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PC방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9 380 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5년 11월 27일, 강원도 원주 단계동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센터 5층에서 약 250석 규모로 팝콘PC방을 운영 중인 김성준씨(42)를 만났다. 그의 PC방 운영 경력은 올해로 17년. 지난 1998년부터 PC방을 운영했으니, 대한민국 PC방 1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처음 40대로 PC방을 시작했던 그는 이제 강원도 양평에서 150대 규모의 PC방 1호점과 강원도 원주에서 250대 규모의 PC방 2호점을 운영한다.
참고로 그는 운영 중인 PC방에 모두 AMD의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사용한다. 그는 "꼭 AMD를 사용합니다"라고 콕 짚어 말했다. 왜 AMD 그래픽카드를 고집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그는 “사람들 대부분 프로세서는 인텔,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라며, "그래서 저는 (일부러) AMD 제품을 사용합니다. 한 기업이 독점하는 것은 재미가 없잖아요(웃음)”라고 말했다.
그에게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의미하는 것은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이곳에 오기 전, 일부러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 얘기부터 해야겠다. 대체 왜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인가(웃음).
김성준: 그냥 큰 이유가 없다. AMD를 좋아한다라고 얘기하면 안될까(웃음).
IT동아: 안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웃음). 뭔가 좋아하게 된 계기라도 있을 것 아닌가.
김성준: PC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1998년 때의 얘기다. 당시 인텔이 제시하는 정책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격 정책부터 국내 A/S 등이다. 그렇다고 AMD가 특별히 나에게 잘해준 것이 있는가. 그건 또 아니다. 뭐랄까. 독점 기업의 제품을 사람들 모두가 사용하는 현실에 반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개인적인 관심이라고 이해해달라.
IT동아: 알겠다.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서라고 말하시니, 딱히 뭐라 더 말하기도 어렵다(웃음). 그럼,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초기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경우, 성능으로 비교하면 엔비디아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카탈리스트와 같은 드라이버가 국내에서 유행했던 게임과 잘 호환되지 않는 부분들이 지적되곤 했는데.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김성준: 맞다. 라데온 드라이버. AMD를 좋아하는, 소위 말하는 암당 사용자들도 지적하던 것이 카탈리스트 호환 문제였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베타 버전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PC방의 모든 PC에 적용할 때도 먼저 1대에 테스트해보고 모든 테스트를 완료한 뒤에 적용해서 사용했다. PC를 하나하나 모두 직접 관리한다. 사실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드라이버 문제는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있었다. 때문에 1대부터 시작해 5대, 10대 정도만 조금씩 시험 테스트해보고 문제 없을 때 전체 PC에 적용한다.
PC방 창업 1세대, 어느새 17년.
IT동아: 하하. 알겠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웃음). PC방 운영만 어느새 17년인걸로 알고 있다.
김성준: 처음 PC방 창업은 경기도 성남시 중동에서 40대 규모로 시작했다. 1년 반 정도 운영하다가, 2000년도에서 성남 시청 앞으로 55대 규모로 옮겨서 운영했다. 그리고 분당으로 옮겨 50대 규모로 운영했는데… 이 때 정말 힘들었다. 6개월만에 거의 권리금도 제대로 못 받고 PC방을 그만둬야 했다. 그냥 말아먹었다(웃음). 다음으로 서울 약수동으로 옮겨서 40대 규모로 다시 시작했다. 이 때가 2002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3년 정도 운영하고 PC방 운영을 쉬었다.
당시 다시 PC방을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일을 쉬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는데, 아내의 고향이 전라도 장성이었다. 아내의 본가에 인사를 드리러 내려갔는데, 전라도 광주 지역에서도 PC방이 잘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원래 계획은 아내가 하고 있던 옷가게를 함께 운영하려고 했었는데,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IT동아: 2003년, 그러니까 2000년도 초반의 이야기인 것 같다.
