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IT총결산] '전략'에 눈 뜬 디지털카메라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자신의 시장을 빼앗은 '타도 스마트폰'을 외치기 보다 스마트 기기들과 어떻게 하면 어울리고 융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반면, 2015년은 스마트 기기간 융합은 물론이고, 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를 개척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더 큰 판형의 이미지 센서와 높은 화소 집적도, 고품질 렌즈에 집중한 것이 올해 디지털카메라 시장이다.

먼저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프리미엄 성향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저가 제품의 출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출시되었다 하더라도 기존 라인업의 명맥 잇기 정도에 머물렀다. 프리미엄 카메라는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소니 RX 시리즈는 기존 콤팩트(RX100M4, RX10M2) 외에도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신제품(RX1RM2)을 함께 선보이며 세를 넓혔다. 캐논 또한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 2종(G3 X, G5 X)를 선보이며 반격에 나섰다.

캐논, 니콘, 소니 등 주요 카메라 브랜드들은 올해 '풀프레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소니는 알파7 마크2(A7M2), A7RM2, A7SM2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을 재편했으며, 니콘은 D750을 중심으로 D810, D610 등과 함께 풀프레임의 장점을 알리는 캠페인을 적극 전개했다. 캐논도 최고 화소의 DSLR 카메라 'EOS 5Ds' 시리즈를 선보이며 풀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국내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였으며, 신제품 출시도 많았다. 소니는 앞서 설명했듯이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을 전개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끌고 갔으며, 캐논은 EOS M3와 M10 등으로 중보급 시장을 공략했다. 니콘도 니콘1 J5를 통해 콤팩트 미러리스 시장을 공략했다. 이 외에 올림푸스의 OM-D E-M10M2나 후지필름 X-T10, 파나소닉 GX8 등도 특정 시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바 있다.

틈새 시장을 노려라

2015년은 유난히 특정 소비자를 겨냥한 특화 제품군이 많았다. 과거에도 틈새 시장이나 특정 소비자층을 공략해 브랜드 또는 제품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 성향의 카메라가 존재했지만, 대부분 소비자층을 넓게 가져가는 구조였기에 조금 다르다 할 수 있다. 특히 고배율 줌 렌즈를 채택했거나, 영상에 특화된 카메라들이 주로 출시됐다.

겉보기와 달리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한 브랜드를 꼽자면 올림푸스다. 일반 DSLR 카메라들과 정면 승부 하는 것보다 '방수'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주요 카메라 제조사들은 적극적인 방수 제품군을 선보이지 않았기에 이런 빈틈을 노린 올림푸스는 대부분의 자사 카메라 라인업에 방수 관련 액세서리를 구축했다. 이후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림푸스 OM-D E-M10
II
올림푸스 OM-D E-M10 II

[취재] 올림푸스, 남들이 지상을 기록할 때 '물 속'을 기록하다 (http://it.donga.com/22331)

소니는 A7SM2를 통해 4K 영상 시장을 공략했다. 1,220만 화소의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이 카메라 자체는 고화소 DSLR 카메라와 비교하면 부족해 보이지만 최대 ISO 50(영상은 ISO 100)에서 40만 9,600 상당의 초고감도를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 여기에 5축 손떨림 방지 기능은 흔들림을 억제해 사진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줬다. 빛이 거의 없는 극한의 상황도 어느 정도 밝게 담아내는 실력에 4K 촬영까지 가능하니 영상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 뿐만 아니라, A7RM2도 고화소 소형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장르로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DSLR 중에서는 이미 EOS 5Ds가 최고 화소를 기록했지만,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장르로 접근하면 이 제품이 가장 많은 화소를 집적했다.

비교적 무난한 2015년 상반기를 보낸 니콘은 하반기에 고배율 줌 카메라로 틈새시장을 노렸다. 올 하반기에 선보인 쿨픽스 P900s는 광학 83배 줌 렌즈를 탑재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 35mm 환산으로 따져 보면 24-2,000mm에 해당하는 렌즈는 DSLR 카메라에서도 보기 힘든 수치다. 이를 하이엔드 카메라로 구현한 점이 주목 받은 이유다. 고배율 줌 렌즈의 손떨림을 최대한 보정하기 위해 듀얼 감지 광학식 손떨림 방지(VR) 기구를 채택했다. 화소는 1,605만.

