드라이버 문제는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7년간 9개 매장 2,000여 대 가량의 PC를 관리해 온 나다. 그 동안 겪은 PC 문제를 보면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었다. PC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문제도 안 된다. 나는 PC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큰 문제를 겪지 않았다.
IT동아 : PC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 그렇다 하겠지만, 아닌 사람은 어떻게 하나.
손형국 : PC를 잘 모른다면 그것도 문제 아니겠는가? 사실, 요즘 노하드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신규 업주는 늘었지만 PC나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진 것 같다.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겠으나 PC방도 전문성이 필요한 사업인데, 아쉬울 따름이다.
IT동아 : 그렇다면, 지금까지 PC방에 그래픽카드를 쓰면서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있는가?
손형국 : 카탈리스트 시절만 해도 유저 인터페이스(UI)가 정말 투박했는데, 그래도 이건 이번에 드라이버 업데이트 되면서 확 달라졌더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변화한 것은 칭찬해 주고 싶다. 그런데, 너무 단순하니까 오히려 PC 좀 다뤄봤다는 사람은 혼동하는 모습도 봤다. 이들을 위한 고급 설정 메뉴도 있었으면 좋겠다. 패키지 게임에 맞춰진 일부 설정은 국내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이건 조금 고쳐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요즘 AMD 코리아가 PC방에 대한 대응을 빠르게 해주고 있다. 불편한 부분에 대해 말해주면 발 빠르게 반영해 준다. 그러니 방금 말한 부분을 빨리 반영해줬으면 좋겠다(웃음).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
IT동아 : 3개월 밖에 안 된 PC방 사업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손형국 : 지금 매장은 급하게 준비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외에도 다음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계획 구상 중이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 매장 문을 열 생각이다.
IT동아 : 혹시 새로 열 PC방도 그걸 쓸 생각인가?
손형국 : 물론이다. 방금 길게 보고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음 매장에도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쓸거다. 지금 매장과 동일한 R9 380을 고려하고 있는데, 고성능 제품도 일부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따져보고 있다.
IT동아 : 마지막으로 PC방 창업에 관심이 있을 예비 창업주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
손형국 : 어떤 일이든 힘들겠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 절대 쉽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PC방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44% 정도라는 통계를 봤다. 최근 커피 매장이 많이 생기지 않나. PC방도 이를 생각하면 답이 나올 듯 하다. 최근 PC방은 대형화, 기업화 되는 추세다. 일부 70~100대 정도의 소규모 매장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정말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쟁은 끊임 없이 이어지는데, 경쟁 매장이 있을 때 나만의 차별화와 지식 없이 경쟁에서 이길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PC 업그레이드나 매출적 요소를 고려하면 2~3년 뒤가 정말 중요하니 말이다. 길게 바라보고 가야한다. 때문에 명확히 자문을 해주는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손형국씨는 인터뷰 진행 전에는 'IT 덕후'의 면모를 숨기지 않았다. 기자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 블랙베리 프리브를 자신도 주문했다며 관심을 보였고, 최신 노트북이나 부품에 대한 지식도 해박했다. 하지만 PC방 운영이나 노하우 등을 언급할 때는 다른 점주들 못지 않은 진지한 모습도 보여줬다. 사업주 경력은 새내기지만 관리 노하우와 전략이 과감한 그의 차별화 포인트는 이런 남다른 '선택과 집중'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