김성준: 맞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경쟁이 아주 치열할 때였다. 서울에서는 장사 잘되는 50대 규모의 PC방이라도, 바로 앞에 100대 규모의 설비 좋은 PC방이 생기면 답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는 괜찮을 것 같았다. 대한민국 육군 보병 장교는 다 거쳐가는 곳이라는, 광주 상무대 주변 PC방을 둘러봤는데, 40~50대 규모의 PC방 5곳이 경쟁 중이었다. 평일에 가도 사람이 정말 많더라.
감이 왔다. 이곳에서는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에도, 지금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시장조사다. 매일 주변 PC방을 다니면서 그 곳의 매상, 손님 유입, 서비스, 분위기 등을 모두 살펴봤다. 그렇게 자신할 수 있었고, 서울을 정리한 뒤 전라도 장성으로 내려갔다. 약 80대 규모로 새로 PC방을 준비해서. 그렇게 8년 동안 그곳에서 PC방을 운영했다.
IT동아: 지금은 이곳 강원도 원주로 오셨는데. 어떤 계기로 옮긴 것인지 궁금하다.
김성준: 전라도 장성에서 PC방을 운영하면서도 전국에 시장조사를 하러 다녔다. 지난 2년간 자동차로 이동한 거리만 8만 킬로미터다. 그렇게 PC방 트렌드, 흐름을 조사했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PC방은 ‘대형’으로 가야 한다고. 1년에 2~3번씩 수도권 주변은 한번씩 다 보고 다닌 것 같다. 부동산에도 계속 돌아다니고. 사실 이곳 강원도 원주의 팝콘PC방은 2호점이다. 1호점은 지난 2014년 양평에 먼저 냈다. 그곳도 팝콘PC방이고, 150대 규모다.
그가 말하는 PC방 관리법
IT동아: 150대, 그리고 250대의 PC방. 궁금하다. 모두 직접 관리하는 것인가.
김성준: 스스로 한다. 직접 조립까지 모두. 용산에서 부품을 받아서 모두 다 한다. PC는 창업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용산에서 네트워크 관련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음알음 조금씩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배웠다. 그리고 원래 누구한테 맡기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다(웃음).
IT동아: 방금 전에도 얘기했던 것이지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지금도 너무 궁금하다(웃음). 굳이 AMD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을까.
김성준: 하하. 음… 사실 프로세서는 인텔 것을 사용중이다. 수치, 체감으로 느껴지는 성능 차이, 인지도 등을 따졌을 때, 인텔 프로세서가 그래도 낫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그래픽카드는 AMD 것을 사용한다. 왜? 글쎄… 일단, 가격대비성능이 좋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엔비디아 제품만 사용하니 일종의 반골 기질이라고 생각해도 좋다(웃음). 엔비디아가 자만하고 1위 업체에 안주하면 안될 것 같아서, 경쟁을 시켜주고 싶었다. 물론, 나 하나 그런다고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날리는 없지만 말이다(웃음).
그리고,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로 잘만 만져주면 충분히 성능을 발휘한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엔비디아건, AMD건 그래픽카드 성능이나 기능 등을 따져봤을 때 상대적으로 많이 뒤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양의 제품이라면 AMD의 가격이 보다 저렴하다. 사람들은 발열이 많고, 소비전력이 높다고 얘기하는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도 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잘 운용하느냐의 차이 아닐가. 전기 많이 먹는 것? 소비전력은 데스크탑 PC에서 의미 없다. 노트북으로 PC방 운용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2위여서 사용한다(웃음). AMD, 암드는 과거 애슬론을 사용했을 때 받은 감동이 있어서 못 버리는 것 같다. '이 가격의 프로세서가 이렇게 오버클럭킹이 잘돼?’라고 느꼈었다. 그래서 암당에 가입했다. 스스로도 느낀다. 어쩔 수 없는 암당이다(웃음).
IT동아: 궁금하다. 지금 운영하는 팝콘PC방의 기본사양은 어떻게 되는지.
김성준: 여기는 인텔 스카이레이크 코어 i5-6500에 AMD 라데온 R9-380을 사용한다. 양평은 같은 프로세서에 R9-280을 사용하고 있고. 주변 PC방과 비교했을 때 최고 사양이라고 자부한다(웃음). 하지만, PC사양을 현수막으로 자랑하듯이 걸어서 홍보한 일은 없다. 굳이 그렇게 자랑해봐야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하고, 주변 PC방 업주들이라면 직접 와서 한번씩 볼테니 말이다(웃음).
