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를 넘어 8K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기술적 해결 과제는?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올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는 UHD(혹은 4K)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풀HD 해상도와 비교해 화소 수가 4배 많은 해상도로, 화면 크기가 같다면 기존보다 선명함이 4배에 이른다. UHD TV가 소개되던 2013년만 하더라도 콘텐츠 부족, 입출력 인터페이스 기술 문제, 가격 등으로 유용성이 떨어지던 UHD TV가 지난해부터는 HDMI 2.0을 적용해 60Hz(60fps)의 주사율 구현하게 됐으며, 콘텐츠 역시 케이블 방송이나 IPTV 등을 통해 확보되기 시작했다.

UHD TV
UHD TV

이러한 UHD TV가 기술적 개선을 통해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패널이다. LCD 패널은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투과율이 낮아져 어두워진다. LCD 패널은 자체적으로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패널 안쪽에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화소 집적도가 높아지면 조명이 패널을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방충망이 촘촘하면 햇빛이 덜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화소 집적도
화소 집적도

<화소 집적도가 높으면 투과율이 낮아진다>

이러한 문제는 UHD를 넘어 8K, 16K로 나아갈 수록 더 커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밝은 조명을 탑재하거나 조명 수를 늘려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소비 전력이 많아지고, 발열도 심해진다.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기존 방식에 흰색을 담당하는 보조화소를 더해 밝기를 개선할 수 있는 RGBW 패널이다.

RGBW 패널
RGBW 패널

우선 화소에 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패널은 화소 하나당 붉은빛(R), 초록빛(G), 푸른빛(B) 등 3개의 보조화소를 가진다. 패널은 빛의 3원색인 이들을 통해 다양한 색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화소를 만들고, 이러한 화소가 모여서 TV나 모니터 등에 이미지를 표시하게 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화소가 굳이 RGB로 구성돼 있지 않아도 색을 표현하는 데는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의 모바일 기기는 보조화소 구성이 RGB가 아닌 RG/BG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된 패널로 QHD 해상도를 구현했다. 즉 화소 하나당 2개의 보조화소만으로 색상을 표현하면서, 디스플레이 생산성을 높인 셈이다. 다만, 각 화소의 물리적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대형 화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펜타일 OLED
펜타일 OLED

RGBW의 경우 생산성보다는 휘도 개선에 초점을 맞춘 패널로, 화소 하나당 보조화소가 RGB/WRG/BWR/GBW 등 네 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추가 조명이 필요한 일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달리, 조명의 빛이 직접 통과하는 흰빛(W, 정확히는 무색이 맞다) 보조화소를 통해 조명 수를 늘리지 않고도 밝기를 개선할 수 있다. 특히 화소 하나당 보조 화소 수가 RGB 방식과 같기 때문에 크기와 해상도가 같다면 화소의 물리적인 크기가 동일하며, 결과적으로 대화면에도 적용할 수 있다.

RGBW 패널
RGBW 패널

이는 13~17인치 정도의 소형 화면에 고해상도를 구현해야 하는 노트북 등의 기기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앞서 소개한 RG/BG 패널의 모바일 기기는 *OLED를 사용한 모델이기 때문에 손바닥 만한 화면에서도 충분한 밝기를 구현할 수 있지만, LCD 패널을 주로 사용하는 노트북에서는 투과율 문제가 더 크게 나타난다. 해상도가 같을 때 화면 크기가 작을수록 화소 집적도는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QHD 혹은 UHD 해상도의 노트북용 LCD 패널은 RGBW가 사실상 필수적이며, 특히 배터리 지속시간이 중요한 노트북에 유리하다. 이미 대표적인 노트북 제조사 역시 이러한 방식의 패널을 적용하고 있다.

*OLED는 각 화소가 자체 발광하기 때문에 조명이 따로 필요 없다

RGBW는 휘도뿐만 아니라 대비(콘트라스트)를 기반으로 한 선명도 개선에서도 이점이 있다. 대비란 사물을 다른 사물 혹은 배경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각 정보의 차이로, 주변 사물(혹은 배경)과의 밝기 및 색 차이로 결정된다. 일반적인 RGB 패널에서는 흰 빛을 내기 위해서 세 개의 보조화소가 모두 작동해야 하지만, RGBW의 경우 흰 빛을 담당하는 W 보조화소만 작동하면 되기 때문에 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RGBW 방식에 관해서 해상도 논란도 일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제조업체가 각 화소가 RGB를 모두 표현해야 하나의 화소로 볼 수 있으며, 전체 화소의 25%가 W인 RGBW는 해상도가 75%로 줄어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해상도는 색을 표현할 수 있는 화소의 수가 아닌, 화면에서 흑백을 구분할 수 있는 선의 수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UHD(3,840 x 2,160) 해상도라면 세로 선이 수평으로 3,840개, 가로 선이 수직으로 2,160개가 놓여있다는 의미다. 만약 RGB를 모두 갖춘 화소의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화소 하나당 RG 혹은 BG만 갖춘 스마트폰은 해상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며, 해상도 만큼의 G 보조화소가 남는 셈이다.

해상도
해상도

멀게만 느껴졌던 UHD 해상도가 점점 더 우리 삶에 가까워졌다. 전문적인 촬영 장비에서나 가능했던 UHD 촬영 기능을 스마트폰이나 액션캠 등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됐으며, UHD TV나 모니터 등의 디스플레이 기기도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UHD가 대중화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NHK에서는 8K 방송에 관한 개발도 한창이다. RGBW는 UHD를 넘어 8K, 16K 등을 실현하기 위한 발판이 되지 않을까.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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