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9' 니콘, D500으로 D300s 영광 재현할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니콘은 2007년, 설립 90주년을 맞아 두 대의 카메라를 공개했다. 바로 D3와 D300이 그것인데, D3는 자사 최초로 35mm 필름에 준하는 면적을 갖춘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해 화제가 되었고, D300은 APS-C(35mm 기준 초점거리 1.5배 상당) 규격 센서 카메라 중 플래그십 사양으로 주목 받았다. 뛰어난 성능은 기본이고 고감도 성능까지 겸비해 출시 당시 타 카메라 제조사들이 긴장할 정도였다. 물론, 인기만큼이나 말도 탈도 많았다.
그리고 약 2년이 흐른 2009년, 니콘은 문제가 된 부분을 일부 개선한 D300s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당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동영상 촬영 기능이 추가되기도 했다. 단점을 일부 상쇄한 이 카메라는 탄탄한 몸체 완성도와 성능을 앞세워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후속 기종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이후 D300의 정신적 부분을 계승한 것은 D7000 시리즈였다. 이후 D7100, D7200 등을 거치며 꾸준히 업그레이드 됐지만 많은 사진 애호가들은 본격적인 D300s의 후속을 원했다.
6년 5개월 가량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니콘은 D300s의 뒤를 이을만한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D500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통해 공개했다. 물론 D5도 함께 공개됐는데, 두 카메라에 대한 국내 반응은 뜨겁다. 그러나 D5는 국내에 상세한 정보가 공개된 것과 달리 D500에 대한 정보는 해외가 아니면 보기 어렵다. 이에 D500의 주요 핵심 사양을 바탕으로 정리를 해봤다.
화소, 감도 – D300s보다 많고 D7200보다 줄고
D500의 유효화소는 2,090만이다. 이는 D300s의 1,230만보다 많고 D7200의 2,420만보다 적다. 세밀하게 보면 센서 면적도 아주 조금 줄었다. D300s는 가로 23.6mm, 세로 15.8mm의 APS-C 규격 센서를 달았다. 여기에 고감도를 위해 1,230만 화소를 집적한 것이다. 효과는 좋았다. 이 덕에 기본 감도 ISO 200에서 3,200, 확장하면ISO 100부터 6,400까지 쓸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최고 수준이었다.
D7200은 가로는 0.1mm 줄어든 23.5mm, 세로는 0.2mm 줄어 15.6mm가 됐다. 여기에 2,420만 화소를 담았다. 본래 이미지 센서는 화소 집적도가 높을수록 주변 간섭으로 인한 열화가 생긴다. 이는 곧 화질이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을 이런 문제를 최대한 줄여준다. 이에 D7200은 기본 감도 ISO 100부터 2만 5,600까지 쓸 수 있었고, 확장하면 10만 2,400까지 지원했다.
D500의 이미지 센서는 D7200과 비교해 가로는 같지만 세로는 0.1mm 늘어 15.7mm가 되었다. 여기에 2,090만 화소가 집적됐다. 그러나 감도 대응 폭은 그 여느 카메라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최저 감도는 ISO 100이지만, 카메라가 기본 지원하는 상용감도는 5만 1,200으로 1스텝 넓어졌다. 게다가 확장하면 5스텝에 걸쳐 최대 ISO 164만의 초고감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현재 판매되는 카메라 중 최고 감도는 니콘 D4s와 소니 A7SM2의 ISO 40만 9,600이다.
센서나 지원 감도 외 차이점이라면 로우패스 필터의 유무 정도다. 일반적인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올 때 불필요한 자외선과 적외선을 차단해야한다. 이에 센서 전면에 로우패스 필터를 배치한다. 별도의 광학 필터여서 먼지 유입을 막거나 충격에서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결과물을 부드럽게 해주기도 한다.
D500과 D7200은 로우패스 필터를 없애 화질을 높였다. 반면, D300s는 로우패스 필터가 있다. 당시 디지털카메라에는 모두 이 필터가 있었다.
측거점, 자동초점, 연사 – 최신 기종의 힘…
D500에 들어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은 자동초점에 대한 부분이다. 새로운 자동초점 모듈을 채택한 것은 물론이고 측광센서도 새로 개발하면서 성능을 높였다. 단일 초점에서의 성능은 물론이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포착하는 추적 초점에도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목적이 엿보인다. 이 부분 만큼 D500은 최고를 지향한다. D7200은 물론 6년 전 카메라도 세월의 힘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모듈에 대해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동초점 검출을 위한 모듈은 어떤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정해진 초점 영역의 피사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빛이 적은 저조도 환경에서의 검출 정확도가 중요하다. D500은 -4에서 20 스텝 상당 범위의 빛을 잡아낸다. D7200은 -3스텝의 저조도 측거를 지원하는데, -1 차이가 숫자로는 작지만 실제로는 큰 편이다. 검은색에 가까운 극한 환경에서 촬영자가 의도한 측거점에서 초점을 검출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이니 말이다.