PC 업그레이드는 남들처럼 1년 기준, 2년 기준 등 정해놓고 하지 않는다. 프로세서를 기준으로 아키텍처 세대가 바뀔 때 한번에 한다. 음… 그래도 2년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PC방의 트렌드는 대형화라고 느낀 이후, 이것 하나만은 꼭 지킨다. 남들과 비교해서 뒤지는 사양은 절대 지양한다(웃음).
IT동아: 대형 PC방. 고장났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김성준: 요즘은 초기 불량 아니면 하드웨어가 좋아서 잘 고장나지 않는다. 처음 셋팅할 때 약 한달간 프로세서,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등 여러 부품의 초기 불량만 잘 잡아주면, 보통 2~3년 정도는 큰 고장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PC방을 운영하면서 각 부품별 초기 불량률은 약 2~3%다. 모든 것을 다 체크하고 데이터화하다 보니 대략 통계가 나오더라(웃음).
다음 목표는 500대 PC방
IT동아: AMD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면서 알아야할 팁이라도 있다면.
김성준: 딱히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최적화한 드라이버를 찾아내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PC에 맞춰서 사용해야 한다. 가성비를 내기 위해서는 그 정도 시간은 당연히 투자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픽카드 하나당 5만 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면, 150대, 250대 PC방을 운영하는 지금은 약 1,000만 원이라는 견적 차이다.
IT동아: 하하. 알겠다. 질문을 바꾸겠다, PC방 운영의 노하우가 있다면.
김성준: 좋은 성능의 부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과 꾸준한 PC 관리 등을 꼽고 싶다. 이번에 원주 팝콘PC방을 오픈하며, 기가바이트의 프로모션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안그래도 메인보드는 줄곧 기가바이트의 제품을 구매했는데, 이번에는 마침 프로모션 기간이 맞아서 라데온 R9-380 OC 버전을 구매하며, 마우스(다나와 최저가 4만 5,000원)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중간에서 AMD 관계자가 소개해줬지만, PC방 입장에서 이런 프로모션은 상당한 도움이다. 그리고, 기가바이트 측에서 PC방 오픈 전부터 직원 한분이 나와주셔서 직접 대응해주신 것도 감사했다. 초기 불량 부품도 바로 응대해주고. 여성 직원분이셨는데, 살이 다 빠졌다고 하시더라(웃음).
IT동아: 직접 관리하는 것도 노하우 아닐까.
김성준: 맞다. 글쎄. PC방을 하는데 PC를 모른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PC방 사장으로서 기본 아닐까. 다만, 지금은 PC를 관리하는 일이 예전과 비교하며 정말 쉬워졌다. 예전에는 아침 6, 7시에 나가서 하루종일 PC를 매만져야 했다. 대작 게임 나오면 일주일씩 설치하고, 정말 초기에는 CD를 넣어가며 하나씩 모두 설치해야 했다. 요즘에는 정말 편해진 부분이다.
그래서 이제는 PC 관리하던 시간을 직원들 서비스 향상 교육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PC방은 서비스업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오래도록 운영하면서 마음에 맞는 직원은 함께하자 제안한다. 1년 뒤, 다른 일반 회사처럼 복지 혜택을 추가해 정직원으로 대우하도록 노력도 하고… 서로 고민한다.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재투자하는 것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명절마다 선물을 준비했다. 사실 양평의 PC방도 그렇게 만난 매니저가 있었기에 수월하게 운영 중이다(웃음).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인상의 그는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과거 PC방 창업 초창기를 이야기할 때는 기자와 애슬론, 펜티엄을 이야기하며 남자들의 수다에 빠지기도. 마지막으로 그는 “조만간 수도권 인근에 500대 PC방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장소는 얘기할 수 없지만, 이미 봐 둔 곳도 있구요. 무모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자신 있습니다. 그 때 또 뵐 수 있겠네요”라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500대 PC방이라는 그의 말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