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면 위에 그려지는 나만의 작품, 에스엔텍 판도라 SN220P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지털 창작활동을 펼치는 디자이너나 웹툰 작가 등에게 디지털 캔버스 역할을 할 '타블렛(Tablet)'의 존재는 고마울 따름이다.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위해 종이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디지털 복사를 한 다음 PC 위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편의성이 높은 디지털 환경에서 타블렛을 활용해 바로 작업하는 창작자도 적지 않다.
과거 타블렛의 가격은 매우 높았지만 지금은 약간의 투자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영역이 된지 오래다. 물론 필압 성능 및 기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저가형이라도 일정 수준의 성능을 보여줘 굳이 상위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니터 자체가 타블렛 역할을 하는 제품의 등장으로 시장은 다시 나뉘게 되었다.
거의 한 제조사가 꽉 쥐고 있는 디스플레이형 타블렛(펜터치 디스플레이)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에스엔텍이 그 주인공인데, 22인치 펜터치 디스플레이 '판도라 SN220P'를 통해 기존 고가 제품군에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의 심리적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창작활동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작업 편의성에 중점 둔 22인치 펜터치 모니터
판도라 SN220P는 일반 22인치 디스플레이와 외형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조금 특이한 부분을 찾는다면 스탠드 형태. 일반 모니터는 바닥이 넓어 모니터를 지지하는 형태지만, 판도라 SN220P는 모니터 바닥에 1cm 가량의 충격보호 지지대만 장착되어 있다. 이 모니터 자체를 바닥에 놓는 것으로 설치는 끝난다. 때문에 모니터 화면이 놓이는 위치 자체는 일반 모니터 대비 낮다.
< 작업자 눈높이에 맞춰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
이는 펜을 모니터에 대고 그림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각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업자 취향에 따라 모니터 각도는 30도에서 90도까지 조절 가능하다. 이 부분은 일반 모니터보다 자유도가 있는 편이다. 반면, 지지 면적이 분산되니 테이블 공간 확보가 되어야 한다.
< 디스플레이 자체는 22인치 제품과 같으나, 스탠드 형태가 다르다. >
패널 해상도는 풀HD로 1,920 x 1,080 픽셀이다. 패널은 광시야각으로 어떤 각도에서든 색 왜곡이 적은 화면을 보여준다. 종사자 대부분이 색이나 디테일에 민감하므로 적절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독특한 것은 전면에 강화유리를 장착한 부분이다. 대부분 액정 디스플레이는 반사 억제 처리한 채로 패널이 노출되는 형태가 많다. 반면, 이 모니터는 펜으로 화면 위를 긋는 일이 많기 때문에 패널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모니터 앞에서 작업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다. 다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면 외부 광원에 반사가 된다는 점 참고하자. 반사만 될 뿐이지, 작업 자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모니터 자체의 무게나 두께는 좋다. 본체 무게 자체가 4.3kg, 두께는 38mm 정도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부담이 덜한 것도 있지만 펜터치 디스플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준이라 하겠다.
< 다양한 영상 출력장치에 대응하고 펜터치 활용을 위한 USB 단자도 있다. >
모니터 연결 단자는 다양한 외부장치 연결을 지원한다. 일단 DVI와 D-Sub, HDMI 단자가 나란히 자리해 있다. 노트북이나 PC 등 관련 단자가 있는 장비라면 얼마든지 연결해 쓸 수 있다.
독특한 부분은 USB 단자가 있다는 것. 이것은 확장장치 연결을 위한 것이 아니고, 모니터를 PC에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모니터 자체가 거대한 펜 인식을 위한 판이고 터치펜과 연동하기 위한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해서 상시 연결해줘야 한다.
연결은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형태로 이뤄진다. 윈도 PC라면 연결 즉시 드라이버가 설치되어 활성화된다. 애플 OSX 사용자는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하는데, 에스엔텍(www.sntec.net) 홈페이지 또는 패키지에 제공되는 드라이버 CD를 활용해 장치를 연결하자. 윈도 운영체제는 XP를 포함해 윈도 10까지 모두 대응한다는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화면에 펜을 대고 슥슥~ 그것이 부럽지 않아!
판도라 SN220P와 PC를 연결해 직접 활용해 보기로 했다. 기자는 고교시절 취미가 만화를 그리는 것이었지만 꽤 오랜 공백기간 때문에 그냥 간을 보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화면 위를 실시간 확인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가격대 만족도로 본다면 와콤 신티크 펜터치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먼저 이 제품에는 펜이 함께 제공된다. 이를 활용해 판도라 SN220P 위에 그림을 그린다. 디스플레이 위를 감싸는 유리 패널과 펜의 감촉은 매끄러워 작업에 방해가 되진 않는다. 유리 패널 손상이 걱정된다면, 제품 자체에 보호필름이 제공되니 부착하는 것도 방법이다.
펜 무게감도 좋고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도 적당하다. 장시간 작업에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형태다. 측면에는 버튼 2개가 마련되어 있는데, 마우스의 좌우클릭에 대응한다. 물론 설정에서 해당 기능을 변경할 수도 있다.
< 펜을 활용해 작업을 해보니 사용감은 자연스럽다. >
펜은 화면 표면에서 3mm 정도 위까지 인식한다. 빨리 움직여도 포인터는 잘 따라오고 반응성 또한 뛰어난 것이 인상적이다. 필압은 2,048 단계를 지원하고 펜 해상도는 5,080 lpi(인치당 라인)에 대응한다. 패널과 펜의 입력 정확도는 중앙부에서 0.5mm, 주변부에서 2mm로 정교한 편에 속한다.
펜의 입력 각도는 45도에서 수직까지 가능하다. 물론 더 기울여도 작동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가끔 입력이 끊어지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각도를 세울수록 브러시는 가늘어진다.
대응 소프트웨어 폭은 넓다. 필압이나 세밀한 부분에 대응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대부분 그래픽 작업 툴에서 어느 정도 활용 가능했다. 포토샵은 물론이고 사이툴, 코믹스튜디오 등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 펜터치 디스플레이 기능을 쓸 수 있고 계속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 펜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개월 사용 가능하다. >
펜은 일반 타블렛의 그것과 달리 전력을 사용한다. 내부에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는데, 완충 시에 최대 6개월 가량 사용 가능하다는게 제조사의 설명. 충전을 위한 연결장치도 함께 제공되는데, PC에 꽂아두면 제법 그럴듯한 모습이다. 충전 중에는 펜 뒤에 붉은색 LED가 점등되고 완료되면 사라진다.
합리적으로 작업에 몰두하다
판도라 SN220P의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에 펜터치 디스플레이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부분에 있다. 에스엔텍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모니터의 가격은 50만 원대 후반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경쟁 제품의 약 1/3 이상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물론 브랜드 가치나 기능,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등 전반적인 완성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지만 가성비 앞에서는 장사 없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소프트웨어다. 플러그 앤 플러그 방식은 장점이지만 세부 설정에 한계가 있다. 별도의 설정 소프트웨어나 플러그인 등을 제공한다면 더 높은 완성도를 보일 것이다. 물론 에스엔텍 측도 이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다.
솔직히 잘 나가는(벌이가 괜찮은) 창작자라면 굳이 이 제품을 쓸 이유가 없다. 이미 신티크를 한 대 가지고 있을테니 말이다. 반면, 이제 막 업계에 발을 들인 창작자라면 분명 판도라 SN220P는 매력적인 펜터치 디스플레이다. 신입 디자이너나 웹툰 작가, 엔지니어들 말이다. 이들에게는 충분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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