측광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부분도 강화됐다. 측광은 촬영을 위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측정, 최대한 현장에 근접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함이다. 촬영자는 측광 방식이나 노출이나 감도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최적의 사진을 기록해야 한다. 측광이 정확하면 그만큼 좋은 결과물에 도움이 될 것이다.
D500은 측광 센서의 화소를 18만으로 늘렸다. D7200은 2,016화소, D300s는 1,005화소였다. 최대 18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촬영을 위한 프레임을 세밀하게 분석해 빛을 알아채니 그만큼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촬영 값이 전달된다.
측거점 수도 크게 늘었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측거점은 55개지만 정확도를 높여주는 98개의 보조 측거점이 촘촘하게 배치됐다. 위, 아래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이 측거점으로 채워지므로 피사체가 어디에 있건 셔터를 누를 수 있게 보조해 준다. 연사 또한 초당 10매로 크게 개선됐다.
동영상 – 4K는 기본, 외부 저장장치까지
요즘 동영상의 주축은 단연 4K. 소니는 일찌감치 4K를 도입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따랐고, 최근 출시되는 카메라들은 4K 촬영에 대응하는 경우가 늘었다. 니콘 D500도 4K 촬영이 가능해졌다. D300s에서 처음 640 x 424 해상도 영상 촬영 기능을 도입한 뒤 6년이 지난 지금, 해상도 면적이 30배 가량 커진 셈이다.
4K 촬영은 초당 24매 영상이 지나가는 24 프레임 촬영과 30 프레임 촬영을 지원한다. 유럽 시장을 위한 25 프레임 촬영도 가능하다. 풀HD는 24프레임부터 25, 30, 50, 60 프레임 옵션이 각각 제공된다. 다양한 촬영 옵션으로 영상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촬영 중 노출이 급변해도 자연스럽게 영상을 처리하는 기술이 새로 적용됐고 전자식 손떨림 방지나 전자조리개 제어, 내부 외에도 외부 저장장치에 영상을 기록하는 것도 D500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이다.
촬영하면서 감도 변경도 가능한데, 카메라가 지원하는 ISO 100부터 5만 1,200의 범위는 물론이고 최대 확장하면 쓸 수 있는 164만 ISO 감도 역시 적용된다. 과거 ISO 40만 9,600으로 촬영한 영상을 시연할 때, 밤의 풍경이 새벽의 느낌을 줬으니 164만이면 대낮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밝게 기록된다. 야간에 적은 빛으로 촬영해야 하는 극한 환경에서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큰 폭의 업그레이드, 과거의 영광 재현될까?
니콘 D500은 기능 외에도 편의성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파지감을 높이기 위해 D300s 보다 그립을 더 깊게 만들었다. 기능 버튼의 추가나 3.2인치 236만 화소 터치 스크린 액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부분 등 주 요소들은 D5와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뷰파인더가 다르다. D5는 시야율 100%에 0.72배율이 제공되지만 D500은 시야율 100%에 1배율이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뷰파인더는 피사체를 정확히 보는데 도움을 준다.
스마트 기기와의 친화성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을 통해 스마트기기로 연결하고 원격촬영을 한다거나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는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촬영한 사진은 니콘 이미지 스페이스에 올릴 수도 있다.
저장매체는 니콘 APS-C 규격 DSLR 카메라 중 처음으로 XQD를 채택했다. 컴팩트 플래시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이 메모리는 빠른 반응 속도가 장점이지만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적용은 다소 더딘 편이다. 니콘 전문가용 DSLR 카메라인 D4에 처음 적용됐으며, D4s까지 적용되다 D5와 D500에도 쓰인다. XQD 메모리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D카드 메모리를 위한 슬롯도 함께 있어 호환성에 대한 우려를 줄였다.
D3와 D300 이후 니콘은 다양한 카메라를 내놨다. 첫 3,000만 화소를 돌파한 D800 시리즈도 있었고, 첫 방수 미러리스라는 니콘1 AW도 내놨다. 그럼에도 과거 전통을 잇는 카메라에 대한 요구 역시 꾸준히 존재해 왔다. D3는 D4로 이어지면서 명맥을 이어갔지만 D300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D5와 함께 D500을 내세우면서 니콘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그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제품이 출시되는 3월 이후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