반면, 캐논은 뚜렷한 특화 라인업 보다 무난하게 라인업을 전개했다. 그러나 딱 하나 독특한 제품이 있었는데, 바로 파워샷(Powershot) G3 X였다.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 제품군에 속하는 이 제품은 1인치 센서에 2,020만 화소로 여느 동급 센서 제품과 비슷하다. 그러나 핵심은 렌즈에 있는데, 35mm 필름 환산 24-600mm 상당의 고배율 줌렌즈를 탑재했다. 대부분 카메라들이 24-70mm 또는 24-120mm 정도의 줌렌즈를 탑재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하다. 소니 RX100M2도 24-200mm 수준에 불과하니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캐논 파워샷 G3 X
캐논 파워샷 G3 X

[리뷰]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는 카메라, 캐논 파워샷 G3 X (http://it.donga.com/22236/)

표현력 한계 뛰어 넘은 '고화소' 카메라의 등장

그 동안 DSLR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높은 화소를 자랑했던 제품은 '니콘 D810'의 3,635만 화소다. D800 시리즈 출시 당시, 시장은 중형카메라(645 판형 규격)에 필적하는 표현력에 휴대성을 확보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때만 하더라도 1,800만~2,400만 화소 카메라가 주를 이뤘으니 높은 화소가 준 충격은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다.

올해는 이 한계를 넘어 더 섬세한 표현력에 다가가게 됐다. 포문은 캐논이 열었다. 또 다른 5D 라인업으로 전문가 시장을 겨냥한 'EOS 5Ds' 시리즈가 그 주인공. 지난 6월 선보인 이 카메라의 화소는 5,060만으로 현재 35mm 풀프레임 DSLR 카메라 중 가장 많은 화소를 담았다.

이어 고화소의 흐름에 동참한 제조사는 소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중 고화소 라인업인 A7R의 후속, A7RM2에서 4,240만 화소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캐논 EOS 5Ds·5Ds R
캐논 EOS 5Ds·5Ds R

< DSLR 카메라 첫 5,000만 화소를 돌파한 캐논 EOS 5Ds 시리즈. >

고화소 이미지 센서 경쟁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다. 당장 최신 제품을 선보인 캐논과 소니가 이를 뛰어넘는 제품을 선보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니콘이 D810의 후속인 D820(가칭)을 통해 4,000만 화소대에 도달할지 5,000만 화소를 돌파할지 여부에 따라, 나머지 카메라 제조사가 움직이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미러리스는 여전했지만 더 성숙해졌다

거의 모든 카메라 브랜드에서 미러리스 카메라 제품이 적어도 1개 이상은 출시됐을 정도로 모든 제조사들이 미러리스 카메라 라인업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캐논이나 니콘 등 DSLR 카메라를 함께 선보이는 제조사 외 미러리스 카메라를 주력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는 평균 2개 가량의 제품을 선보이며 꾸준히 시장을 늘려나갔다.

먼저 니콘을 살펴보니 올해 선보인 미러리스 카메라는 니콘1 J5 1개 뿐이다. 1인치 판형의 이미지 센서에 2,081만 화소를 담아 고해상도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으며, 초당 20여컷 고속 연사와 고속 초점을 위한 어드밴스드 자동초점 시스템을 적용했다. 무엇보다 기존 니콘1의 투박한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작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려 주목을 받은 바 있다. 4K 동영상과 여심을 공략하기 위한 셀카 기능(틸트 액정)이 특징. 와이파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도 추가됐다.

캐논은 EOS M3와 EOS M10을 내놨다. EOS M3는 기존 M2의 후속 라인업으로 APS-C 규격의 2,42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자사 DSLR 카메라에 적용하는 영상처리엔진을 조합했다. M10은 이보다 조금 적은 1,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셀카를 위한 틸트 액정 디스플레이와 하이브리드 CMOS AF 기술 등이 접목됐다. 초점 기술은 두 제품을 조금 다르게 설계해 제품 등급을 나눴다.

EOS M3 보다는 EOS M10이 더 주목 받았다. 캐논에서 보기 드물게 카메라 본체에 씌우는 '페이스 커버'를 도입했기 때문. 별매이긴 했지만 5가지 색상의 커버를 통해 개성을 표출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와이파이나 NFC 같은 무선 연결 기능은 기본으로 탑재됐다.

소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총동원했다. A7M2, A7RM2, A7SM2 등 기존 A7의 뒤를 이은 기종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시장 차별화를 꾀했다. 이와 함께 소니코리아는 풀프레임 대중화를 선포하며 본격적인 풀프레임 DSLR 카메라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

세 카메라는 모두 5축 손떨림 방지 기구를 채택해 촬영 안정성에 공을 들였고, 동시에 대응 렌즈 라인업도 적극 확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센서를 2,400만과 4,240만, 1,220만으로 다양하게 준비해 특정 환경을 공략하는 전략도 그대로 이어갔다.

이 외에도 올림푸스나 파나소닉, 후지필름 등 대다수 미러리스 주력 브랜드들도 중보급형 성향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다. 이들 카메라의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 플래그십부터 중보급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출시된 점이다. 미러리스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지만 한층 성숙해진 셈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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